이희상 개인전 [길 그리고 길]

2006.11.29.~2006.12.5

세상의 길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가

풍경들. 그 안의 길, 길, 길들... 오래 들여다보면 길들은 애잔해진다. 하지만 더 오래 들여다보면 길들은 힘이 난다. 이 길들의 두 몸짓...

길들은 묻혀 있다.
세상을 하얗게 지운 눈들 사이에, 가파른 암벽과 계곡 사이에, 둥근 언덕과 언덕 사이에, 추수를 끝낸 논과 밭들 사이에 길들은 제 모습을 감추고 없는 것처럼 묻혀 있다.
묻힌 길들은 길게 누워 있다.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마음처럼, 깨끗이 빨아서 오지 않는 사람의 발밑에 미리 펴 놓은 무명포 처럼, 길들은 시작도 끝도 모르는 기다림으로 말없이 길게 누워 있다.
누운 길들은 부드럽게 굽어 있다.
제가 가고 싶은 곳을 미리 정하지 않고, 지나는 사람이 가고 싶은 대로 제 몸을 빌려주는, 그래서 아무도 막지 않고 지나는 사람이 가고 싶은 대로 따라가는 순하고 여린 마음처럼 길들은 착하고 부드럽게 굽어 있다.
묻혀 있고 누워 있고 굽어 있는 길들-
이희상의 길들은, 오래 바라보면, 마음이 아연해진다.

그러나 길들은 가로지른다.
동에서 서로 혹은 남에서 북으로... 하기야 그리운 마음에 정해진 방향이 따로 있으랴. 만나야 할 것들을 만나기 위해서, 이어져야 할 것들을 잇기 위해서, 직선으로 사선으로 또는 대각선으로 길들은 적도처럼 가로지르며 횡단한다.
가로지르는 길들은 열고 통한다.
가로막은 산 앞에서는 뱀처럼 등성이를 타오르고, 끊어진 계곡들 사이에서는 길게 누워 다리가 되고, 물이 고인 곳에서는 차가운 빙판으로 몸을 얼려 길들은 갈 수 없는 곳이 세상 안에 없도록 열면서 관통한다.
열고 통하는 길들은 뻗으며 전진한다.
마음과 마음이 엇갈리듯 만나고 헤어지면서, 마음에는 목적지가 없어 닿을수록 멀어지는 어느 곳을 향해서, 그렇게 마음 가는 곳을 따라 마음 가는 곳까지 길들은 한계를 지우고 경계를 넘으며 걷고 또 걷는다.
횡단하고 관통하고 전진하는 길들-
이희상의 길들은, 오래 바라보면, 어느 사이 힘이 솟는다.

풍경들 그리고 길들. 풍경이 없다면 길이 있을까. 길이 없다면 풍경은 있을까. 이희상의 사진 속에서 풍경과 길들은 구분되지 않는다. 길들은 풍경을 따라가고 풍경은 길들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우리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때로는 겸손하게 몸을 낮추어 세상의 풍경에 순응하면서 또 때로는 의지의 몸짓으로 세상의 풍경을 만들어가면서... 그렇게 우리는 세상이라는 이름의 풍경 속에 저마다 생의 길을 닦으면서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세상의 길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 있을까? 그곳은 어디일까? 이희상의 길들은 모두 그 곳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김진영 (예술비평)



이 희 상
1958년 서울 생
1980년 신구대학 사진과 졸업
1989년 오사카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1991년 오사카예술대학원 사진전공과 수료
1997년 ~ 현 이희상 흑백사진교실 운영
홍익 대학원, 신구대학 출강
2003년 오사카예술대학 조형예술대학원 디자인과 졸업

개인전
2003년 도시와 자연 그리고 사람, 담포포갤러리(오사카)
1998년 흐름, 올리브갤러리(서울)
1990년 도시와 사람, 한마당갤러리(서울)

그룹전
2006년 눈 이야기, 문신미술관(서울)
2005년 시대와 사람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서울)
2002년 오사카월간, 비주얼아트센터(오사카)
1999년 사진의 확장전, 국립현대미술관(서울)
1996년 한중교류전, 노신대학(심양)
1981년 다섯 사람의 사진전, 신문회관(현 프레스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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