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120x120cm, 한지에 채색, 2022
“The world of childhood and longing”
KIM IN OK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의 세계
최근 들어 김인옥의 화풍이 더욱 세련되면서 양식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기다림의 미학’ 혹은 ‘동심의 세계’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화풍은 화려하나 결코 야하지 않는 색채감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그런 김인옥의 화풍을 요약하자면 나무의 표현에 있어서 원과 삼각형으로 귀결된다. 기실 작가에게 있어서 개성이 두드러지는 화풍의 수립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보는 것과 같은 독특한 화풍의 수립은 각고의 수련 끝에 얻어진 성과일 것이다. 같은 나무며 꽃이되 이제까지 발표된 양식과는 다른 양식을 창출하는 일은 그래서 그것이 곧 작가의 생명으로 간주될 만큼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김인옥은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독자적인 채색화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한지에 수간채색으로 작업을 하는 김인옥은 재료의 특성상 나타날 수 있는 채도의 저하를 잘 극복하고 화사하면서도 선명도 높은 색상을 발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축적되는 붓질을 통해 탄탄한 형태를 구축해 나간다. 그러한 그의 행위는 세공(細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노동집약적이다. 원래의 수간채색이란 것이 특성상 노동집약적이지만 김인옥의 작업은 그 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작가의 세계에 대한 비전을 심어 넣는다. 그 비전이란 것을 요약하자면 앞서 언급했듯이 ‘기다림의 미학’이자 ‘동심의 세계’인 것이다.
김인옥의 그림에서 이 ‘기다림의 미학’은 아주 오래 전 살림집이 있는 서울과 작업실이 있는 양평의 항금리를 오가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는 이 두 곳을 왕래하면서 ‘기다림’이란 모티브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 ‘기다림’을 상징하는 것이 곧 기차와 버스다. 그래서 김인옥의 화면에는 삼각형의 나무들이 줄 지어 서있는 숲 저편에 작게 보이는 기차와 버스가 자주 등장한다. 가는 연기를 내뿜으며 평원을 달리는 기차가 암시하는 기다림의 율조, 곧 아련한 서정이 한 편의 영화 장면처럼 촉촉이 화면을 적시고 있다. 그 때 그런 김인옥의 그림은 곧 한편의 시에 다름 아니다. ‘그림은 시와 같이’란 말이 있듯이, 시와 그림이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김인옥의 작품세계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김인옥이 구가하는 세계는 그런 의미에서 현실을 초월한 세계이다.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을 떠나 피폐해진 영혼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세계, 김인옥은 그런 세계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방식을 취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그 자신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과감한 형태의 왜곡을 거쳐 단순화에 이른 것이다. 사물의 단순화란 사물의 복잡다기한 형태들을 가지치기하여 본질에 육박하는 행위가 아닌가. 그런 작가적 비전은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이제 명료한 삼각형과 원의 형태로 상징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송이의 소담한 수국 혹은 솜사탕이나 막대사탕을 연상시키는 나무의 상징화는 김인옥 회화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근작에서 그것들은 어린 요정들이 사는 동화 속의 나라가 되고 있다. ‘동심의 세계’란 상상 속의 이 작은 왕국을 요약한 것이다. 그 동그란 나무들은 어느 땐 숲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땐 작은 어린 왕자들이 사는 막대사탕 나무가 되기도 한다. 황금나무의 숲인가 하면 소담하고 탐스런 솜사탕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 모두는 현실을 초월한 풍경들이다.
