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Life.Object, 138x138cm, Oil on canvas, 2022
"Poems for the minimal and small Things "
KIM YOUNG SUNG
무(無) -상실, 공허, 허무
생(生) -생물, 생활, 생존
물(物) -물리, 물건, 물질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인해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표현하는 연작으로 생(生)과 물(物)의 오브제가 공존하는 현상을 광고사진의 느낌 또는 연극적으로 연출하여 이를 냉철하게 분석해 나가고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 현대인의 허무함 등을 표현하고 인간들의 생명경시 풍토를 드러내 본다.
어려서부터 자연에서 대했던 생물들, 채집 또는 구입하여 함께 했던 동물들의 구조적인 아름다움, 신비한 색채들, 거기에서 오는 감흥과 기억들. 일상의 미미한 존재들로여겨지다가 어느 순간 눈길을 멈추게 하고 사색하게 만들고 마는 자그마한 생명체들. 생(生)의 메타포로 등장하는 곤충, 물고기, 개구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에서 그리고 우리 안에 어항 속에 있어야 할 동물들을 실크 천위나 유리통 속에 금속 식기 위에 배치하여 이질적이지만 억지로 공존하는 듯한 형상이 만들어 진다. 물(物)의 메타포로 올려 진 천, 유리, 금속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캔버스 위에서 그들의 광채와 투영, 반사, 굴절 등의 특성으로 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문명에서 생물의 의미나 존재 가치는 무엇인지, 인간이 생각하는 생물은 어떤 의미인지? 같은 환경 동시간대에 존재하지만 항상 상위지배구조 속에 식용 내지는 관상용으로 대하는 생물들. 그 존재들도 확실히 한 생명체로서 존재 의미와 가치가 있음에도 우리 인간들은 나름대로 정한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만 분명한 목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이러한 구조가 인간과 인간, 조직과 인간,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형성된다. 생물인 인간이 하나의 기능적인 물건으로 여겨지고 사용되기도 한다.
실크 천위에 상품처럼 진열된 듯한 곤충, 뚜껑이 덮인 유리통 속의 물고기, 금속 수저 위의 개구리. 정지된 순간의 겉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모델로서 그 동물들의 입장은 매우 답답하고 극도로 불안한 상태일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듯 보여 지나 누군가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고 갑갑한 공간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은 내용의 의미 전달이나 현존하는 아름다운 생명체들의 기록이 될 수 있는 냉철하면서도 회화적인 작품이 탄생될 수 있도록 매일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을 써 가며 조그만 동물들과 끝없는 사투를 벌인다.
김영성
Nothing.Life.Object, 90x145cm, Oil on canvas, 2022
Nothing.Life.Object, 65x100cm, Oil on canvas, 2019
Nothing (無) - Loss, Void, Nihilism
Life (生) - Organisms, Living, Existence
Object (物) - Physics, Materials, Matters
This series express the modern society where lives are threatened and many things have been disappeared due to the advanced development of material civilizations. The coexistence of objects representing Life (生) and Object (物) is shown as a piece of advertisement or a theatrical piece to analyze and depict the phenomenon cold-heartedly to express the desolation of modern society and nihilism of modern people and to reveal humans' negligence of life.
The structural beauty and mystic colors of living organisms or animals I either found or gathered in nature or purchased as a child gave me pleasure and memories. The tiny living things that are usually considered trivial existences in life yet make me stop for a while to contemplate.
These are insects, fish, frogs, etc that appear as the metaphors of Life (生). I transferred animals that should be in nature, in cages, or in fish tanks onto silk fabric, into glass bottles, or onto metal dishes to create images where they are foreign and forced to coexist with others. The fabric, glass, and metal, the metaphors of Object (物), show their physical properties through shine, projection, reflection, or refraction in front of the camera or in the canvas.
What is the meaning or value of living organisms in the modern civilization? What is the meaning of living organisms to humans? They exist with us in the same environment, but they are always faced as food or decorative elements in a lower hierarchy. Despite that they are living things with meaning and value of existence, the humans only use them for clear purposes when we have certain reasons. In the modern society, this structure is applied to the relationships between men, men and organization, or men and society. Humans, a living organism, is sometimes considered and used as a functional object.
