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1,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22
"Conversation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art and pop culture"
LEE JONG KIE
이종기의 작품은 환상적이다. 이 환상적 무대에 어울리는 것은 만화적 인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화적 인물은 실제 장소의 환상화(enchanted)에 가세하지만 동시에 대조법을 통해 공간의 실재성(existent)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종기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우리 자신의 모습과 다시 발견하게 되는 우리의 이야기를 천진무구하게 들려주면서 담을 넘어 다른 세계로 나가는 경계에 다리를 놓아주고 있다. 단순한 듯 하지만 여러 범주를 끌어들이고 있는 이종기의 작품에서 동양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한 슈퍼맨은 길이 아닌 우주라는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저 멀리서 그냥 날아간다. 풍경이 어떻게 바뀌든 같은 포즈로 날아가는 슈퍼맨은 철저한 방관자로 나타난다. 슈퍼맨이 할 일이 없는 곳이 바로 유토피아이다. 또는 그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슈퍼맨이래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인 것이다. 한국적이고 서구적인 이질적 요소들이 섞여 들어갔음에도 묘하게 정겹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누구나 마음이 열리면서 얼굴에 웃음을 짓게 되는데 어쩌면 심연의 깊은 곳에서 우리가 서로 공유하고 있는 정신적 DNA를 그가 가만히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슈퍼맨이나 심슨은 미지의 세계에 직면한 호기심 가득한 등장인물이면서도 그들로 인해 현장은 의미의 장으로 변화하며 오래된 현장을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이끌어온다. 도자기와 만화적 캐릭터는 모두 기성의 이미지로부터 온 파생 실재다. 이종기는 창조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기보다는 기성의 것을 재배치함으로서 새롭게 탄생하여 생겨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하는 작품은 예술작품이 삶은 아니라는 근본적 사실에 대한 현대예술의 각성과도 관련 있다. 캐스린 흄은 환상과 미메시스라는 두 가지 대립되는 사조를 설명하며 예술이 삶에 대해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새로움과 창조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지만, 소통과 독자의 몫은 커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인 끌로델은 ‘나의 시구들 속에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물들을 재발견하게 하라’고 작가의 역할을 규정한 바 있다.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현실을 담는 그림은 늘 양 차원 간의 길항작용이 벌어지는 마법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림 안으로 들어가서 그림 속 산야를 산보하고 나온다는 동양화에서의 상상력이나 그림 안으로 들어가서 영영 나오지 않았다는 저주받은 근대예술가의 신화를 아우르는 무대가 바로 그림이다. 그려진 도자기 안팎에 걸쳐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종기의 작품은 그림의 틀에 대한 메타적 놀이를 한다는 점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전략과 비슷하다. 그것은 현실이나 환상이 아니라 그 모두를 포함하는 어떤 메타적 차원의 놀이를 말한다. 퍼트리샤 워는 메타 픽션에서 이러한 메타적 작품, 또는 비평이 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준다고 말한다. 예술은 대안의 현실을 통해 현실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만화는 어떤 이야기를 향해 부산하게 움직이지만, 회화는 이미지를 시간과 함께 단일한 방향으로 흐르는 서사의 압박에서 해방시키고 여러 은유가 중첩된 장면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
이종기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즐거움으로 추동되지만, 그 분위기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소통의 요건을 충족시킨다.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도상들, 편안하고 유쾌한 감성으로 충전된 그의 작품세계는 대중 친화적이다. 유쾌한 상황설정, 팝적인 색감, 익숙한 캐릭터까지, 작가의 감성에 맞고 대중과의 소통도 용이한 방식은 코로나로 우울한 이 시대를 위로한다. 작품 속에서 현실의 무거운 무게는 삭감되어 있다. 이종기 작품 속 캐릭터들과 또 다른 현실과의 만남은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자연스러운 현실처럼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옛 풍경에 대한 시선을 따스하게 유지하며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있었던 정신의 전통을 아름답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는 이종기의 작품에서는 하늘과 땅이 동양화의 여백처럼 같은 색으로 처리되거나 등장인물이 움직이는 공간을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할 만한 어떠한 저항도 없는 비어있는 공간으로 남겨둔다. 생사고락의 문제로 가득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로서 밝고 환하게 빛나는 이종기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희망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현실 세계이다.
