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agi 001,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04
"One small object"
KIM SOO KANG
김수강은 세상의 작은 사물들과 조우한 기억, 그 만남을 사진의 갈피 안에 품는다. 그것은 일회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 모든 것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자의 눈망울 속에 잠긴 풍경이다. 일상이 소요와 산책, 관찰과 느릿한 시선들의 산책 속에서 겨우 건져 올려진 것들이다. 그 풍경은 고독하고 다소 아련하다. 작고 소소하지만 우리네 일상 속에서 함께 하고 있는 대상들을 적막하게 떠올려 보여준다. 우리는 늘상 그 대상들을 보았지만 단 한번도 그것 자체를 하나의 고귀한 존재로 바라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김수강의 사진은 새삼 우리가 보고 접해왔던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다시 보게 하고 다시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오로지 사진만이 한 사물, 대상을 그토록 오랫동안 응시하게 해주는 힘이 있음을 그녀의 사진은 탁월하게 증거한다.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 아래 도구화되거나 사물화 된 대상들을 홀연 단독으로 위치시켜 그 사물에 부여된 선험적인 인식이나 관계의 끈들을 끊어내고 오로지 그것 자체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배려가 있다.
정지된 시간 속에, 막막한 공간 속에 홀로 남아 관자의 눈에 다가오는 이 사물들은 마치 의인화된 대상들처럼 자리한다. 몽당연필, 휴지, 옷핀, 우표, 돌멩이, 속옷, 접시, 보자기 등등의 사물을 고즈넉하고 무심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작은 사물, 하나의 대상만이 적막하게 존재한다. 본래의 형태를 가만 부감시켜 줄 뿐인데 그 위로 아주 오래도록 그 사물을 응시한 결과물로서의 침전과 관조가 내려앉아 종이, 인화지의 피부를 물들이고 있다. 작고 가볍고 흔한 이 일상의 사물을 가볍게 놓여져 세상과의 연관성을 지우고 홀연히 고독하다. 그러나 그 사물들 역시 자신의 생애를 보여주고 이런 저런 기억과 상처를 드러낸다. 그것들은 분명 그렇게 존재한다. 사진은 그 존재성을 각인시키는 훌륭한 도구다. 그렇지만 모든 사진이 그 존재성을 증거한다 하더라도 작가들마다 사진마다 존재성이 외화 되는 방식,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수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의 존재감, 사물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매체가 바로 사진이다.
사진은 분명 작가의 의지와 결단에 의해 대상을 찍게 되지만 그 선택의 결과물 안에는 미처 예기치 못한 상황성, 틈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사건’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 틈새에 의도적으로 개입하거나 첨가하는 것이 회화에는 없는 사진작업만의 묘미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의 사진에 대한 인식의 하나가 바로 세상과 작가 자신,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이랑 작가가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점에 있다.
사진은 미술처럼 작가라는 존재 자체의 독점적인 우선권과 권력이 주어지기보다는 불가피하고 필연적으로 주어진 사물, 세계와 그것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작가라는 두 관계가 빚어내는 결과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와 작가 사이에 부단히 빠져나가고 새버리는 틈,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과의 긴장이 유지되는데 바로 이 그 공모의 관계가 다름 아닌 사진 작업만의 매력인 셈이다. 그리고 이는 좀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과 유사한 점 역시 내재해있다. 우리들의 이 생애 역시도 이미 주어진 불가피한 부분과 우연적인 것, 예측하거나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들의 혼재로 점철되어 있다. 인생의 메타포로서의 이 같은 사진에 대한 인식은 김수강 작업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지점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그녀는 검 바이크로멧 (Gum Bichromate)기법으로 대상들을 건져 올린다. 대학시절 회화를 전공한 탓에 그녀의 사진은 다분히 회화스러운 맛이 있다. 이 맛은 방법론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검 바이크로멧이라는 19세기 프린트 기법으로 형상화된다. 작가는 꼬박 2-3일이 걸리는 인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농도와 질감을 끌어내기 위해, 담그고 칠하기를 거듭 반복한다. 이 수공예적인 손 작업은 사진이라는 기계적 매체와 수고로운 손의 노동을 요구하는 프린트 기법과의 만남 아래 가능해진다. 보통의 사진 작업이 촬영과 현상, 인화로 그 과정을 크게 설명할 수 있다면, 검 프린트는 촬영이 끝난 후 밀착을 위한 필름을 새로 만들고, 인화지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까다로움이 남아 있다.