The insects displayed on silk fabric, fish in a covered glass bottle, and frog on a metal spoon. They look beautiful, colorful, and stable in the captured moment, but the animals must have experienced highly stressful and anxious state as models. Humans today adorn themselves beautifully and seem to be living happy, stable lives, but their lives do not seem to be any different from the state of these animals as they are struggling to survive in a confined space that is completely exposed to others. I use tens of small brushes and insatiably struggle with small animals every night to create such cold-hearted yet painterly artworks that can convey this meaning or capture the beauty of living organisms.
Kim Youngsung
김영성, Nothing.Life.Object, 90x145cm, Oil on canvas, 2013
작은 것들에 대한 헌사
김영성의 근작 [無•生•物]
작가 김영성의 근작들에는 아주 작은 생명체들이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큰 것들을 제치고 작은 것들,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낸다. 그는 이들을 자신의 침대 가까이에 두고 이들과 삶을 공유하고 있다. 먹이를 제때에 공급하는 건 물론 생존에 필요한 알맞은 환경을 배려한다. 크게 보아 2천 년대 중반부터다. 애초(2006~)에는 뿔이 요란한 작은 곤충과 지내더니, 어느 사이엔가 물고기(2009~)로 바꾸었다. 근자에는 달팽이와 개구리(2011~)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작품 명제는 이름하여 <무•생•물>이다. ‘보잘 것 없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생명 없는 물체’라는 걸 차례로 열거하여 명제로 한 것이다.
그가 요즘 다루는 생명체는 확대경으로 보아야 실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이다. 작은 티스푼 위에 정갈한 자세로 앉아 있는 달팽이는 제법 엄숙하다. 유리 물 컵 안에서 유영을 즐기는 반짝이는 비늘을 한 빨강색 관상어의 생김새는 찬연하고 보석 같다. 무늬가 요란한 황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의젓한 군자 같다. 그는 이것들의 길이를 10~50배, 면적율 100~2500배 크기로 확대해서 그렸다. 그림에서는 일상의 크기로 보이나, 알고 보면 작은 것들임을 실감할 수 있다.
일찍이 작가는 큰 것들보다는 참을 수 없이 작은 것들에 연민을 가져왔다. 우아미를 자랑하는 나비류 보다는 구조가 입체적이면서 아기자기하고 섬찟한 작은 것들에 주목했다. 그 이전, 1990년대의 탐색기에는 비교적 큰 것들을 그렸다. 뒤엉켜 으깨진 인체와 오브제의 파편들, 아니면 필드에서 운동중인 남녀 골퍼들을 그리다가, 이들에 대한 시선을 접고 2천 년대부터는 미소한 것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의 근작들은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라 할 수 이따. 그의 작업노트가 이를 말해준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다. 하나는 생명현상의 메타포로서 작은 것들의 특이한 구조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평소에는 미미한 존재였으나, 어느 순간 우리의 눈길을 끌면서 불현 듯 시선을 사로잡는 아주 작은 것들이 종종 생명에 대한 외경을 촉발한 때 경이로움이 야기되는 걸 컨셉으로 도입하려는 데서다. 그가 작은 것들을 등장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문명의 물질화와 더불어 살아있는 셩맹체 보다는 기계와 같은 무생명한 것들, 요컨대 기능적인 것들을 과대평가하는 풍조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려는 데 있다. 이 또한 그의 근작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간간이자 전제가 되고 있다.
이를 배경에 두고 제작한 작품들로 김영성은 야심찬 근작전을 펼친다. 그의 시선이 그래서 범상치 않다. 일견 범인의 눈으로서는 머나먼 대척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작은 것들을 지고의 세계로 격상시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사회와 물화로 인한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인간 존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데 뜻이 있다. 그의 시각에서는,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작은 미물들마저 누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방기하는 우를 범한다. 이는 인간 스스로가 한낱 물로서의 존재로 격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겉으로는 당당한 것 같으나, 속내는 실체를 상실한 미소한 존재요, 없음과 진배없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자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나아가 오늘의 인간은 자신의 미소한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미소한 생명체들이 물질의 틈새를 전전하며 살 듯이, 물질에 의탁함으로써 존재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미소해진 인간의 정황을 그리는게 그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의 이면을 나는 그린다. 생과 물이 공존하는 걸 다루는 건 그 하나의 방법이다. 광고사진이나 연극을 연출하듯이, 작은 것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실존의 허무를 그린다.
