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eternity and moment(영원과 순간 사이), 138.1×96cm, Oil on canvas, 2021
"Eternality in time at standstill"
KIM SE JOONG
모든 만물의 근원이자 인간 생활과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은 예술 활동에 있어서 무한한 소재를 제공해 왔다. 예술가들은 자연을 대상으로 체험한 감동, 미의식 등을 예술로 창출해 내어 자신의 정서와 생각 등을 표현하였다.
자연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동양에서는 인간과 만물을 포함하여 그것을 생성 변화시키는 존재로서 근원적인 대상으로 보는데 반해, 서양에서는 인간에 의해 규정되며 형식이 부여되는 대상으로서 이해되었다. 이러한 차이점은 회화에서도 나타나는데, 동양회화의 주제가 되어왔던 자연과의 조화를 표현하기 위해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여 자신의 정신세계를 거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창조해 내는 과정을 고찰해 봄으로서 현대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감정들을 가시화 하는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보고자 하였다.
단순히 자연의 외적인 모방만이 아닌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세계를 초월한 그 배후에 존재하는 절대적이며 정신적인 가치를 지닌 영원한 대상으로써의 자연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단순한 재현만이 아닌 예술가의 주관과 감성에 의해 지각된 자연을 자신의 예술의지와 표현의지로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자연환경을 정복하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그 대자연의 혜택아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자연의 미를 인식하고 체험한 직관적 경험과 상상적 유추에 의한 경험으로 인간의 마음에 접근하여 대상의 내면세계를 표출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작품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해 가는 생명체로서 자연에서 영원한 생명성을 상징하는 돌(자연)을 통하여 동양의 자연관과 인간의 삶을 연계하여 생각함으로써 자연에 내재하는 인간의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삶의 긍정적의 의미를 모색해 보고자 함이 작품의 주된 의의이다.
자연에서 무한한 미적 영감을 얻음과 동시에 본인이 꿰뚫어 본 인간의 본질 및 현실세계를 상징과 은유의 체계로서 작품을 접근하였다. 즉 자연을 모티브로 출발하는 본인의 작업은 단순화된 자연의 이미지와 추가된 상징물들을 통해 ‘자연속의 인간’, ‘인간사회 속에서의 자연’이라는 상호 공존 관계의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담고자 하였다.
단순한 시선의 고정으로서 자연을 소유하고 가두려는 것이 아닌 감정의 주관성을 고백하거나 본인의 의도와 행위가 어떻게 자연과의 실제적인 관계에 놓이고, 더 나아가 그 속에서 상생(相生)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의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이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길은 없다. 그 만큼 내면의 길로 파고 들어가는 과정이 힘겹고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끝없는 노력과 함께 오늘도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자연과 동행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헛되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생명을 존중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세계관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시각적이며 감각적 경험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세중
김세중, Dream the Eternity(영원을 꿈꾸다), 111.6x68.5cm, Oil on canvas, 2015
The mother nature where everything was born and every person lives has been a never-drying source of art. Many artists were inspired by it and transformed and described their emotion into various forms of art. But the view differed from East to West. In the Orient, it has been considered the source and home of every human and every thing while in the Occident, it was the subject for human intervention that required definitions and rules. The difference may be witnessed in the art. In the East, the theme has always revolved around 'harmony with the nature and the human'. Our philosophy came from the nature and was expressed in terms of the nature. In an effort to visualize the emotions we have towards the nature from the modern perspective, I pondered the traditional process of artistic creation.
I tried to avoid simple copying of the outer forms and shapes when describing the nature. I had to explore deeper beyond the physical and sensual aspects into the concept of eternity and absoluteness. But again, I also wanted to avoid simple reinterpretation. The outcome had to convey the role of art in general as well as my thoughts and feelings. My work reflects my interest in expressing the depth of subjects by approaching them with the experience of perceiving the nature and its beauty not as a subject to conquer but as a blessing nest for all human-kinds and other lives.
