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 Min Byung Hun <새>


2020년 10월 07일(수) - 11월 04일(수) 


한국 현대 사진을 대표하는 사진가 민병헌의 개인전 <새>가 11월 10일부터 12월 2일까지 갤러리나우에서 열린다. 민병헌은 아날로그 방식(Gelatin Silver Print)의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만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진가이다.  


이번 갤러리나우에서 처음 공개되는 ‘새’ 시리즈는 지금까지 민병헌 작가가 지난 수십 년 간 작업 해온 눈 덮인 산, 안개 낀 도시와 들녘의 하늘, 갈대 숲 등 자연 풍경과는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 ‘새’ 시리즈는 일률적인 광선 상태를 피하고 블랙과 화이트를 한 화면 담은 콘트라스트가 강한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독특한 감성으로 창조 된 이번 ‘새’ 연작은 그의 다른 시리즈 작품 보다 더 감동적이며 희귀하다.


민병헌 작가는 처음 기록된 이미지에 인위적 조작을 가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사진을 찍었을 때 자신이 보았던 것, 느꼈던 감각, 그렇지만 이제는 사라져버린 그 느낌을 인화지에 재생시키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이 어떤 것을 느끼는 찰나를 기다리고, 자신의 무의식이 명령하는 그 순간 마침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다시 암실로 돌아와 현상과 인화 작업을 거치며 그 찰나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자연이 거기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거기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지거나, 모습을 바꾸면, 우리는 그제 서야 거기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오로지 결핍의 순간에만 다시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대단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 사소한 것,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들에 관심을 두고자 하며, 그것들을 정말 몸소 느낀다”. 이렇게 민병헌 작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음미하고 느끼며, 자연과 일체가 되는 자신만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민병헌의 흑백 작품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듯, 시간의 밖에 놓여 있는 듯, 사적이고 은밀함 속에 격리된 것 같다. 비단처럼 윤택하고 은은한 회색조와 부드러운 종이의 질감은 시적이고 세련된 그의 창작 세계를 한층 더 강화시키며,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여백의 느낌, 보이지 않는 언어가 배태 되어 있는듯한 깊고 감동적인 미감을 뿜어낸다.

오늘날 동시대 많은 작가들이 디지털 사진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서 극도의 섬세함으로 이뤄진 민병헌 작가의 작품은 자연을 관찰하는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인간의 감성이 더해져 잊혀진 감성들을 다시 떠오르게 하며 인간본연의 고여있는 내재율을 끌어올리는 명상과 내적 성찰의 순간을 제공한다.


새는 자연이지만 동물이다. 지금까지 자연만을 주제로 작업을 한 민병헌 작가가 ‘새’ 연작에 매진한 것은 100년이 넘은 군산의 고택에 정착한 이후였다. 작가 스스로도 굉장히 재미있고 독특한 작업이라고 한 ‘새’ 시리즈는 자연 속에 있는 새를 자연 그 자체로 섬세하게 포착한 작가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전시는 20여 년전부터 작업된 빈티지 프린트부터 최근작까지 민병헌과 지난한 시간을 함께한 그의 주옥같은 암실에서의 감동적이고 귀한 작업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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