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0일(화) - 12월 02일(수)


                       



수묵화 같은 아날로그 흑백 사진으로 한국 현대 사진을 대표하는 사진 작가 민병헌의 개인전 <새>展 이 11월 10일부터 12월 2일까지 갤러리나우에서 개최된다. 민병헌 작가는 아날로그 방식(Gelatin Silver Print)의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만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진가이다.

민병헌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면 ‘희미함’이란 단어가 맨 처음 떠오르고, 흐르는 시간, 지금은 사라져버린 잊혀졌던 감각들이 느껴진다. 그는 동양적이며 동시에 서구적 회화 전통에 기반을 둔 채 ‘자연’을 주제로 연작 작업을 이어왔다. 눈 덮인 산야, 안개 낀 도시와 들녘의 하늘, 갈대 숲, 어둠, 나신(裸身)등 실재 현실의 풍경은 그의 ‘순간 포착’으로 담겼고, 그리고 섬세하고 덧없는 감동의 추상화로 발현된 독특한 이미지로 창조된다.

작가의 관심사는 자연의 변형, 예를 들어 식물, 비, 바람, 폭풍, 눈, 피어나고 사라지는 안개 등에 대한 그만의 재해석을 통해 작업에 이른다. “자연이 거기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거기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지거나, 모습을 바꾸면, 우리는 그제 서야 거기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오로지 결핍의 순간에만 다시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대단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 사소한 것,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들에 관심을 두고자 하며, 그것들을 정말 몸소 느낀다”. 이렇게 민병헌 작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음미하고 느끼며, 자연과 일체가 되는 자신만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처음 기록된 이미지에 인위적 조작을 가하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사진을 찍었을 때 자신이 보았던 것, 느꼈던 감각, 그러나 이제는 사라져버린 그 느낌을 생생히 재생시키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이 감각은 무한히 작은 것, 만질 수 없는 어떤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 작가는 자신이 어떤 것을 느끼는 찰나를 기다리고, 자신의 무의식이 명령하는 그 순간 마침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다시 암실로 돌아와 현상과 인화 작업을 거치며 그 찰나의 경험을 재차 반복하는 것이다.

민병헌의 흑백 작품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듯, 시간의 밖에 놓여 있는 듯, 사적이고 은밀함 속에 격리된 것 같다. 비단처럼 윤택하고 은은한 회색조와 부드러운 종이의 질감은 시적이고 세련된 그의 창작 세계를 한층 더 강화시키며, 마치 한 폭의 수묵화 여백의 느낌, 보이지 않는 언어가 배태 되어 있는듯한 깊고 감동적인 미감을 뿜어낸다.
오늘날 동시대 많은 작가들이 디지털 사진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서 극도의 섬세함으로 이뤄진 민병헌 작가의 작품은 자연을 관찰하는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인간의 감성이 더해져 잊혀진 감성들을 다시 떠오르게 하며 인간본연의 고여있는 내재율을 끌어올리는 명상과 내적 성찰의 순간을 제공한다.

이번<새>展은 민병헌 작가의<새>연작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가 100년 이상 된 군산의 고택에 정착한 이후 자신의 작품들 속에 항상 새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새롭게 시작한 작업으로,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는 작가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인 새를 어떻게 완성도 있게 작품에 담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의 감동적이며 지난한 시간과 함께 한 그의 암실 작업들을 날것으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의 작품 일부는 20여년전부터 작업된 빈티지 프린트를 만날 수 있는 귀한 자리로 역동적으로 때로는 정적으로 자연 속에 있는 새의 모습을 포착한 민병헌 작가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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