(근작 작업노트에서 번안)
그는 이 정황을 그리기 위해, 부드러운 실크, 유리 용기, 금속 수저, 톱니바퀴와 같은 강인한 물질들을 등장시켜 작은 생명체들의 지지체로 삼는다. 그가 다루는 지지체들은 실크처럼 반사가 적어 부드러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반사가 큰 것들이다. 빛의 투과와 굴절이 크고 강한 게 특징이다. 실크는 고급하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현대인의 선호 일등 품목이다. 견고하고 투명한 유리와 금속은 현대인이 의존하고 잇는 광범위한 물질성을 대변한다. 이것들이야 말로 현대 기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가능케 하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것들을 티끌에 지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의 의지 처이자 은물로 도입하고 묘사한다. 현대사회의 ‘물화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를 정교하고도 치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스텐레스 티스푼에 앉아 있는 작은 달팽이가 편안한 안락을 누리는 걸 그림으로써, 현대인이 누리는 물질적 안락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이는 잠시 예약된 안락일 뿐이라는 걸 우화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투과와 반사가 요란하고 빛의 굴절이 현란한 유리컵의 물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빨강과 노란 빛깔의 비늘을 한 찬란한 관상용 고기와 황금빛과 에메랄드 빛깔을 하고 톱니바퀴나 스푼에 의지하고 있는 개구리를 빌려서는 최후의 집행유예를 즐기는 현대인의 찰나의식을 우화로 보여준다. 상품화된 오브제를 보존하는 데는 흔히 실크를 사용핟스이, 실크를 빌려 요란한 형상을 하고 있는 뿔 달린 곤충을 감싼 건 애석하지만, 잠시 요람에서의 잠을 즐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에둘러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아름답고 화려한 물질적 안락을 누리지만, 이는 우리의 불안한 현존재의 운명에 다름 아니라는 거다. 화려한 외관으로 치장하고 행복을 구가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생명마저 투자해야 하는 왜소한 인간 존재의 가벼움은 배가될 뿐이라는 걸 거의 근작들은 완곡히 보여준다. 그리고 현존재의 이러한 정황은 예약된 운명에 다름 아니라는 메시지를 근작들은 절절히 전달한다.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하기 위해 작은 것들과 끊임 없이 사투를 벌인다. 그들의 그늘진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은 물론, 무생명한 물질들의 차갑고 섬광을 발하는 현란한 표면을 묘파하는 데 심혈을 쏟는다. 그는 이를 위해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과 싸워야 하고 작은 생명체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그의 근작들은 그야말로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헌사를 빌려 굴절된 현대의 인간상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운다. 작은 것들이 갖는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무한한 공감을 표함과 동시에, 현대사회의 물질화에 대해서는 힐난의 시선을 번뜩인다. 그는 이 두 개의 가치들의 교점에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우뚝 세운다.
그의 근작들은 그럼으로써, 생명의 신비를 예찬하고 현대인의 탈생명적 물질의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의 근작전이 갖고 있는 키워드가 이것이다.
김복영(미술평론가)
Nothing.Life.Object, 97x145cm, Oil on canvas, 2017
Nothing.Life.Object, 130x194cm, Oil on canvas, 2013
Nothing.Life.Object, 130x194cm, Oil on canvas, 2016
Nothing.Life.Object, 182x291cm, Oil on canvas, 2022
김영성(金暎性) Kim Youngsung
199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9 호반 아트리움, 광명
2016 레드씨 갤러리, 브리즈번
2014 COOHAUS ART, 뉴욕
2013 가나인사이트센터, 서울
2008 갤러리 K, 서울
1998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대구 문화예술회관, 대구
1997 도올 아트타운, 서울
등 20여회
아트페어 및 단체전
2023 All that Realism_한만영에서 윤위동까지 2부, 갤러리나우, 서울
2022 재현과 재연: Highlight, 롯데갤러리, 동탄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21 Best Of, 펠릭스 횔러 갤러리, 비엔나