이선영 미술평론가
달항아리3,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22
달항아리에 대한 담론은 시공간에 따라 끊임없는 해석의 변화가 있게 된다.
신화와 자연, 당대의 기술과 예술관을 품고 있는 역사적 사물인 도자기는 일상보다 더 집약된 소우주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미니멀과 간결함의 극치인 달항아리에 대한 담론은 달항아리를 보며 우리의 정신을 보는 것이고 결국 자신에 대한 성찰과, 물질보다는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달항아리는 정신을 담고 있는 머리, 열정을 담고 있는 가슴, 무엇보다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림 그 자체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자족적인 소우주로서의 달항아리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이다. 또 하나의 축은 도자기 밖의 세계, 그러나 도자기만큼이나 오래되고, 그래서 사실과 환상이 반반씩 섞여 그 경계가 도자기처럼 깨지기 쉬운 그런 세계이다. 이 낯선 우주의 장면 안에 전통과 현대, 그리고 예술과 대중문화의 대화가 존립하고 있다.
백자 항아리에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였던 수화 김환기는 달항아리에서 우주를 보았다. 김환기의 우주 속에는 김환기가 보았던 달항아리가 있으나, 늘 영감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온 이종기는 달항아리에 달을 그린 유일한 작가이다. 그는 달항아리라는 우주로 달을 보냈고, 진짜 달을 투사하며 ‘달항아리의 달’이라는 언어적 유희를 즐긴다. 그리고 이종기의 인챈티드 화이트 시리즈의 흰색은 달항아리의 색이 되었다.
달항아리라는 우주에 투사된 것은 달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달항아리를 유영하고 있는 슈퍼맨을 본다. 이종기는 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변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한국의 문화적, 예술적 정체성을 담아왔다. 전통이 지닌 가능성과 가치를 믿는 그의 작품에서 슈퍼맨이라는 서양의 물질에 달항아리라는 하나의 오브제를 통해 동양의 정신이 들어가는 정신적 콜라주(collage)의 형성과 달항아리와 전통의 아름다움에 뿌리를 내리는 새로운 우리 자아의 구현을 보게 된다.
달항아리 2,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22
누구보다 동양의 정신을 나타내고자 했던 백남준의 <TV 부처>, <Video 부처>(쾰른 현대 미술관 퍼포먼스)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한 TV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재생산한다. 참선하는 부처의 모습을 빌어 자화상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종기의 패러디 작품을 보면 내가 나를 봄인데 부처로서 달을 바라봄이다. 아직 나의 자아로 확립되지 않은 타자의 이미지로서 바라보며 스스로의 모습을 자아의 재확인으로써 보는 것이다. 거울에 반영되는 자신의 이미지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자아가 인식하는 자아의 모습이지만 타인이 투영되는 이미지는 자신의 모습과 익숙하지 않은 타자와 같은 다른 모습과 인상이다. 자아의 입장에서 분열되어 나온 하나의 타자이며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작품 자체가 바로 인간화된 예술로 해석된다. 작품 속을 자세히 보면 가부좌를 하고 달을 바라보는 부처의 등에 백남준 싸인이 보인다.
