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M BONG MIN

멈추지 않는 다롱이, 60.6x72.7cm, Acrylic on canvas, 2021


"The regret of memory and time that will never come back"


SHIM BONG MIN


나는 그림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어린아이(정원사)가 되어버린다. 

마치 꿈속에 나비가 되어버린 장자처럼 캔버스에서 난 어린이가 되어 꿈을 꾸는 듯한 시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의 기억과 시간을 양분으로 성장한 나무와 풀들은 나에게 놀이터를 제공한다. 

그곳에서 나는 끝이 나지 않는 유치한 놀이들을 즐긴다.

늘 만나는 일상이지만 문득 그리운 느낌이나 그 순간의 장면과 일들을 기억하도록 노력한다.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내 작품은 시작된다. 

캔버스에 내가 좋아하는 목탄 가루를 아크릴과 희석해 바른다. 

오돌토돌한 화면이 어릴 적 놀던 운동장 모래를 떠올리게 한다. 

목탄을 긁어내면서 생기는 스크래치 자국이 더 오랜 시간 속으로 빨려 드는 것 같아 즐겁다.

문득 그리운 시간을 캔버스에 기록하면 끝나지 않는 놀이를 하는 것 같다.

심봉민

멈추지 않는 다롱이 2, 60.6x72.7cm, Acrylic on canvas, 2021

멀리 날린 비행기, 40.9×53cm, Acrylic on canvas, 2021

멍하게 바라보기, 30×30cm, Acrylic on canvas, 2021

다롱이가 있는 정원, 45.5 ×45.5cm, Acrylic on canvas, 2021



A garden of ordinary memories


내게는 정원이 하나 있다. 이 정원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단 하나의 정원 이긴 하다. 정원의 실체나 형태는 사실 딱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원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것이다. 

정원사가 하나 있는데, 이 정원사는 그리 부지런하지 않다. 그렇다고 게으른 것도 아닌 아이다. 이 아이는 꽤 오랜 시간을 아이로 살고 있지만, 나이는 삼십대 중반 앞으로 나이를 계속 먹을 것이다. 


정원사의 일은 서성거리기, 머무르기,앉아 있기, 멍때리기, 아무것도 안하기, 등등으로 꽤 많은 일들을 하는데 이 정원사가 가장 신경 쓰는 일은 놀이를 하는 것이다. 특히 숨바꼭질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숨어있는 걸 찾는게 재밌다고 한다. 


내가 언젠가 말해준적이 있다. 예술은 숨바꼭질 같다고...어디에나 있지만 알려면 찾아내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라고 


정원사는 그후로 자기가 지나온 알고 있던 길들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놓친게 있는지, 떨어뜨린건 없나? 여러가지를 많이 모아 둬서 쓸데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나름 의미를 가지는 물건들이 보인다. 좋아했던 장난감, 주위에 항상 머물었던 사각형의 건물들, 그가 동경 했던 것, 아련한 분위기 라던가... 

나에게 여러가지를 가지고 실험해 보라고 추천한다.


정원사의 노력부족일까? 그가 게으른 것일까? 가끔 이게 왜 여기에? 이런 것들이 있다. 왜 그랬어? 라고 물어보면 그건 나 때문 이란다. 내가 주워 담았다고...난 아니라고 하지만 정원사는 단호하다. 그때 부터 이불을 뻥뻥 차는 버릇이 생겼다.

무턱대고 올라오는 이미지들을 보면 나는 답답하지만 정원사는 어딘가를 이리저리 손질한다. 그가 정리해준 정원엔 나를 향한 애정이 담겨 있어 그런지? 아님 이게 애증이란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냥 따뜻한 느낌이 든다.


정원사는 내 기억을 고고학자처럼 발굴하는데, 긴시간을 살아 오진 않았지만 기억이 눈처럼 쌓여있어서 그것을 치우고 덜어내야한다고 말한다. 


먼지를 터는 건지, 눈을 치우는 건지 그는 기억으로 구성된 여러 정원을 지나며 나름의 일을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게 해낸다. 

가끔 그가 길을 잃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는 그런 정원을 마주 할때...그는 그런곳엔 자기 자신의 흔적을 남겨서 나에게 길라잡이를 해주기도 한다. 내 정원인데 쓸데 없는 걱정을 한다. 그의 따뜻함 때문에 내 정원엔 사시 사철 자연이 무성하다.


이 친구는 정원에 있는 나무들을 걱정한다. 이 나무들은 아주 어릴적 부터 가로수 처럼 심어져 있었는데 내가 나이를 먹으니 그 시간에 비례해서 쑥쑥 큰다. 숲이 성장하는건 보기 좋지만 안을 들여다 보기가 힘들다. 

일 하는데 지장이 많다고 어찌 해보라고 정원사가 자주 말한다. 그런데 별 방법이 없다. 내 안에 정원은 내 머릿속 해마처럼 자라기만 하는걸. 

이런 대답을 들으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속 마음이 보이지만 뭐라고 못하겠다. 

그가 하는 일이 비록 보통의 다른 정원사와 크게 다름 없고 대단히 유능 하지는 않지만 그는 내 정원의 단하나의 유일한 '정원사'기 때문이다. 

심봉민


같이놀자, 60.6x72.7cm, Acrylic on canvas, 2022


심봉민

 

학력

2010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0 노스텔직 가든, 필 갤러리, 서울

2018 평범한 기억의 정원, 갤러리 자작나무, 서울

         닮은 정원, 아침고요 수목원 갤러리, 경기

2012 심봉민展:: Painting, 갤러리 아우라 플랫, 서울

         심봉민 개인전, 갤러리 두루, 서울

2011 기억과 시간이 던져진 공간, 갤러리 가이아, 서울

 

단체전

2021 작가의 외출, 갤러리나우, 서울

2020 씩스틴전, 김현주 갤러리, 서울

2019 Douz전, 이정아 갤러리, 서울

2017 It’s roots, 갤러리 마크, 서울

2016 내면의 풍경-9인의 작가 9인의 벽, 두인 갤러리, 서울

2014 아파트 인생전,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2013 화성작가 금성현대인을 만나다, 갤러리 반디트라소, 서울

          7번방의 선물, 서울미술관, 서울

          6+1=예술본색, 두인 갤러리, 서울

2012 괄호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컨템포러리 아트스타 페스티발, 한가람 미술관, 서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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