2020 Clear Vision, MOCA LI, 뉴욕
ARTLIFE FEST, Moscow Manege, 모스크바
2019 Abstraction vs. Realsim, VW Contemporary, 코네티컷
Mixed Media, Menier Gallery, 런던
2018 빛나는 순간, 클레이아크 미술관, 김해
HYPERREALISM, Museu Del Tabac, 안도라
아시아 컨템포러리, 롱 뮤지엄, 상해
2017 SEE: 새로운 형상,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A Sustaining Life, 워터폴 갤러리, 뉴욕
2016 Winter Show 2016, 플러스 원 갤러리, 런던
극사실주의 : 살아 숨쉬다, 현대아트센터, 울산
Summer Show, 갤러리 발렌틴, 뉴욕
2015 김구림, 김영성 이인전, OCI 미술관, 서울
Fermented Souls, 워터폴 갤러리, 뉴욕
ART 2015-World Top Art Masters special booth, 타이페이무역센터, 타이페이
2014 ABFA 극사실주의 그룹전, 앤써니 브루넬리 파인아트, 뉴욕
FEEL LIFE, 워터폴 갤러리, 뉴욕
어락도展, 내설악 예술인촌 공공미술관, 인제
2013 북서울미술관 개관전, 북서울미술관, 서울
토끼와 거북이, 양평 군립미술관, 양평
아트햄튼, 베네핏 길드 홀, 뉴욕
화랑미술제, COEX, 서울
2012 극사실주의 회화: 낯설은 일상,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마니프 서울 국제아트페어, 예술의 전당, 서울
2011-2013 KIAF, COEX, 서울
2011 FINE ART ASIA 2011, 홍콩 컨벤션센터, 홍콩
THE FIRST 展, 성남아트센터, 성남
Collection & Collection 4, 여의도 신한 PB, 서울
2010-2012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 전당, 서울
2009 대한민국 선정 작가전,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2007 Rest : Take 展, 갤러리 로얄, 서울
2022-2004 동아미술제,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
1997 세계를 향한 현대 미술전 형상의 파장전,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1996 한국 현대 미술의 물결, 중앙 예술가 하우스, 모스크바
등 100여회
수상
1997 MBC 미술대전 ‘장려상’
뉴-프론티어 공모전 ‘우수상’
현대 조각 공모대전 ‘특선’
1996 대한민국 청년 비엔날레 ‘대한민국 청년작가상’
동아미술제 ‘회화부 특선, 조각부 특선’
중앙 비엔날레 ‘평면부문 입선’
MBC 한국 구상 조각대전 ‘입선’
등 30여회
작품소장
서울 시립미술관, Long Museum, Art Retreat Museum, OCI미술관 등
Nothing.Life.Object, 138x138cm, Oil on canvas, 2022
"Poems for the minimal and small Things "
KIM YOUNG SUNG
무(無) -상실, 공허, 허무
생(生) -생물, 생활, 생존
물(物) -물리, 물건, 물질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인해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표현하는 연작으로 생(生)과 물(物)의 오브제가 공존하는 현상을 광고사진의 느낌 또는 연극적으로 연출하여 이를 냉철하게 분석해 나가고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 현대인의 허무함 등을 표현하고 인간들의 생명경시 풍토를 드러내 본다.
어려서부터 자연에서 대했던 생물들, 채집 또는 구입하여 함께 했던 동물들의 구조적인 아름다움, 신비한 색채들, 거기에서 오는 감흥과 기억들. 일상의 미미한 존재들로여겨지다가 어느 순간 눈길을 멈추게 하고 사색하게 만들고 마는 자그마한 생명체들. 생(生)의 메타포로 등장하는 곤충, 물고기, 개구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에서 그리고 우리 안에 어항 속에 있어야 할 동물들을 실크 천위나 유리통 속에 금속 식기 위에 배치하여 이질적이지만 억지로 공존하는 듯한 형상이 만들어 진다. 물(物)의 메타포로 올려 진 천, 유리, 금속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캔버스 위에서 그들의 광채와 투영, 반사, 굴절 등의 특성으로 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문명에서 생물의 의미나 존재 가치는 무엇인지, 인간이 생각하는 생물은 어떤 의미인지? 같은 환경 동시간대에 존재하지만 항상 상위지배구조 속에 식용 내지는 관상용으로 대하는 생물들. 그 존재들도 확실히 한 생명체로서 존재 의미와 가치가 있음에도 우리 인간들은 나름대로 정한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만 분명한 목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이러한 구조가 인간과 인간, 조직과 인간,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형성된다. 생물인 인간이 하나의 기능적인 물건으로 여겨지고 사용되기도 한다.