김인옥의 수간채색 작업은 색가(色價)가 맑고 청아한 것이 특징이다. 청색과 녹색, 연한 핑크색, 밝은 주황색들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몽상의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 상상력이 물 조리 속에 가득 담긴 둥근 나무들, 솜사탕처럼 포근한 숲에 사는 작은 요정의 왕국을 탄생시킨다. 푸른 잔디밭은 작은 꽃들로 가득 장식돼 있고, 줄지어 서있는 나무숲에는 작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이 작디작은 세계는 곧 큰 세계의 축소판이다. 그 나무숲 위로는 흰 구름이 둥실 떠다닌다. 김인옥은 이 목가적인 풍경이 매료돼 오랜 세월 동안 전원 풍경을 그려왔다. 화풍의 특성상 그것들 역시 현실을 초월한 세계처럼 보이는데 이는 김인옥의 회화가 지닌 중심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다. 즉 구체적인 사건이 즐비하게 일어나는 현실세계를 초월한 이상적인 세계, 곧 심상 속의 세계가 바로 김인옥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기다림, 73x91cm, 한지에 채색, 2023
김인옥이 추구하는 심상 속의 세계를 암시하는 또 하나의 풍경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이다. 이 그림 속에 묘사된 집들은 나무보다 훨씬 작게 표현돼 있다. 그래서 그것은 마치 어린 왕자들이 사는 집처럼 보인다. 이처럼 현실이 도치된 세계는 김인옥의 심상 그림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동심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 세계 속에 거침없이 사는 작가적 상상력을 잘 나타내는 사례이다.
“<기다림> 연작은 원래 일상적 사물을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것 또한 90년대 초반부터 김인옥이 끈기 있게 다루어온 작업 경향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연작은 소재 면에서 볼 때, 빨래가 널린 전원 풍경이나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실내 풍경, 혹은 꽃이 소담하게 담긴 화병이 초원을 배경으로 놓여져 있는 타입으로 구분된다. 어느 것이나 여성의 섬세한 시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써 대상에 대한 작가의 서정적인 감성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다.”
위 인용문은 2천년대 초반에 김인옥의 개인전에 즈음하여 필자가 쓴 서문의 한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그 후 다시 십 여 년이 흘렀다. 그 십년 동안 김인옥은 특유의 친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시선으로 자연과 주변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근작전은 그 동안의 성과를 잘 말해주고 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기다림, 55x135cm, 한지에 채색, 2023
A utopian world that transcends reality
Recently, there has been a strong tendency of stylization in the art of Kim In ok as her style becomes more sophisticated. Her style, that could be summed up as ‘aesthetics of waiting’ or ‘children’s world’, is expressed in a color sensation that is never sensual even if showy. To take a succinct example of the style of Kim In ok, a tree is expressed with circles and triangles. In fact, considering the fact that establishing a style with distinct individuality is not at all an easy job for an artist, the unveiling unique style that we witness in her art must be the result of a great deal of hard work and training. Stylizing natural objects such as trees and flowers with projection of the artist’s vision means a differentiation from other artists. The same trees and flowers are created in a different style from those in print is thus considered so important as to be regarded as the life of an artist. From that point of view, Kim In ok succeeds in consolidating her position as a unique artist of colored pictures.
Kim In ok works on traditional Korean paper with powder color in which she succeeds to express beautiful colors with high clarity, overcoming a possible decline in chroma due to the characteristics of the material. She constructs a firm style through a continuous brush work. Such act of the artist is almost labor-intensive that associates with the expression of workmanship. Indeed, powder coloring is characteristically labor-intensive, but the work of Kim In ok does not stop there, as her artworks have a vision of the artist implanted in them. That vision could be summarized as the ‘aesthetics of waiting’ or ‘children’s world’ as mentioned earlier.
This ‘aesthetics of waiting’ in the paintings of Kim In ok was born in the process of her travelling between two places long time ago; between Seoul where she lived and Hanggeum-ri, Yang-pyeong where her work place was. While commuting between these two places, she obtained the motif of ‘waiting’. The symbols for ‘waiting’ are trains and buses. Therefore, there is often a small train or a bus on the other side of the wood where triangular trees line up in her paintings. The train that runs across the field with a thin smoke in the air insinuates the tune of waiting, which is unfolded like a scene from a movie with soft lyrics, giving an impression of moist screen. Such paintings of hers could be interpreted as poetry. As there is an expression, ‘a painting is like a poem’, Kim In ok’s art world could be characterized as poetry juxtaposed with painting side by side.
In that sense, the world the artist Kim In ok pursues is a world transcending reality. A world where a weary soul from a complex and tiresome reality could be consoled; that is the world Kim In ok may be pursuing. In order to pursue that world, the artist knows very well that she should not just copy and paint the reality as it is. Therefore, she chose to use a radical distortion of the reality to reach the simplicity. Isn’t simplification an act of reaching the essence by pruning complicated and multifarious forms of objects? Such artistic vision is now symbolized with clear triangles and circles undoubtedly after having gone through a long training period.