아울러 물감이 섞인 유제를 바르고 마르기를 몇 번씩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는다. 그것은 기계복제로서의 사진의 간편함과 효율성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여전히 고전적이면서도 수공적이고 그런가 하면 회화도 아니고 판화나 사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선가 서식하는 기이한 중성의 지대에서 미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런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이미지로서 자존한다. 사실 이 작업은 상당히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다. 그것은 곧 수고로움과 인내심, 집중력을 요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냥 그 결과물의 느낌이나 그 과정 중에서 몸으로 해내는 과정이 맘에 드는 거예요. 이게 손으로 만져야 되는 일이거든요. 일일이 다 손으로 하고, 나를 거쳐야만 나오고. 나는 그런 것들이 되게 맘에 들어요."
나로서는 그녀의 사진이 보여주는 이 애매함, 모호한 중성의 느낌이 매력적이다.
대상의 진실이나 사실성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미감이나 주제를 재현하거나 드러내는 사진도 아니다. 특별히 선택되고 공들여 꾸민 사진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물을 자신의 감성의 결과 감각의 톤으로 슬그머니 올려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진이 자꾸 시선을 헛디디게 한다. 마음 한 켠이 모로 쏠리면서 그 사물과 독대하게 하고 그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새삼 이미지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박영택 (미술평론•경기대 미술경영학과 교수)
In the photographic work of Kim Sookang, one object exists alone, one small object. This is the result of her observation of objects for a long time, one that has led to an oeuvre that is calm, contemplative and solitary. She shoots, in black and white, the small, common, light objects surrounding us, and develops them into gum print. This particular technique, by allowing the artist to change colors frequently, stands at the frontier between painting and photography. In order to express the concrete objects, she exploits the power of photography. But when it comes to her unique feeling, it is the unique effect of the gum print that expresses it. More than anything else, Kim’s work can be expressed by calm and comfort, silence and moderation. A photo whose decoration and embellishment are eliminated is a still life in a void, where the context of the outside world is lost. So, although the things she presents are familiar objects from daily life, they seem strange to us. And, finally, this strangeness makes us aware of the existence of insignificant objects. It emphasizes the object and the world that was neglected and ignored, the forgetfulness in front of our eyes, and makes us not shout, but murmur its name. There is an umbrella and a stamp, and the moment we see them and say their names, the world finally exists. In effect, this square frame is not real space, but the contemplative space of the artists. Photography as a medium shows us what our eyes cannot do and shows us that it has a perceptive capacity that differs from our eyes. Our eyes never stare at an object for a long time. Although the familiar objects that we see in our daily lives are the same as what the artist sees, the object that the photo captures or the object that Kim sees is unique to the photo and to the artist, and is the history of a moment, a document of a place and time. The artist captures this world and this natural world by entering into the time of the photo, proving that they exist—sure of themselves—in silence and stillness. Photography, and in particular the photography of Kim Sookang, by placing us alone, in front of the object, is perhaps the only medium in which long moments of a calm existence are possible. In a time when concept and logic are erased, when drama and concept have disappeared, one object alone, without decoration or expression, remains and resists everything. We can see here a thoughtful interest resembling the attitude or readiness of the Oriental sage who understands the universe by contemplating its objects.