이종기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관람객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정신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미적체험이 가능하다. 다양한 미디어를 매개로 몰입 하고 사유하는 현대인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가상의 세계에 진입할 것이다. 철학적 사유와 예술작품은 때로 복잡한 현대사회의 문화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늠자로서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종 기 / Jongkie Lee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졸업
주요개인전
2022 마법의 여행, 국립교원대 교육박물관, 청주
이종기展, 나우리 갤러리, 서울
이종기展, 롯데월드타워 Mini Gallery, 서울
2021 이종기: 마법에 걸린 하얀색, 핑크 갤러리, 서울
이종기展, 롯데월드타워 THE WAVE ZONE, 서울
이종기展, 산속등대미술관, 전북 완주
2019 이종기展, GS타워 더스트릿 갤러리, 서울
2018 Lee Jongkie, La Villa Des Arts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17 남도여행, 비디갤러리, 서울
이종기展, 리나갤러리, 서울
2016 Blending, 로쉬아트홀, 분당
이종기展, 홍익대현대미술관, 서울
외 15회
주요 단체전
2022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서울옥션+신세계 산불 이재민 자선전시, 서울옥션, 서울
BAMA, BEXCO, 부산
서울옥션 에디트, 서울옥션, 서울
Choice Annual Art Festival, 스타필드 하남, 경기
화랑미술제, SETEC, 서울
2021 크리스마스 선물, 핑크 갤러리, 서울
블랙랏 런칭 기념 자선 경매, 서울옥션, 서울
서울옥션 윈터세일, 서울옥션, 서울
Tune, Toon!, 나인 맨션 방배, 서울
아트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서울옥션x디자인하우스 Living with Art & Design, 코엑스 서울옥션강남센터, 서울
제로베이스x홍콩, 서울옥션 홍콩한국문화원, 홍콩
2020 splash! splash!, 서울옥션, 서울
제로베이스리미티드, 서울옥션, 서울
서울옥션 홍콩세일, 서울옥션, 서울
제로베이스, 서울옥션, 서울
어반브레이크 아트아시아, COEX, 서울
화랑미술제, COEX, 서울
외 다수
수상
디자인 진흥원장상 수상
통상산업부 SUPER DESIGN상 수상
통상산업부 GOOD DESIGN상 수상 등 총7회 수상
주요작품소장처
산속등대미술관 / 광주시립미술관 / 새만금컨벤션센터 / GS칼텍스 외 다수
달항아리1,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22
"Conversation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art and pop culture"
LEE JONG KIE
이종기의 작품은 환상적이다. 이 환상적 무대에 어울리는 것은 만화적 인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화적 인물은 실제 장소의 환상화(enchanted)에 가세하지만 동시에 대조법을 통해 공간의 실재성(existent)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종기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우리 자신의 모습과 다시 발견하게 되는 우리의 이야기를 천진무구하게 들려주면서 담을 넘어 다른 세계로 나가는 경계에 다리를 놓아주고 있다. 단순한 듯 하지만 여러 범주를 끌어들이고 있는 이종기의 작품에서 동양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한 슈퍼맨은 길이 아닌 우주라는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저 멀리서 그냥 날아간다. 풍경이 어떻게 바뀌든 같은 포즈로 날아가는 슈퍼맨은 철저한 방관자로 나타난다. 슈퍼맨이 할 일이 없는 곳이 바로 유토피아이다. 또는 그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슈퍼맨이래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인 것이다. 한국적이고 서구적인 이질적 요소들이 섞여 들어갔음에도 묘하게 정겹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누구나 마음이 열리면서 얼굴에 웃음을 짓게 되는데 어쩌면 심연의 깊은 곳에서 우리가 서로 공유하고 있는 정신적 DNA를 그가 가만히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슈퍼맨이나 심슨은 미지의 세계에 직면한 호기심 가득한 등장인물이면서도 그들로 인해 현장은 의미의 장으로 변화하며 오래된 현장을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이끌어온다. 도자기와 만화적 캐릭터는 모두 기성의 이미지로부터 온 파생 실재다. 이종기는 창조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기보다는 기성의 것을 재배치함으로서 새롭게 탄생하여 생겨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하는 작품은 예술작품이 삶은 아니라는 근본적 사실에 대한 현대예술의 각성과도 관련 있다. 