It has long become her trademark to symbolize a tree as if it remind you full-petalled hydrangea or candy floss or a lollipop, but in her latest artworks, it has become a fairy land where little fairies live. The expression of ‘children’s world’ sums up this little kingdom. Those round trees are sometimes transformed into a woodland, and at some other time become a tree with lollipops in which little princes dwell. At one time they become a golden woodland, but at another time they become trees with plenty of candy flosses instead of fruits. All these scenes transcend the reality.
The characteristics of powder coloring of Kim In ok are the clarity and purity in the color value. They show a dreamy world on the base of blue, green, light pink and bright orange. Those are based on the power of imagination that is unique in the artist herself. Such power of imagination creates round trees filling the watering can and a little fairy land in a woodland as cozy as candy flosses. Green meadows are decorated with plenty of small flowers, and there are little birds flying around in the wood where trees are lined up. This tiny world is the microcosm of a bigger world. Above the trees, there are white clouds in the sky. Kim In ok was attracted by this kind of pastoral scenes long ago and has painted idyllic landscape for a long time. Her artistic characteristics indicate those paintings to be regarded as a world transcending reality and this is one of the central characteristics of her artworks. In other hand, It is an ideal world, a utopia, that transcends the real world where concrete events happen one after another, and such a utopia, a world in our heart, could be said to be the world that Kim In on pursues.
기다림, 150x150cm, 한지에 채색, 2022
Another kind of scenery that alludes the inner world Kim In ok pursues shows small houses in the middle of a woodland. The houses described in those paintings look as though there are little princes living in. As we can see from these paintings, a world inverted with reality tells us the artistic characteristics of Kim In ok. They symbolically express the ‘children’s world’ and it is another good example of the artist’s power of imagination that explores that world.
“The serial of ‘waiting’ contains artworks which describe daily objects with a delicate eye of a woman. This trend is again one of Kim In ok’s long traditions of artworks that goes back to the beginning of 90s. This serial has different types of scenery from the material point of view, including the hanging laundry in a pastoral scene, and indoor scene with curtains drawn or a flower vase with pleasant blossoms with green meadows in the background. Each one of those paintings express the artist’s lyrical sentiment towards the objects with a delicate female viewpoint.”
The above quote is from the book I wrote in the early 2000s when Kim In ok was having a private exhibition. Ten years have passed since then, and during that time Kim has further transformed the nature and her neighborhood with her unique closeness and loving eyes into her paintings. This exhibition of her latest artworks tells very well the success of that period.
Youn Jin seop (art critic/ professor at Honam University)
기다림, 131x194cm, 한지에 채색, 2023
기다림, 100x200cm, 한지에 채색, 2022
풍경, 그 서정성과 자연의 조형
김인옥의 회화는 전형적인 동양화의 채색 작품이다. 비록 그의 그림이 깊은 정신성을 요구하는 붓과 먹의 수묵화는 아니더라도 그의 회화는 자연과 사람의 정신세계를 조용하게 담아낸다. 기본적으로 채색을 중심으로 하는 김인옥의 회화는 자연에 대한 통찰과 사색으로 완결된다… 작가는 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채색과 조형성으로 새롭고 탄탄한 구성력의 화면을 시도했다. 특히 이러한 화풍은 동일한 장소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양하면서 풍부한 색채로 구체화 시키고 있다. <항금리 가는 길> 연작과 서정적인 정취로 자연을 가깝게 하는 그림 <기다림> 연작 등은 그러한 형식에 도달한 작가의 의지가 성공적으로 드러난 화풍이다.
김종근(미술평론가)
기다림, 50x120cm, 한지에 채색, 2022
Landscape, the formative of Lyricism and nature
Kiminok’s drawing is typical oriental color painting. Though Her picture is not traditional painting of brush and black ink with deep spirituality, the painting calmly presents the soul of nature and the human- being. Basically, her painting’s coloring is completed by insight and speculation about nature. … Kim in-ok tried a new and solid structure through coloring and formativeness seeing nature warmly. In particular, this style of painting embodies spring, summer, autumn, and winter in the same place in various and rich colors. <The Way to Hanggeum-ri> series and the series of paintings <Waiting> that bring nature closer with a lyrical atmosphere are paintings that successfully reveal the artist's will to reach such a format.