실크 천위에 상품처럼 진열된 듯한 곤충, 뚜껑이 덮인 유리통 속의 물고기, 금속 수저 위의 개구리. 정지된 순간의 겉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모델로서 그 동물들의 입장은 매우 답답하고 극도로 불안한 상태일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듯 보여 지나 누군가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고 갑갑한 공간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은 내용의 의미 전달이나 현존하는 아름다운 생명체들의 기록이 될 수 있는 냉철하면서도 회화적인 작품이 탄생될 수 있도록 매일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을 써 가며 조그만 동물들과 끝없는 사투를 벌인다.
김영성
Nothing.Life.Object, 90x145cm, Oil on canvas, 2022
Nothing.Life.Object, 65x100cm, Oil on canvas, 2019
Nothing (無) - Loss, Void, Nihilism
Life (生) - Organisms, Living, Existence
Object (物) - Physics, Materials, Matters
This series express the modern society where lives are threatened and many things have been disappeared due to the advanced development of material civilizations. The coexistence of objects representing Life (生) and Object (物) is shown as a piece of advertisement or a theatrical piece to analyze and depict the phenomenon cold-heartedly to express the desolation of modern society and nihilism of modern people and to reveal humans' negligence of life.
The structural beauty and mystic colors of living organisms or animals I either found or gathered in nature or purchased as a child gave me pleasure and memories. The tiny living things that are usually considered trivial existences in life yet make me stop for a while to contemplate.
These are insects, fish, frogs, etc that appear as the metaphors of Life (生). I transferred animals that should be in nature, in cages, or in fish tanks onto silk fabric, into glass bottles, or onto metal dishes to create images where they are foreign and forced to coexist with others. The fabric, glass, and metal, the metaphors of Object (物), show their physical properties through shine, projection, reflection, or refraction in front of the camera or in the canvas.
What is the meaning or value of living organisms in the modern civilization? What is the meaning of living organisms to humans? They exist with us in the same environment, but they are always faced as food or decorative elements in a lower hierarchy. Despite that they are living things with meaning and value of existence, the humans only use them for clear purposes when we have certain reasons. In the modern society, this structure is applied to the relationships between men, men and organization, or men and society. Humans, a living organism, is sometimes considered and used as a functional object.
The insects displayed on silk fabric, fish in a covered glass bottle, and frog on a metal spoon. They look beautiful, colorful, and stable in the captured moment, but the animals must have experienced highly stressful and anxious state as models. Humans today adorn themselves beautifully and seem to be living happy, stable lives, but their lives do not seem to be any different from the state of these animals as they are struggling to survive in a confined space that is completely exposed to others. I use tens of small brushes and insatiably struggle with small animals every night to create such cold-hearted yet painterly artworks that can convey this meaning or capture the beauty of living organisms.
Kim Youngsung
김영성, Nothing.Life.Object, 90x145cm, Oil on canvas, 2013
작은 것들에 대한 헌사
김영성의 근작 [無•生•物]
작가 김영성의 근작들에는 아주 작은 생명체들이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큰 것들을 제치고 작은 것들,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낸다. 그는 이들을 자신의 침대 가까이에 두고 이들과 삶을 공유하고 있다. 먹이를 제때에 공급하는 건 물론 생존에 필요한 알맞은 환경을 배려한다. 크게 보아 2천 년대 중반부터다. 애초(2006~)에는 뿔이 요란한 작은 곤충과 지내더니, 어느 사이엔가 물고기(2009~)로 바꾸었다. 근자에는 달팽이와 개구리(2011~)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작품 명제는 이름하여 <무•생•물>이다. ‘보잘 것 없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생명 없는 물체’라는 걸 차례로 열거하여 명제로 한 것이다.
그가 요즘 다루는 생명체는 확대경으로 보아야 실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이다. 작은 티스푼 위에 정갈한 자세로 앉아 있는 달팽이는 제법 엄숙하다. 유리 물 컵 안에서 유영을 즐기는 반짝이는 비늘을 한 빨강색 관상어의 생김새는 찬연하고 보석 같다. 무늬가 요란한 황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의젓한 군자 같다. 그는 이것들의 길이를 10~50배, 면적율 100~2500배 크기로 확대해서 그렸다. 그림에서는 일상의 크기로 보이나, 알고 보면 작은 것들임을 실감할 수 있다.