Bahk, Young-Taek (Art Critic, Professor at Gyeonggi University)
Soo kang Kim readily acknowledges that her subject matter is insignificant. Yet this is precisely what attracts her to the objects she photographs. She is not interested in things that already matter, that are perceived as important or profound. Instead, she is intrigued by the challenge of the mundane: how to turn a trivial object into something compelling; how to give it vitality and meaning. In some ways, working with existing objects is more straight-forward than starting with a blank slate, yet it also imposes limitations. Kim must re-imagine the object as something new and at the same time take into account all of its inherent physical constraints and cognitive associations. It is a complex puzzle of transformation. Kim undertakes this transformation in large part through a difficult photographic process—gum bichromate printing—that was used in the 19th century. In this process, the image is built up through many applications of photographic chemistry on non-photographic paper. In essence, the object is reconstructed, layer upon layer; its form remains intact, but its essential nature is altered. Ultimately, through Kim’s thoughtful reconsidering and reworking, the mundane becomes the sublime.
Martin H. McNamara (Director)
Dices, 37x50cm, Gum Bichromate Print, 2003
Buttons, 37x50cm, Gum Bichromate Print, 2003
Tape Measure, 37x50cm, Gum Bichromate Print, 2003
Cigarettes, 37x50cm, Gum Bichromate Print, 2003
Bojagi 002,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04
Bojagi 008,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04
Bojagi 014,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04
Flower & Zebra, 45x68cm, Gum Bichromate Print, 2012
Cherries,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18
Garlics,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8
Grapes,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8
Limes,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18
Mangosteens,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8
Strawberry,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8
Stones 07, 71x87cm, Gum Bichromate Print, 2008
White Vessel 004, 50x4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White Vessel 003, 50x4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White Vessel 005, 50x4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White Vessel 016, 50x6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White Vessel 024, 50x6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Towels 04,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14
Towels 06,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4
Towels 11,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4
김수강
1998 MFA in Photography, Pratt Institute, NY
1993 BFA in Painting, Department of Fine Art,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주요 개인전
2018 완전한 질서, 갤러리서이, 서울
2016 김수강 개인전, 서울아트스페이스, 부산
김수강 개인전, 레이블갤러리, 서울
2014 Towels, Shelf 공근혜갤러리, 서울
2008 Stones & Vessels, Gallery 339, 필라델피아, 미국
2007 김수강展 공근혜갤러리, 서울
2006 Whire Vessel, 공근혜갤러리, 서울
2005 김수강展, 박해영갤러리, 서울
2003 In My Hand, 성곡미술관, 서울
주요 단체전
2017 라벨과 미술의 연결고리, 레이블갤러리, 서울
Mixed Lights, 신세계갤러리, 서울
2016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이후 한국현대미술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Still life, 프린트베이커리, 서울
Selected edition: Art & Design, 신세계갤러리, 부산
2015 키친인 파타지, 호림아트센터, 서울
Gaze: Contemplative Mind to Objet, 갤러리 Huue, 싱가폴
한국현대사진 인 모스크바, Gallery of classic photography, 모스크바, 러시아
사진의 기술, 과천현대미술관, 과천
2014 제5회 국제현대사진페스티벌 ‘Different Dimension’,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미술관, 러시아
2013 파리스 포토, LA(파라마운트 픽쳐스), 캘리포니아
2011 관찰자의 시선, 조선화랑, 서울
2010 Seven Senses-Flux, 갤러리룩스, 서울
2009 한국 튀니지 수교 기념을 위한 한국 현대 미술전, 튀니지
Chaotic Harmony, Museum of Fine Arts Houston, Houston
Non-Table line, 자하미술관, 서울
2008 한국현대사진 60년展 1948-2008,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07 전통과 진보-그 딜레마를 묻다,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주요 소장처
휴스턴 미술관, 미국
Museet for Fotokunst, 덴마크
대림 현대 미술관, 서울
국립 현대 미술관, 미술 은행, 과천
신세계 백화점, 서울
신라 호텔, 서울
갤러리 잔다리, 서울
외 다수
Kim Soo Kang
Education
1998 MFA in Photography, Pratt Institute, NY
1993 BFA in Painting, Department of Fine Art,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Selected Solo Exhibition