Kim, chong-geun(Art Critic)
기다림, 91x73cm, 한지에 채색, 2023
기다림, 91x73cm, 한지에 채색, 2023
기다림, 73x61cm, 한지에 채색, 2023
기다림, 55x135cm, 한지에 채색, 2023
김인옥 (B.195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3 갤러리 두 (서울)
2022 더 라라 갤러리 (서울)
2021 블랙스톤 갤러리 (이천)
2020 류미재 아트파크 (양평)
2017 예술의전당 (서울)
2014 류미재 아트파크 (양평)
2012 인사갤러리 (서울)
2011 WITHSPACE 갤러리 (베이징)
2010 광주아트페어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2009 갤러리미소, 초이갤러리 (서울)
2009 WITHSPACE 갤러리 (베이징)
2007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5 ART.COM CENTER GALLERY (뉴저지, 미국)
200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04 이목화랑 (서울)
2003 북경국제예술전람회 (북경무역중심, 북경)
2001 가산화랑 (화랑미술제, 서울)
2000 갤러리 포커스 (화랑미술제, 서울)
1999 가산화랑 (서울)
1996 갤러리 포커스 (서울)
1994 오원화랑 (대전)
1993 무진화랑 (서울)
1993 현대아트 갤러리 (서울)
1986 윤갤러리 (서울)
외 300여 회의 그룹전 참여
소장
KB금융, 삼성화재, 홍익대학교 박물관, 외교통상부, 주중한국대사관, 양평군립미술관, 용인민속촌미술관, 청송미술관, 대웅제약, 우원디자인, 퍼시스본사, (주)두현, 프라임 드마리스, 푸른 그룹, (주)두란노, 월간에세이, 삼광콜렉션, 구삼뮤지엄, 미래에셋, 프라임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Marathon Asset Management (뉴욕) 외 다수
교육 경력
강남대학교, 강릉대학교, 고려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홍익대학교 강사
수상
1979 국전 입선
1992 미술대전 특선
기다림, 120x120cm, 한지에 채색, 2022
“The world of childhood and longing”
KIM IN OK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의 세계
최근 들어 김인옥의 화풍이 더욱 세련되면서 양식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기다림의 미학’ 혹은 ‘동심의 세계’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화풍은 화려하나 결코 야하지 않는 색채감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그런 김인옥의 화풍을 요약하자면 나무의 표현에 있어서 원과 삼각형으로 귀결된다. 기실 작가에게 있어서 개성이 두드러지는 화풍의 수립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보는 것과 같은 독특한 화풍의 수립은 각고의 수련 끝에 얻어진 성과일 것이다. 같은 나무며 꽃이되 이제까지 발표된 양식과는 다른 양식을 창출하는 일은 그래서 그것이 곧 작가의 생명으로 간주될 만큼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김인옥은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독자적인 채색화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한지에 수간채색으로 작업을 하는 김인옥은 재료의 특성상 나타날 수 있는 채도의 저하를 잘 극복하고 화사하면서도 선명도 높은 색상을 발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축적되는 붓질을 통해 탄탄한 형태를 구축해 나간다. 그러한 그의 행위는 세공(細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노동집약적이다. 원래의 수간채색이란 것이 특성상 노동집약적이지만 김인옥의 작업은 그 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작가의 세계에 대한 비전을 심어 넣는다. 그 비전이란 것을 요약하자면 앞서 언급했듯이 ‘기다림의 미학’이자 ‘동심의 세계’인 것이다.