캐스린 흄은 환상과 미메시스라는 두 가지 대립되는 사조를 설명하며 예술이 삶에 대해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새로움과 창조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지만, 소통과 독자의 몫은 커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인 끌로델은 ‘나의 시구들 속에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물들을 재발견하게 하라’고 작가의 역할을 규정한 바 있다.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현실을 담는 그림은 늘 양 차원 간의 길항작용이 벌어지는 마법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림 안으로 들어가서 그림 속 산야를 산보하고 나온다는 동양화에서의 상상력이나 그림 안으로 들어가서 영영 나오지 않았다는 저주받은 근대예술가의 신화를 아우르는 무대가 바로 그림이다. 그려진 도자기 안팎에 걸쳐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종기의 작품은 그림의 틀에 대한 메타적 놀이를 한다는 점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전략과 비슷하다. 그것은 현실이나 환상이 아니라 그 모두를 포함하는 어떤 메타적 차원의 놀이를 말한다. 퍼트리샤 워는 메타 픽션에서 이러한 메타적 작품, 또는 비평이 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준다고 말한다. 예술은 대안의 현실을 통해 현실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만화는 어떤 이야기를 향해 부산하게 움직이지만, 회화는 이미지를 시간과 함께 단일한 방향으로 흐르는 서사의 압박에서 해방시키고 여러 은유가 중첩된 장면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
이종기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즐거움으로 추동되지만, 그 분위기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소통의 요건을 충족시킨다.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도상들, 편안하고 유쾌한 감성으로 충전된 그의 작품세계는 대중 친화적이다. 유쾌한 상황설정, 팝적인 색감, 익숙한 캐릭터까지, 작가의 감성에 맞고 대중과의 소통도 용이한 방식은 코로나로 우울한 이 시대를 위로한다. 작품 속에서 현실의 무거운 무게는 삭감되어 있다. 이종기 작품 속 캐릭터들과 또 다른 현실과의 만남은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자연스러운 현실처럼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옛 풍경에 대한 시선을 따스하게 유지하며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있었던 정신의 전통을 아름답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는 이종기의 작품에서는 하늘과 땅이 동양화의 여백처럼 같은 색으로 처리되거나 등장인물이 움직이는 공간을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할 만한 어떠한 저항도 없는 비어있는 공간으로 남겨둔다. 생사고락의 문제로 가득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로서 밝고 환하게 빛나는 이종기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희망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현실 세계이다.
이선영 미술평론가
달항아리3,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22
달항아리에 대한 담론은 시공간에 따라 끊임없는 해석의 변화가 있게 된다.
신화와 자연, 당대의 기술과 예술관을 품고 있는 역사적 사물인 도자기는 일상보다 더 집약된 소우주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미니멀과 간결함의 극치인 달항아리에 대한 담론은 달항아리를 보며 우리의 정신을 보는 것이고 결국 자신에 대한 성찰과, 물질보다는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달항아리는 정신을 담고 있는 머리, 열정을 담고 있는 가슴, 무엇보다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림 그 자체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자족적인 소우주로서의 달항아리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이다. 또 하나의 축은 도자기 밖의 세계, 그러나 도자기만큼이나 오래되고, 그래서 사실과 환상이 반반씩 섞여 그 경계가 도자기처럼 깨지기 쉬운 그런 세계이다. 이 낯선 우주의 장면 안에 전통과 현대, 그리고 예술과 대중문화의 대화가 존립하고 있다.
백자 항아리에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였던 수화 김환기는 달항아리에서 우주를 보았다. 김환기의 우주 속에는 김환기가 보았던 달항아리가 있으나, 늘 영감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온 이종기는 달항아리에 달을 그린 유일한 작가이다. 그는 달항아리라는 우주로 달을 보냈고, 진짜 달을 투사하며 ‘달항아리의 달’이라는 언어적 유희를 즐긴다. 그리고 이종기의 인챈티드 화이트 시리즈의 흰색은 달항아리의 색이 되었다.