일찍이 작가는 큰 것들보다는 참을 수 없이 작은 것들에 연민을 가져왔다. 우아미를 자랑하는 나비류 보다는 구조가 입체적이면서 아기자기하고 섬찟한 작은 것들에 주목했다. 그 이전, 1990년대의 탐색기에는 비교적 큰 것들을 그렸다. 뒤엉켜 으깨진 인체와 오브제의 파편들, 아니면 필드에서 운동중인 남녀 골퍼들을 그리다가, 이들에 대한 시선을 접고 2천 년대부터는 미소한 것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의 근작들은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라 할 수 이따. 그의 작업노트가 이를 말해준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다. 하나는 생명현상의 메타포로서 작은 것들의 특이한 구조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평소에는 미미한 존재였으나, 어느 순간 우리의 눈길을 끌면서 불현 듯 시선을 사로잡는 아주 작은 것들이 종종 생명에 대한 외경을 촉발한 때 경이로움이 야기되는 걸 컨셉으로 도입하려는 데서다. 그가 작은 것들을 등장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문명의 물질화와 더불어 살아있는 셩맹체 보다는 기계와 같은 무생명한 것들, 요컨대 기능적인 것들을 과대평가하는 풍조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려는 데 있다. 이 또한 그의 근작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간간이자 전제가 되고 있다.
이를 배경에 두고 제작한 작품들로 김영성은 야심찬 근작전을 펼친다. 그의 시선이 그래서 범상치 않다. 일견 범인의 눈으로서는 머나먼 대척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작은 것들을 지고의 세계로 격상시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사회와 물화로 인한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인간 존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데 뜻이 있다. 그의 시각에서는,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작은 미물들마저 누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방기하는 우를 범한다. 이는 인간 스스로가 한낱 물로서의 존재로 격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겉으로는 당당한 것 같으나, 속내는 실체를 상실한 미소한 존재요, 없음과 진배없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자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나아가 오늘의 인간은 자신의 미소한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미소한 생명체들이 물질의 틈새를 전전하며 살 듯이, 물질에 의탁함으로써 존재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미소해진 인간의 정황을 그리는게 그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의 이면을 나는 그린다. 생과 물이 공존하는 걸 다루는 건 그 하나의 방법이다. 광고사진이나 연극을 연출하듯이, 작은 것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실존의 허무를 그린다.
(근작 작업노트에서 번안)
그는 이 정황을 그리기 위해, 부드러운 실크, 유리 용기, 금속 수저, 톱니바퀴와 같은 강인한 물질들을 등장시켜 작은 생명체들의 지지체로 삼는다. 그가 다루는 지지체들은 실크처럼 반사가 적어 부드러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반사가 큰 것들이다. 빛의 투과와 굴절이 크고 강한 게 특징이다. 실크는 고급하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현대인의 선호 일등 품목이다. 견고하고 투명한 유리와 금속은 현대인이 의존하고 잇는 광범위한 물질성을 대변한다. 이것들이야 말로 현대 기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가능케 하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것들을 티끌에 지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의 의지 처이자 은물로 도입하고 묘사한다. 현대사회의 ‘물화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를 정교하고도 치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스텐레스 티스푼에 앉아 있는 작은 달팽이가 편안한 안락을 누리는 걸 그림으로써, 현대인이 누리는 물질적 안락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이는 잠시 예약된 안락일 뿐이라는 걸 우화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투과와 반사가 요란하고 빛의 굴절이 현란한 유리컵의 물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빨강과 노란 빛깔의 비늘을 한 찬란한 관상용 고기와 황금빛과 에메랄드 빛깔을 하고 톱니바퀴나 스푼에 의지하고 있는 개구리를 빌려서는 최후의 집행유예를 즐기는 현대인의 찰나의식을 우화로 보여준다. 상품화된 오브제를 보존하는 데는 흔히 실크를 사용핟스이, 실크를 빌려 요란한 형상을 하고 있는 뿔 달린 곤충을 감싼 건 애석하지만, 잠시 요람에서의 잠을 즐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에둘러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아름답고 화려한 물질적 안락을 누리지만, 이는 우리의 불안한 현존재의 운명에 다름 아니라는 거다. 화려한 외관으로 치장하고 행복을 구가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생명마저 투자해야 하는 왜소한 인간 존재의 가벼움은 배가될 뿐이라는 걸 거의 근작들은 완곡히 보여준다. 그리고 현존재의 이러한 정황은 예약된 운명에 다름 아니라는 메시지를 근작들은 절절히 전달한다.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하기 위해 작은 것들과 끊임 없이 사투를 벌인다. 그들의 그늘진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은 물론, 무생명한 물질들의 차갑고 섬광을 발하는 현란한 표면을 묘파하는 데 심혈을 쏟는다. 그는 이를 위해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과 싸워야 하고 작은 생명체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그의 근작들은 그야말로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헌사를 빌려 굴절된 현대의 인간상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운다. 작은 것들이 갖는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무한한 공감을 표함과 동시에, 현대사회의 물질화에 대해서는 힐난의 시선을 번뜩인다. 그는 이 두 개의 가치들의 교점에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우뚝 세운다.