김인옥의 그림에서 이 ‘기다림의 미학’은 아주 오래 전 살림집이 있는 서울과 작업실이 있는 양평의 항금리를 오가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는 이 두 곳을 왕래하면서 ‘기다림’이란 모티브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 ‘기다림’을 상징하는 것이 곧 기차와 버스다. 그래서 김인옥의 화면에는 삼각형의 나무들이 줄 지어 서있는 숲 저편에 작게 보이는 기차와 버스가 자주 등장한다. 가는 연기를 내뿜으며 평원을 달리는 기차가 암시하는 기다림의 율조, 곧 아련한 서정이 한 편의 영화 장면처럼 촉촉이 화면을 적시고 있다. 그 때 그런 김인옥의 그림은 곧 한편의 시에 다름 아니다. ‘그림은 시와 같이’란 말이 있듯이, 시와 그림이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김인옥의 작품세계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김인옥이 구가하는 세계는 그런 의미에서 현실을 초월한 세계이다.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을 떠나 피폐해진 영혼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세계, 김인옥은 그런 세계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방식을 취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그 자신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과감한 형태의 왜곡을 거쳐 단순화에 이른 것이다. 사물의 단순화란 사물의 복잡다기한 형태들을 가지치기하여 본질에 육박하는 행위가 아닌가. 그런 작가적 비전은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이제 명료한 삼각형과 원의 형태로 상징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송이의 소담한 수국 혹은 솜사탕이나 막대사탕을 연상시키는 나무의 상징화는 김인옥 회화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근작에서 그것들은 어린 요정들이 사는 동화 속의 나라가 되고 있다. ‘동심의 세계’란 상상 속의 이 작은 왕국을 요약한 것이다. 그 동그란 나무들은 어느 땐 숲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땐 작은 어린 왕자들이 사는 막대사탕 나무가 되기도 한다. 황금나무의 숲인가 하면 소담하고 탐스런 솜사탕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 모두는 현실을 초월한 풍경들이다.
김인옥의 수간채색 작업은 색가(色價)가 맑고 청아한 것이 특징이다. 청색과 녹색, 연한 핑크색, 밝은 주황색들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몽상의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 상상력이 물 조리 속에 가득 담긴 둥근 나무들, 솜사탕처럼 포근한 숲에 사는 작은 요정의 왕국을 탄생시킨다. 푸른 잔디밭은 작은 꽃들로 가득 장식돼 있고, 줄지어 서있는 나무숲에는 작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이 작디작은 세계는 곧 큰 세계의 축소판이다. 그 나무숲 위로는 흰 구름이 둥실 떠다닌다. 김인옥은 이 목가적인 풍경이 매료돼 오랜 세월 동안 전원 풍경을 그려왔다. 화풍의 특성상 그것들 역시 현실을 초월한 세계처럼 보이는데 이는 김인옥의 회화가 지닌 중심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다. 즉 구체적인 사건이 즐비하게 일어나는 현실세계를 초월한 이상적인 세계, 곧 심상 속의 세계가 바로 김인옥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기다림, 73x91cm, 한지에 채색, 2023
김인옥이 추구하는 심상 속의 세계를 암시하는 또 하나의 풍경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이다. 이 그림 속에 묘사된 집들은 나무보다 훨씬 작게 표현돼 있다. 그래서 그것은 마치 어린 왕자들이 사는 집처럼 보인다. 이처럼 현실이 도치된 세계는 김인옥의 심상 그림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동심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 세계 속에 거침없이 사는 작가적 상상력을 잘 나타내는 사례이다.
“<기다림> 연작은 원래 일상적 사물을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것 또한 90년대 초반부터 김인옥이 끈기 있게 다루어온 작업 경향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연작은 소재 면에서 볼 때, 빨래가 널린 전원 풍경이나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실내 풍경, 혹은 꽃이 소담하게 담긴 화병이 초원을 배경으로 놓여져 있는 타입으로 구분된다. 어느 것이나 여성의 섬세한 시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써 대상에 대한 작가의 서정적인 감성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다.”
위 인용문은 2천년대 초반에 김인옥의 개인전에 즈음하여 필자가 쓴 서문의 한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그 후 다시 십 여 년이 흘렀다. 그 십년 동안 김인옥은 특유의 친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시선으로 자연과 주변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근작전은 그 동안의 성과를 잘 말해주고 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기다림, 55x135cm, 한지에 채색, 2023
A utopian world that transcends reality
Recently, there has been a strong tendency of stylization in the art of Kim In ok as her style becomes more sophisticated. Her style, that could be summed up as ‘aesthetics of waiting’ or ‘children’s world’, is expressed in a color sensation that is never sensual even if showy. To take a succinct example of the style of Kim In ok, a tree is expressed with circles and triangles. In fact, considering the fact that establishing a style with distinct individuality is not at all an easy job for an artist, the unveiling unique style that we witness in her art must be the result of a great deal of hard work and training. Stylizing natural objects such as trees and flowers with projection of the artist’s vision means a differentiation from other artists. The same trees and flowers are created in a different style from those in print is thus considered so important as to be regarded as the life of an artist. From that point of view, Kim In ok succeeds in consolidating her position as a unique artist of colored pictures.