2014 Towels | Shelf, Gallery Kong, Seoul
2008 Stones, Gallery Kong, Seoul
Stones & Vessels, Gallery 339, Philadelphia, USA
2007 Sookang Kim, Gallery Kong, Seoul
2006 White Vessel, Gallery Kong, Seoul
2005 Bojagi, Gallery Red Forest, Seoul
Sookang Kim, Paik Haeyoung Gallery, Seoul
2003 In My Hand, Sunggok Art Museum, Seoul
2000 Being, Gallery Lux, Seoul
1998 Trivial Stories, Gallery 2000, Seoul
1997 Odes to Things, Steuben West Gallery, New York, USA
1993 Rust, Gallery Indeco, Seoul
Selected Group Exhibition
2014 Trace-Sookang Kim & Sanggil Lee, Gallery Planet, Seoul
2013 Paris Photo, LA, Paramount Pictures Studios, Los angeles, USA
2012 More Photos about Buildings and Food, Gallery 339, Philadelphia, USA
2011 The Gaze of the Observer, Gallery Chosun, Seoul
Slow Tempo, JH Gallery, Seoul
Edition: Pop-Up, Interalia, Seoul
2010 Seven Senses-Flux, Gallery Lux, Seoul
2009 Light/Dark, Sepia International, New York, USA
Chaotic Harmony, Museum of Fine Arts Houston, TX / Santa Barbara Museum of Art, CA
Non-Table line, Zaha Museum, Seoul
2008 Beyond Definition, Interalia, Seoul
On Photography, Kwanhoon Gallery, Seoul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s 1948-2008,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Gwacheon
Seoul Photo Fair, COEX, Seoul
Up to the Minute, Korea Art Gallery, Busan
2007 Asian Contemporary Art Fair, Pier 92, New York, USA
Korean Contemporary Photographers 10, The Museum of Photography, Seoul
New Acquisition, Museum of Fine Arts Houston, Texas, USA
In & Out, 2x13 Gallery, New York, USA
2006 Korean Contemporary Artists 5, Gallery Kong, Seoul
Sepia at Seven, Sepia International, New York, USA
Summer Idylls, Gallery 339, Philadelphia, USA
Soft Landing, CAIS Gallery, Seoul
2005 Authenticity of Memory, Houston Center for Photography, Houston, USA
Scent of Daily life, Sun Gallery, Seoul
Tokyo Art Fair, Tokyo, Japan
Art Cologne, Koln, Germany
Shanghai Art Fair, Shanghai, China
Between Man and Place, Ssamzie Space, Seoul
2004 Image Utopia, KEPCO Art Gallery, Seoul
Object / Place / Process, Sepia International, New York, USA
Chicago Art Fair, Chicago, USA
A Praise for Still Life, Ilmin Museum of Art, Seoul
Umbra, Sunggok Art Museum, Yoo Art Space, Seoul
2003 Seoul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Bora, Art Center, Seoul
2002 Look into…, Gallery Sagan, Seoul
Stream, Gallery La Mer, Seoul
2001 Seoul Print Art Fair “Multi 21”, Seoul Art Center Gallery, Seoul
Old & New Camera works, Gallery Lux, Seoul
2000 Still Life, Dam Gallery, Seoul
Our Photography, Today's Spirit-The New Generation, Art Center, Seoul
1999 Through Their Own Eyes, Gallery Lux, Seoul / Gallery 051, Busan
Our Photography, Today's Spirit, Art Center, Seoul
Seoul Print Art Fair, Seoul Art Center Gallery, Seoul
1998 July Seven, Dam Gallery, Seoul
Saekdong-jogoli, Dong-A Gallery, Seoul
1996 Print Workshop, Engineering Hall, Brooklyn, USA
1993 Logos & Pathos-New Generation, Chung Nam Art Center, Seoul
New Generation, Paik Sang Gallery, Seoul
Chung. Mi. Yon Recommended Artists, Paik Sang Gallery, Seoul
1992 Korea Contemporary Print Art Fair, Art Center, Seoul
Moo Deung Art Festival, Kwangju City Art Museum, Kwangju
Collection
Museum of Fine Arts, Houston, USA
Museet for Fotokunst, Denmark
Daelim Contemporary Art Museum, Seoul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Art Bank, Gwacheon
and so on
Bojagi 001,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04
"One small object"
KIM SOO KANG
김수강은 세상의 작은 사물들과 조우한 기억, 그 만남을 사진의 갈피 안에 품는다. 그것은 일회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 모든 것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자의 눈망울 속에 잠긴 풍경이다. 일상이 소요와 산책, 관찰과 느릿한 시선들의 산책 속에서 겨우 건져 올려진 것들이다. 그 풍경은 고독하고 다소 아련하다. 작고 소소하지만 우리네 일상 속에서 함께 하고 있는 대상들을 적막하게 떠올려 보여준다. 우리는 늘상 그 대상들을 보았지만 단 한번도 그것 자체를 하나의 고귀한 존재로 바라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김수강의 사진은 새삼 우리가 보고 접해왔던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다시 보게 하고 다시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오로지 사진만이 한 사물, 대상을 그토록 오랫동안 응시하게 해주는 힘이 있음을 그녀의 사진은 탁월하게 증거한다.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 아래 도구화되거나 사물화 된 대상들을 홀연 단독으로 위치시켜 그 사물에 부여된 선험적인 인식이나 관계의 끈들을 끊어내고 오로지 그것 자체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배려가 있다.
