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중심 - 막촌 - 막 움직이는 촌락]展

2017.8.15 - 8.29

움직이는 중심 - 막 움직이는 촌락

이진경의 작업에 기울이는 나의 관심은 인간과 인간, 또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의 공존과 조화, 대립과 배제의 결합들을 기술하는 독특한 방식 때문이다. 그녀의 작업을 통해 그녀의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삶에서 모든 존재들-이때 존재란 인간은 물론이고 식물과 동물, 도구와 의례부터 그리고 천체까지도 포함되는 넓은 범주다-이 어떻게 배열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얼핏 체계나 일관성 없이 뒤죽박죽, 임기응변으로 맺어진 듯한 관계를 드러내는 이진경의 그림들은 천천히, 완전한 연결망을 드러내곤 한다. 특히 저항이나 재난이 일어나는 지점에서는 모든 존재들의 다양한 존재조건을 떠올리며 이리저리 연결고리를 탐색해야만 그녀가 믿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세계가 그려진다. 그녀가 그린 세계에서 이미 익숙한 것과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또는 이미 전시되어 보여 준 작업과 전시에서 새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 구조, 논리로 구분하는 것, 즉 유동성도 잃고 기동성도 없이 딱딱하게 응고된 중심을 가늠대로 사용하는 것은 그래서 무의미하다.
모든 작품이라고 할 수 없더라도 이진경의 작품들 대부분은 미술언어가 조작해내는 특수한 예술신화, 그리고 그 신화에 의해 농락당하는 전문적 예술가의 모습과 논쟁하지 않는다. 아무 어려움 없이 연속적으로 ‘예술세계’에 통합되고, 그 광대한 예술세계에 단편적으로 기입됨으로써 예술가 존재를 보장받는 이 닫힌 단지에 곧장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진경의 작업은 나날의 일상에 몸담고 살아가는 이들과 연루되고 얽힐 여지가 전혀 없는 예술계, 예술단지로부터 안전한 보호를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땀과 수고 없이 이동하는 미와 예술의 관념에 기대어 설명하거나 증명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진경의 작업은 불안정하고 번잡하고 구불구불한 움직임으로, 인위적이고 관념적인 예술 확장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에서 이미 확인된 필요들에 부응한다. 그녀의 작업이 오래되었으나 늘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고귀한)예술과 (세속적인)삶 사이의 구획의 확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필요에 따라 부응하는 예술의 배열선들을 무수하게 그려냄으로써 결코 종결될 것 같지 않는 삶, 생명의 예감을 전달하기 때문인 듯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진경 외에도 제품이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여러 난장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아마도 적절한 안락을 구비한 배 안에서 세상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구경꾼들은 아닐 것이다. 엄격한 평가와 진단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위상을 부여하고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한 시도를 꾀하는 이들도 아닐 것이다. 사회적 강제가 우위를 차지하는, 자기 자신을 억압하고 불행하게 만들면서도 사이비 모험가가 되어 투명하고 자명한 환상 속에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정상을 오르는 이들도 아닐 것이다. 광장에서 비껴 서 있지 않고, 자신들의 작업장을 경유하면서, 자신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삶을 딱딱하게 응고시켜 버리지 않는, 또 다른 이진경, 많은 움직이는 중심들을 만날 수 있다.

임정희



나는 나인가?
나는 그리고 쓰고 노래한다.
나는 나와 함께 하는 당신이다.
관계는 인연법이라 마음을 일으키니
일이 생기고 잠시 함께 하고
모습을 달리해
다시 일으킨다.
알 수 있을까?
모른다.
그저 잠시 함께 불 가까이 모인다.
살아 있다는 것
끊임없이 서로
생성하는 것이다.
멈추는 것이 죽음이라면
만나기를 모이기를 그만두는 것이
휴식이거나 소멸이거나
죽음이겠다.
그래 살아 있으니 모이고
들썩이고 놀기로 했다.
많은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우린 모여 이야기를 길게 나눌 것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죽지 않을 것이다.

2017년 8월 9일

이진경


이진경은 1967년 10월 19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도쿄 현대미술관 12명의 세계 작가 선정.
금호미술관, 일본 도쿄 현대미술관, 예술의 전당,
성곡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북 도립미술관,
영국 Asia House와 Wolverhampton Art Gallery
등에서 여러 번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2002년부터 '쌈지길'아트티렉터로 활동하며
로고 공간 디자인 및 '이진경체'폰트를 제작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작업하며 살고 있다.

개인전
2017년 움직이는 중심-막 움직이는 촌락, 갤러리나우, 서울
2016년 움직이는 중심-또다시 휴머니티 첫번째 기획전, 서호미술관, 남양주시
2015년 아리아라리- 이태원, 백해영 갤러리, 서울
2007년 앞산, 갤러리 쌈지, 서울
1998년 나에게 간, 금호미술관, 서울
외 17 회

단체전
2017년 청구영언, 한글박물관, 서울
2015년 백제의 재발견, 전북도립미술관, 전주
2015년 한국여성미술제, 전북도립미술관, 전주
2015년 마치 달처럼, 롯데갤러리, 서울
2015년 아트광주 12, 김대중 컨벤션센터, 광주
2015년 나날이 살아가다 project 1-신도시아파트, 레이안 이스트팰리스, 분당
2015년 진도소리-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신세계갤러리, 서울, 광주
2015년 드로잉다이어리, 신세계갤러리, 광주, 서울, 인천
2015년 인생이여 고마워요,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대전
2009년 Trance Real – My Hometown 나의 살던 고향, Asia House, 런던, 영국
2008년 부산갈매기 ‘낭비’ – 바다미술제, 부산비엔날레, 부산
2000년 리바이벌, 인더루프, 서울
외 45 회

기획/제작
2017년 원불교 대각개교절 법등축제 기획
2017년 ‘오메 어찌까’ with 전라도닷컴’, 굿모닝 내과 BI 제작, 광주
2017년 서울시 농부시장 ‘농부처럼’ 아트디렉터, 광화문, 서울
2017년 ‘막 움직이는 촌락’ 기획 및 진행, 광화문, 서울
2013년 동대문 프로젝트 ‘개나리상회’ ‘상가월령가’, 아트디렉터, 서울
2009-2013년 쌈지농부,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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