Kim In ok works on traditional Korean paper with powder color in which she succeeds to express beautiful colors with high clarity, overcoming a possible decline in chroma due to the characteristics of the material. She constructs a firm style through a continuous brush work. Such act of the artist is almost labor-intensive that associates with the expression of workmanship. Indeed, powder coloring is characteristically labor-intensive, but the work of Kim In ok does not stop there, as her artworks have a vision of the artist implanted in them. That vision could be summarized as the ‘aesthetics of waiting’ or ‘children’s world’ as mentioned earlier.
This ‘aesthetics of waiting’ in the paintings of Kim In ok was born in the process of her travelling between two places long time ago; between Seoul where she lived and Hanggeum-ri, Yang-pyeong where her work place was. While commuting between these two places, she obtained the motif of ‘waiting’. The symbols for ‘waiting’ are trains and buses. Therefore, there is often a small train or a bus on the other side of the wood where triangular trees line up in her paintings. The train that runs across the field with a thin smoke in the air insinuates the tune of waiting, which is unfolded like a scene from a movie with soft lyrics, giving an impression of moist screen. Such paintings of hers could be interpreted as poetry. As there is an expression, ‘a painting is like a poem’, Kim In ok’s art world could be characterized as poetry juxtaposed with painting side by side.
In that sense, the world the artist Kim In ok pursues is a world transcending reality. A world where a weary soul from a complex and tiresome reality could be consoled; that is the world Kim In ok may be pursuing. In order to pursue that world, the artist knows very well that she should not just copy and paint the reality as it is. Therefore, she chose to use a radical distortion of the reality to reach the simplicity. Isn’t simplification an act of reaching the essence by pruning complicated and multifarious forms of objects? Such artistic vision is now symbolized with clear triangles and circles undoubtedly after having gone through a long training period.
It has long become her trademark to symbolize a tree as if it remind you full-petalled hydrangea or candy floss or a lollipop, but in her latest artworks, it has become a fairy land where little fairies live. The expression of ‘children’s world’ sums up this little kingdom. Those round trees are sometimes transformed into a woodland, and at some other time become a tree with lollipops in which little princes dwell. At one time they become a golden woodland, but at another time they become trees with plenty of candy flosses instead of fruits. All these scenes transcend the reality.
The characteristics of powder coloring of Kim In ok are the clarity and purity in the color value. They show a dreamy world on the base of blue, green, light pink and bright orange. Those are based on the power of imagination that is unique in the artist herself. Such power of imagination creates round trees filling the watering can and a little fairy land in a woodland as cozy as candy flosses. Green meadows are decorated with plenty of small flowers, and there are little birds flying around in the wood where trees are lined up. This tiny world is the microcosm of a bigger world. Above the trees, there are white clouds in the sky. Kim In ok was attracted by this kind of pastoral scenes long ago and has painted idyllic landscape for a long time. Her artistic characteristics indicate those paintings to be regarded as a world transcending reality and this is one of the central characteristics of her artworks. In other hand, It is an ideal world, a utopia, that transcends the real world where concrete events happen one after another, and such a utopia, a world in our heart, could be said to be the world that Kim In on pursues.
기다림, 150x150cm, 한지에 채색, 2022
Another kind of scenery that alludes the inner world Kim In ok pursues shows small houses in the middle of a woodland. The houses described in those paintings look as though there are little princes living in. As we can see from these paintings, a world inverted with reality tells us the artistic characteristics of Kim In ok. They symbolically express the ‘children’s world’ and it is another good example of the artist’s power of imagination that explores that world.
“The serial of ‘waiting’ contains artworks which describe daily objects with a delicate eye of a woman. This trend is again one of Kim In ok’s long traditions of artworks that goes back to the beginning of 90s. This serial has different types of scenery from the material point of view, including the hanging laundry in a pastoral scene, and indoor scene with curtains drawn or a flower vase with pleasant blossoms with green meadows in the background. Each one of those paintings express the artist’s lyrical sentiment towards the objects with a delicate female viewpoint.”