정지된 시간 속에, 막막한 공간 속에 홀로 남아 관자의 눈에 다가오는 이 사물들은 마치 의인화된 대상들처럼 자리한다. 몽당연필, 휴지, 옷핀, 우표, 돌멩이, 속옷, 접시, 보자기 등등의 사물을 고즈넉하고 무심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작은 사물, 하나의 대상만이 적막하게 존재한다. 본래의 형태를 가만 부감시켜 줄 뿐인데 그 위로 아주 오래도록 그 사물을 응시한 결과물로서의 침전과 관조가 내려앉아 종이, 인화지의 피부를 물들이고 있다. 작고 가볍고 흔한 이 일상의 사물을 가볍게 놓여져 세상과의 연관성을 지우고 홀연히 고독하다. 그러나 그 사물들 역시 자신의 생애를 보여주고 이런 저런 기억과 상처를 드러낸다. 그것들은 분명 그렇게 존재한다. 사진은 그 존재성을 각인시키는 훌륭한 도구다. 그렇지만 모든 사진이 그 존재성을 증거한다 하더라도 작가들마다 사진마다 존재성이 외화 되는 방식,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수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의 존재감, 사물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매체가 바로 사진이다.
사진은 분명 작가의 의지와 결단에 의해 대상을 찍게 되지만 그 선택의 결과물 안에는 미처 예기치 못한 상황성, 틈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사건’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 틈새에 의도적으로 개입하거나 첨가하는 것이 회화에는 없는 사진작업만의 묘미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의 사진에 대한 인식의 하나가 바로 세상과 작가 자신,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이랑 작가가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점에 있다.
사진은 미술처럼 작가라는 존재 자체의 독점적인 우선권과 권력이 주어지기보다는 불가피하고 필연적으로 주어진 사물, 세계와 그것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작가라는 두 관계가 빚어내는 결과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와 작가 사이에 부단히 빠져나가고 새버리는 틈,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과의 긴장이 유지되는데 바로 이 그 공모의 관계가 다름 아닌 사진 작업만의 매력인 셈이다. 그리고 이는 좀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과 유사한 점 역시 내재해있다. 우리들의 이 생애 역시도 이미 주어진 불가피한 부분과 우연적인 것, 예측하거나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들의 혼재로 점철되어 있다. 인생의 메타포로서의 이 같은 사진에 대한 인식은 김수강 작업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지점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그녀는 검 바이크로멧 (Gum Bichromate)기법으로 대상들을 건져 올린다. 대학시절 회화를 전공한 탓에 그녀의 사진은 다분히 회화스러운 맛이 있다. 이 맛은 방법론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검 바이크로멧이라는 19세기 프린트 기법으로 형상화된다. 작가는 꼬박 2-3일이 걸리는 인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농도와 질감을 끌어내기 위해, 담그고 칠하기를 거듭 반복한다. 이 수공예적인 손 작업은 사진이라는 기계적 매체와 수고로운 손의 노동을 요구하는 프린트 기법과의 만남 아래 가능해진다. 보통의 사진 작업이 촬영과 현상, 인화로 그 과정을 크게 설명할 수 있다면, 검 프린트는 촬영이 끝난 후 밀착을 위한 필름을 새로 만들고, 인화지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까다로움이 남아 있다.