Stones were a perfect symbol because they survive the birth-to-perish rule of the mother nature and remain forever. It was through this symbol that I found a connection between the Eastern philosophy on the nature and human lives before I explored the spiritual richness bestowed upon by the nature and the positive meaning of our lives : the key drive of my art.
The nature is the basis of human lives. It is a never drying well of inspiration for artists. The Eastern view and the Western are very different : in the West, it is a subject to conquer while it is something to find harmony with. Thus in the West they are used to separation from it while in the East they thought of it as the ultimate foundation of human beings. The true goal and value of people are thus uniting with it in an obedient way. We were never to be separated from it, according to the Eastern view. In this respect, stones represented eternity and absoluteness which are both part of and beyond the nature. Mere copying could never be allowed. I had to ponder and carefully select ways to describe them so that they carry all the messages, images and symbolic meanings as well as emotions.
As I was continuously provided with the aesthetical inspiration by the nature, I started to see through the essence of the human-living reality and collected metaphors. In other words, the nature was the starting point and the motif and the human interaction with it or with the society - thus their forever-going co-existence - the destination. By simplifying the natural images, I could look into the future.
I tried to place meanings on the making process itself where views met, united, separated and changed in a spiritual flow. The flow left traces, and the traces were subjectively reinterpreted under the theme of forms-contents-unification and subjects-objects-reconciliation. It was also a process of asking myself how I applied the messages to the contemporary in greater concreteness.
The Western dichotomic way of thinking puts everything under conflict. Everything other than us was almost always something to overcome. They gave our never-ending desire and greed a name - rationality. Thus it became rational to conquer the nature. The languages and moralities we have developed are dominant and spurious. They have no values or meanings. The habit of conquering the nature is now threatening our survival. The human-centric civilization faces changes. A new paradigm is called for. I am sure the nature has the answer.
In describing the nature, tracing the outer lines is meaningless. The value in the depth of the essence - the absolute and spiritual virtue - has to be discovered and depicted. It requires artist's will to make the natural images abstract, ie reinterpret them.
I believe it is only artists' role to relate their emotion and purposes behind the artwork with the nature and find a way to co-exist, instead of trying to possess the nature in a fixed, boring perspective.
There is nothing more difficult than leading one's own way. Exploring or even penetrating deeper into the depth is laborious, painful and difficult. But it was not the case for me, because the nature was by my side, accompanying me shoulder to shoulder. The path to find my true self was full of walk with a good friend.
I wish the messages I tried to deliver do not go unsung. I hope I make a small contribution, by providing viewers a visual and sensual experience, to the future in which more people come to work together for better days in which lives are respected.
Kim Sejoong
김세중, Dream the Eternity(영원을 꿈꾸다), 50.1×72.7cm, Oil on canvas, 2014
시간과 물질의 중첩_
접촉을 통한 망막 너머 존재본질에 대한 탐구
존재 가능성의 현실성
작가 김세중은 잘 그린다. 정말 잘 그린다. 매끈한 대리석은 그자체로 대리석이고, 세월의 때가 묻은 청동은 누가 봐도 청동이다. 작업실 여기저기 걸려 있는 ‘돌멩이’(조약돌)도 그렇고, 다소 각주 같아 지금은 좀처럼 묘사하지 않는 새나 꽃 등의 자연물도 온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인지된다. 매우 생생하여 실제적 실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잘 그리는 것과 의미 있는 작품은 다르다. 아마 전자에 국한된 경우였다면 김세중의 작업들은 가치적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의 작품은 대상의 실재성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표상 외적인,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부유(浮遊)하고 있기에 현재의 주목도 또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우선 김세중 회화의 미술사적 연관성을 들여다보자. 만지고 싶을 정도이니 ‘촉각화 된 시각의 회화적 구현’이라 해도 무방한 그의 빼어난 사실주의적 그림 탓에 그는 곧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작가로 분류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극사실주의(極寫實主義)다.