The above quote is from the book I wrote in the early 2000s when Kim In ok was having a private exhibition. Ten years have passed since then, and during that time Kim has further transformed the nature and her neighborhood with her unique closeness and loving eyes into her paintings. This exhibition of her latest artworks tells very well the success of that period.
Youn Jin seop (art critic/ professor at Honam University)
기다림, 131x194cm, 한지에 채색, 2023
기다림, 100x200cm, 한지에 채색, 2022
풍경, 그 서정성과 자연의 조형
김인옥의 회화는 전형적인 동양화의 채색 작품이다. 비록 그의 그림이 깊은 정신성을 요구하는 붓과 먹의 수묵화는 아니더라도 그의 회화는 자연과 사람의 정신세계를 조용하게 담아낸다. 기본적으로 채색을 중심으로 하는 김인옥의 회화는 자연에 대한 통찰과 사색으로 완결된다… 작가는 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채색과 조형성으로 새롭고 탄탄한 구성력의 화면을 시도했다. 특히 이러한 화풍은 동일한 장소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양하면서 풍부한 색채로 구체화 시키고 있다. <항금리 가는 길> 연작과 서정적인 정취로 자연을 가깝게 하는 그림 <기다림> 연작 등은 그러한 형식에 도달한 작가의 의지가 성공적으로 드러난 화풍이다.
김종근(미술평론가)
기다림, 50x120cm, 한지에 채색, 2022
Landscape, the formative of Lyricism and nature
Kiminok’s drawing is typical oriental color painting. Though Her picture is not traditional painting of brush and black ink with deep spirituality, the painting calmly presents the soul of nature and the human- being. Basically, her painting’s coloring is completed by insight and speculation about nature. … Kim in-ok tried a new and solid structure through coloring and formativeness seeing nature warmly. In particular, this style of painting embodies spring, summer, autumn, and winter in the same place in various and rich colors. <The Way to Hanggeum-ri> series and the series of paintings <Waiting> that bring nature closer with a lyrical atmosphere are paintings that successfully reveal the artist's will to reach such a format.
Kim, chong-geun(Art Critic)
기다림, 91x73cm, 한지에 채색, 2023
기다림, 91x73cm, 한지에 채색, 2023
기다림, 73x61cm, 한지에 채색, 2023
기다림, 55x135cm, 한지에 채색, 2023
김인옥 (B.195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3 갤러리 두 (서울)
2022 더 라라 갤러리 (서울)
2021 블랙스톤 갤러리 (이천)
2020 류미재 아트파크 (양평)
2017 예술의전당 (서울)
2014 류미재 아트파크 (양평)
2012 인사갤러리 (서울)
2011 WITHSPACE 갤러리 (베이징)
2010 광주아트페어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2009 갤러리미소, 초이갤러리 (서울)
2009 WITHSPACE 갤러리 (베이징)
2007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5 ART.COM CENTER GALLERY (뉴저지, 미국)
200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04 이목화랑 (서울)
2003 북경국제예술전람회 (북경무역중심, 북경)
2001 가산화랑 (화랑미술제, 서울)
2000 갤러리 포커스 (화랑미술제, 서울)
1999 가산화랑 (서울)
1996 갤러리 포커스 (서울)
1994 오원화랑 (대전)
1993 무진화랑 (서울)
1993 현대아트 갤러리 (서울)
1986 윤갤러리 (서울)
외 300여 회의 그룹전 참여
소장
KB금융, 삼성화재, 홍익대학교 박물관, 외교통상부, 주중한국대사관, 양평군립미술관, 용인민속촌미술관, 청송미술관, 대웅제약, 우원디자인, 퍼시스본사, (주)두현, 프라임 드마리스, 푸른 그룹, (주)두란노, 월간에세이, 삼광콜렉션, 구삼뮤지엄, 미래에셋, 프라임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Marathon Asset Management (뉴욕) 외 다수
교육 경력
강남대학교, 강릉대학교, 고려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홍익대학교 강사
수상
1979 국전 입선
1992 미술대전 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