아울러 물감이 섞인 유제를 바르고 마르기를 몇 번씩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는다. 그것은 기계복제로서의 사진의 간편함과 효율성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여전히 고전적이면서도 수공적이고 그런가 하면 회화도 아니고 판화나 사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선가 서식하는 기이한 중성의 지대에서 미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런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이미지로서 자존한다. 사실 이 작업은 상당히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다. 그것은 곧 수고로움과 인내심, 집중력을 요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냥 그 결과물의 느낌이나 그 과정 중에서 몸으로 해내는 과정이 맘에 드는 거예요. 이게 손으로 만져야 되는 일이거든요. 일일이 다 손으로 하고, 나를 거쳐야만 나오고. 나는 그런 것들이 되게 맘에 들어요."
나로서는 그녀의 사진이 보여주는 이 애매함, 모호한 중성의 느낌이 매력적이다.
대상의 진실이나 사실성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미감이나 주제를 재현하거나 드러내는 사진도 아니다. 특별히 선택되고 공들여 꾸민 사진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물을 자신의 감성의 결과 감각의 톤으로 슬그머니 올려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진이 자꾸 시선을 헛디디게 한다. 마음 한 켠이 모로 쏠리면서 그 사물과 독대하게 하고 그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새삼 이미지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박영택 (미술평론•경기대 미술경영학과 교수)
In the photographic work of Kim Sookang, one object exists alone, one small object. This is the result of her observation of objects for a long time, one that has led to an oeuvre that is calm, contemplative and solitary. She shoots, in black and white, the small, common, light objects surrounding us, and develops them into gum print. This particular technique, by allowing the artist to change colors frequently, stands at the frontier between painting and photography. In order to express the concrete objects, she exploits the power of photography. But when it comes to her unique feeling, it is the unique effect of the gum print that expresses it. More than anything else, Kim’s work can be expressed by calm and comfort, silence and moderation. A photo whose decoration and embellishment are eliminated is a still life in a void, where the context of the outside world is lost. So, although the things she presents are familiar objects from daily life, they seem strange to us. And, finally, this strangeness makes us aware of the existence of insignificant objects. It emphasizes the object and the world that was neglected and ignored, the forgetfulness in front of our eyes, and makes us not shout, but murmur its name. There is an umbrella and a stamp, and the moment we see them and say their names, the world finally exists. In effect, this square frame is not real space, but the contemplative space of the artists. Photography as a medium shows us what our eyes cannot do and shows us that it has a perceptive capacity that differs from our eyes. Our eyes never stare at an object for a long time. Although the familiar objects that we see in our daily lives are the same as what the artist sees, the object that the photo captures or the object that Kim sees is unique to the photo and to the artist, and is the history of a moment, a document of a place and time. The artist captures this world and this natural world by entering into the time of the photo, proving that they exist—sure of themselves—in silence and stillness. Photography, and in particular the photography of Kim Sookang, by placing us alone, in front of the object, is perhaps the only medium in which long moments of a calm existence are possible. In a time when concept and logic are erased, when drama and concept have disappeared, one object alone, without decoration or expression, remains and resists everything. We can see here a thoughtful interest resembling the attitude or readiness of the Oriental sage who understands the universe by contemplating its objects.
Bahk, Young-Taek (Art Critic, Professor at Gyeonggi University)
Soo kang Kim readily acknowledges that her subject matter is insignificant. Yet this is precisely what attracts her to the objects she photographs. She is not interested in things that already matter, that are perceived as important or profound. Instead, she is intrigued by the challenge of the mundane: how to turn a trivial object into something compelling; how to give it vitality and meaning. In some ways, working with existing objects is more straight-forward than starting with a blank slate, yet it also imposes limitations. Kim must re-imagine the object as something new and at the same time take into account all of its inherent physical constraints and cognitive associations. It is a complex puzzle of transformation. Kim undertakes this transformation in large part through a difficult photographic process—gum bichromate printing—that was used in the 19th century. In this process, the image is built up through many applications of photographic chemistry on non-photographic paper. In essence, the object is reconstructed, layer upon layer; its form remains intact, but its essential nature is altered. Ultimately, through Kim’s thoughtful reconsidering and reworking, the mundane becomes the sublime.