달항아리라는 우주에 투사된 것은 달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달항아리를 유영하고 있는 슈퍼맨을 본다. 이종기는 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변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한국의 문화적, 예술적 정체성을 담아왔다. 전통이 지닌 가능성과 가치를 믿는 그의 작품에서 슈퍼맨이라는 서양의 물질에 달항아리라는 하나의 오브제를 통해 동양의 정신이 들어가는 정신적 콜라주(collage)의 형성과 달항아리와 전통의 아름다움에 뿌리를 내리는 새로운 우리 자아의 구현을 보게 된다.
달항아리 2,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22
누구보다 동양의 정신을 나타내고자 했던 백남준의 <TV 부처>, <Video 부처>(쾰른 현대 미술관 퍼포먼스)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한 TV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재생산한다. 참선하는 부처의 모습을 빌어 자화상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종기의 패러디 작품을 보면 내가 나를 봄인데 부처로서 달을 바라봄이다. 아직 나의 자아로 확립되지 않은 타자의 이미지로서 바라보며 스스로의 모습을 자아의 재확인으로써 보는 것이다. 거울에 반영되는 자신의 이미지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자아가 인식하는 자아의 모습이지만 타인이 투영되는 이미지는 자신의 모습과 익숙하지 않은 타자와 같은 다른 모습과 인상이다. 자아의 입장에서 분열되어 나온 하나의 타자이며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작품 자체가 바로 인간화된 예술로 해석된다. 작품 속을 자세히 보면 가부좌를 하고 달을 바라보는 부처의 등에 백남준 싸인이 보인다.
이종기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관람객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정신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미적체험이 가능하다. 다양한 미디어를 매개로 몰입 하고 사유하는 현대인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가상의 세계에 진입할 것이다. 철학적 사유와 예술작품은 때로 복잡한 현대사회의 문화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늠자로서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종 기 / Jongkie Lee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졸업
주요개인전
2022 마법의 여행, 국립교원대 교육박물관, 청주
이종기展, 나우리 갤러리, 서울
이종기展, 롯데월드타워 Mini Gallery, 서울
2021 이종기: 마법에 걸린 하얀색, 핑크 갤러리, 서울
이종기展, 롯데월드타워 THE WAVE ZONE, 서울
이종기展, 산속등대미술관, 전북 완주
2019 이종기展, GS타워 더스트릿 갤러리, 서울
2018 Lee Jongkie, La Villa Des Arts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17 남도여행, 비디갤러리, 서울
이종기展, 리나갤러리, 서울
2016 Blending, 로쉬아트홀, 분당
이종기展, 홍익대현대미술관, 서울
외 15회
주요 단체전
2022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 갤러리나우, 서울
서울옥션+신세계 산불 이재민 자선전시, 서울옥션, 서울
BAMA, BEXCO, 부산
서울옥션 에디트, 서울옥션, 서울
Choice Annual Art Festival, 스타필드 하남, 경기
화랑미술제, SETEC, 서울
2021 크리스마스 선물, 핑크 갤러리, 서울
블랙랏 런칭 기념 자선 경매, 서울옥션, 서울
서울옥션 윈터세일, 서울옥션, 서울
Tune, Toon!, 나인 맨션 방배, 서울
아트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서울옥션x디자인하우스 Living with Art & Design, 코엑스 서울옥션강남센터, 서울
제로베이스x홍콩, 서울옥션 홍콩한국문화원, 홍콩
2020 splash! splash!, 서울옥션, 서울
제로베이스리미티드, 서울옥션, 서울
서울옥션 홍콩세일, 서울옥션, 서울
제로베이스, 서울옥션, 서울
어반브레이크 아트아시아, COEX, 서울
화랑미술제, COEX, 서울
외 다수
수상
디자인 진흥원장상 수상
통상산업부 SUPER DESIGN상 수상
통상산업부 GOOD DESIGN상 수상 등 총7회 수상
주요작품소장처
산속등대미술관 / 광주시립미술관 / 새만금컨벤션센터 / GS칼텍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