그의 근작들은 그럼으로써, 생명의 신비를 예찬하고 현대인의 탈생명적 물질의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의 근작전이 갖고 있는 키워드가 이것이다.
김복영(미술평론가)
Nothing.Life.Object, 97x145cm, Oil on canvas, 2017
Nothing.Life.Object, 130x194cm, Oil on canvas, 2013
Nothing.Life.Object, 130x194cm, Oil on canvas, 2016
Nothing.Life.Object, 182x291cm, Oil on canvas, 2022
김영성(金暎性) Kim Youngsung
199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9 호반 아트리움, 광명
2016 레드씨 갤러리, 브리즈번
2014 COOHAUS ART, 뉴욕
2013 가나인사이트센터, 서울
2008 갤러리 K, 서울
1998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대구 문화예술회관, 대구
1997 도올 아트타운, 서울
등 20여회
아트페어 및 단체전
2023 All that Realism_한만영에서 윤위동까지 2부, 갤러리나우, 서울
2022 재현과 재연: Highlight, 롯데갤러리, 동탄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21 Best Of, 펠릭스 횔러 갤러리, 비엔나
2020 Clear Vision, MOCA LI, 뉴욕
ARTLIFE FEST, Moscow Manege, 모스크바
2019 Abstraction vs. Realsim, VW Contemporary, 코네티컷
Mixed Media, Menier Gallery, 런던
2018 빛나는 순간, 클레이아크 미술관, 김해
HYPERREALISM, Museu Del Tabac, 안도라
아시아 컨템포러리, 롱 뮤지엄, 상해
2017 SEE: 새로운 형상,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A Sustaining Life, 워터폴 갤러리, 뉴욕
2016 Winter Show 2016, 플러스 원 갤러리, 런던
극사실주의 : 살아 숨쉬다, 현대아트센터, 울산
Summer Show, 갤러리 발렌틴, 뉴욕
2015 김구림, 김영성 이인전, OCI 미술관, 서울
Fermented Souls, 워터폴 갤러리, 뉴욕
ART 2015-World Top Art Masters special booth, 타이페이무역센터, 타이페이
2014 ABFA 극사실주의 그룹전, 앤써니 브루넬리 파인아트, 뉴욕
FEEL LIFE, 워터폴 갤러리, 뉴욕
어락도展, 내설악 예술인촌 공공미술관, 인제
2013 북서울미술관 개관전, 북서울미술관, 서울
토끼와 거북이, 양평 군립미술관, 양평
아트햄튼, 베네핏 길드 홀, 뉴욕
화랑미술제, COEX, 서울
2012 극사실주의 회화: 낯설은 일상,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마니프 서울 국제아트페어, 예술의 전당, 서울
2011-2013 KIAF, COEX, 서울
2011 FINE ART ASIA 2011, 홍콩 컨벤션센터, 홍콩
THE FIRST 展, 성남아트센터, 성남
Collection & Collection 4, 여의도 신한 PB, 서울
2010-2012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 전당, 서울
2009 대한민국 선정 작가전, 서울 시립미술관, 서울
2007 Rest : Take 展, 갤러리 로얄, 서울
2022-2004 동아미술제,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
1997 세계를 향한 현대 미술전 형상의 파장전,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1996 한국 현대 미술의 물결, 중앙 예술가 하우스, 모스크바
등 100여회
수상
1997 MBC 미술대전 ‘장려상’
뉴-프론티어 공모전 ‘우수상’
현대 조각 공모대전 ‘특선’
1996 대한민국 청년 비엔날레 ‘대한민국 청년작가상’
동아미술제 ‘회화부 특선, 조각부 특선’
중앙 비엔날레 ‘평면부문 입선’
MBC 한국 구상 조각대전 ‘입선’
등 30여회
작품소장
서울 시립미술관, Long Museum, Art Retreat Museum, OCI미술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