Martin H. McNamara (Director)
Dices, 37x50cm, Gum Bichromate Print, 2003
Buttons, 37x50cm, Gum Bichromate Print, 2003
Tape Measure, 37x50cm, Gum Bichromate Print, 2003
Cigarettes, 37x50cm, Gum Bichromate Print, 2003
Bojagi 002,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04
Bojagi 008,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04
Bojagi 014,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04
Flower & Zebra, 45x68cm, Gum Bichromate Print, 2012
Cherries,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18
Garlics,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8
Grapes,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8
Limes,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18
Mangosteens,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8
Strawberry,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8
Stones 07, 71x87cm, Gum Bichromate Print, 2008
White Vessel 004, 50x4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White Vessel 003, 50x4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White Vessel 005, 50x4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White Vessel 016, 50x6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White Vessel 024, 50x60cm, Gum Bichromate Print, 2006
Towels 04, 90x73cm, Gum Bichromate Print, 2014
Towels 06,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4
Towels 11, 60x50cm, Gum Bichromate Print, 2014
김수강
1998 MFA in Photography, Pratt Institute, NY
1993 BFA in Painting, Department of Fine Art,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주요 개인전
2018 완전한 질서, 갤러리서이, 서울
2016 김수강 개인전, 서울아트스페이스, 부산
김수강 개인전, 레이블갤러리, 서울
2014 Towels, Shelf 공근혜갤러리, 서울
2008 Stones & Vessels, Gallery 339, 필라델피아, 미국
2007 김수강展 공근혜갤러리, 서울
2006 Whire Vessel, 공근혜갤러리, 서울
2005 김수강展, 박해영갤러리, 서울
2003 In My Hand, 성곡미술관, 서울
주요 단체전
2017 라벨과 미술의 연결고리, 레이블갤러리, 서울
Mixed Lights, 신세계갤러리, 서울
2016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이후 한국현대미술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Still life, 프린트베이커리, 서울
Selected edition: Art & Design, 신세계갤러리, 부산
2015 키친인 파타지, 호림아트센터, 서울
Gaze: Contemplative Mind to Objet, 갤러리 Huue, 싱가폴
한국현대사진 인 모스크바, Gallery of classic photography, 모스크바, 러시아
사진의 기술, 과천현대미술관, 과천
2014 제5회 국제현대사진페스티벌 ‘Different Dimension’,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미술관, 러시아
2013 파리스 포토, LA(파라마운트 픽쳐스), 캘리포니아
2011 관찰자의 시선, 조선화랑, 서울
2010 Seven Senses-Flux, 갤러리룩스, 서울
2009 한국 튀니지 수교 기념을 위한 한국 현대 미술전, 튀니지
Chaotic Harmony, Museum of Fine Arts Houston, Houston
Non-Table line, 자하미술관, 서울
2008 한국현대사진 60년展 1948-2008,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07 전통과 진보-그 딜레마를 묻다,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주요 소장처
휴스턴 미술관, 미국
Museet for Fotokunst, 덴마크
대림 현대 미술관, 서울
국립 현대 미술관, 미술 은행, 과천
신세계 백화점, 서울
신라 호텔, 서울
갤러리 잔다리, 서울
외 다수
Kim Soo Kang
Education
1998 MFA in Photography, Pratt Institute, NY
1993 BFA in Painting, Department of Fine Art,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Selected Solo Exhibition
2014 Towels | Shelf, Gallery Kong, Seoul
2008 Stones, Gallery Kong, Seoul
Stones & Vessels, Gallery 339, Philadelphia, USA
2007 Sookang Kim, Gallery Kong, Seoul
2006 White Vessel, Gallery Kong, Seoul
2005 Bojagi, Gallery Red Forest, Seoul
Sookang Kim, Paik Haeyoung Gallery, Seoul
2003 In My Hand, Sunggok Art Museum, Seoul
2000 Being, Gallery Lux, Seoul
1998 Trivial Stories, Gallery 2000, Seoul
1997 Odes to Things, Steuben West Gallery, New York, USA
1993 Rust, Gallery Indeco, Seoul
Selected Group Exhibition
2014 Trace-Sookang Kim & Sanggil Lee, Gallery Planet, Seoul
2013 Paris Photo, LA, Paramount Pictures Studios, Los angeles, USA
2012 More Photos about Buildings and Food, Gallery 339, Philadelphia, USA
2011 The Gaze of the Observer, Gallery Chosun, Seoul
Slow Tempo, JH Gallery, Seoul
Edition: Pop-Up, Interalia, Seoul
2010 Seven Senses-Flux, Gallery Lux, Seoul
2009 Light/Dark, Sepia International, New York, USA
Chaotic Harmony, Museum of Fine Arts Houston, TX / Santa Barbara Museum of Art, CA
Non-Table line, Zaha Museum, Seoul
2008 Beyond Definition, Interalia, Seoul
On Photography, Kwanhoon Gallery, Seoul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s 1948-2008,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Gwacheon
Seoul Photo Fair, COEX, Seoul
Up to the Minute, Korea Art Gallery, Busan
2007 Asian Contemporary Art Fair, Pier 92, New York, USA
Korean Contemporary Photographers 10, The Museum of Photography, Seoul
New Acquisition, Museum of Fine Arts Houston, Texas, USA
In & Out, 2x13 Gallery, New York, USA
2006 Korean Contemporary Artists 5, Gallery Kong, Seoul
Sepia at Seven, Sepia International, New York, USA
Summer Idylls, Gallery 339, Philadelphia, USA
Soft Landing, CAIS Gallery, Seoul
2005 Authenticity of Memory, Houston Center for Photography, Houston, USA
Scent of Daily life, Sun Gallery, Seoul
Tokyo Art Fair, Tokyo, Japan
Art Cologne, Koln, Germany
Shanghai Art Fair, Shanghai, China
Between Man and Place, Ssamzie Space, Seoul
2004 Image Utopia, KEPCO Art Gallery, Seoul
Object / Place / Process, Sepia International, New York, USA
Chicago Art Fair, Chicago, USA
A Praise for Still Life, Ilmin Museum of Art, Seoul
Umbra, Sunggok Art Museum, Yoo Art Space, Seoul
2003 Seoul International Art Fair, COEX, Seoul
Bora, Art Center, Seoul
2002 Look into…, Gallery Sagan, Seoul
Stream, Gallery La Mer, Seoul
2001 Seoul Print Art Fair “Multi 21”, Seoul Art Center Gallery, Seoul
Old & New Camera works, Gallery Lux, Seoul
2000 Still Life, Dam Gallery, Seoul
Our Photography, Today's Spirit-The New Generation, Art Center, Seoul
1999 Through Their Own Eyes, Gallery Lux, Seoul / Gallery 051, Busan
Our Photography, Today's Spirit, Art Center, Seoul
Seoul Print Art Fair, Seoul Art Center Gallery, Seoul
1998 July Seven, Dam Gallery, Seoul
Saekdong-jogoli, Dong-A Gallery, Seoul
1996 Print Workshop, Engineering Hall, Brooklyn, USA
1993 Logos & Pathos-New Generation, Chung Nam Art Center, Seoul
New Generation, Paik Sang Gallery, Seoul
Chung. Mi. Yon Recommended Artists, Paik Sang Gallery, Seoul
1992 Korea Contemporary Print Art Fair, Art Center, Seoul
Moo Deung Art Festival, Kwangju City Art Museum, Kwangju
Collection
Museum of Fine Arts, Houston, USA
Museet for Fotokunst, Denmark
Daelim Contemporary Art Museum, Seoul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Art Bank, Gwacheon
and s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