하이퍼리얼리즘이란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출발한 회화 및 조각의 새로운 경향을 가리킨다. 영국에서 발아해 미국에서 꽃을 피운 팝아트(pop art)가 점차 쇠퇴해질 무렵에 등장했다. 빼어난 사실적 기법 아래 주관을 완전히 배격한 중립적 입장에서 기술되며, 사진보다도 더 사실적인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작가 김세중의 작업 역시 우리 가까이 있는 광경들을 일순간 정지시켜 강조해 표현한다는 점에서 여타 하이퍼리얼리스트(hyperrealist)와 닮은꼴이 있다. 지나치게 정확하고 세밀하며, 사진(혹은 도구)을 이용한 표현이라는 장르적 특성에서도 언뜻 동일한 분모를 엿본다. 그러니 그의 작업을 극사실주의로 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김세중의 작업은 현실 속 일상의 소재를 차용한 채 생생하고 완벽하게 그려내면서도 ‘비현실적 풍경’이라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일상의 장면을 건조하게 반영하는 극사실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극단적인 묘사로 인한 시각적 경이로움이 존재함에도 ‘사물의 이면’을 충동케 하는 이데아(idea)적 성격과 본질에 관한 경험적 태도가 동시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김세중의 작품은 차라리 ‘초현실적(surreal)’이라는 게 적절하다. 특히 연극적 요소를 통한 불변의 원형이라는 측면은 그리스식 미술양식의 원류를 따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에도 현실적인 대상을 관찰하고 외형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포함해 그 ‘사물자체와 직면’하는 심리적 영역에선 통상적인 극사실주의와 변별력을 지닌다. 더구나 존재를 통한 꿈과 환상, 상상의 세계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다루기에 엄밀히 말하면 초현실주의(surrealism)와도 간극이 있다.
‘일상에서의 경험’을 전제로 한다는 점은 팝아트(pop art)적인 분류를 가능하게 한다. 계보만 놓고 보자면 그른 시각은 아니다. 하이퍼리얼리스트들은 팝아트 작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매일 매일의 생활, 즉 우리 눈앞에 항상 존재하는 이미지의 세계를 화폭에 옮겼다. 사실 주변의 일상을, 대중적 속성을 미술이라는 명제 아래 수용한 하이퍼리얼리즘은 미술사적으로 팝아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둘의 관계도도 낮지 않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팝아트와 하이퍼리얼리즘 간에도 차이가 있다. 대량소비 및 대량생산 체제와 미디어의 상징성에 열광했던 팝아트와 달리 하이퍼리얼리즘은 외계의 실재를 파악하는 인식태도에서부터 사물의 객관적인 존재에 대한 신뢰, 있는 그대로의 주어진 현실까지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진실 되고 거짓 없이, 그리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리감을 둔다. 이밖에도 하이퍼리얼리즘은 억제된, 비감동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현상세계를 보여준다는 점, 하찮고 별 것 아닌 것조차 아무런 코멘트 없이 그 세계를 현상 그대로만 취급한다는 점에서 팝아트와 명확히 구분된다. 나아가 팝아트는 순간적, 청년적, 섹슈얼적인 여백이 존재하면서도 그만큼 휘발성이 강했다면, 하이퍼리얼리스트들의 그림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김세중의 작업은 ‘일상 속 경험’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팝아트와의 공통분모는 없다. ‘현실에 존재하는 비현실적 풍경’이기에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를 지향하는 20세기의 문학·예술사조인 초현실주의와도 근친하지 않다. 심지어 그의 작품들은 촉각과 시각의 중첩이라는 측면에서 대상과 주체의 중첩이나 자연성과 현실성의 중첩을 내세운 한국의 하이퍼리얼리즘과도 구분된다. 간단하게 말해 일반적인 하이퍼리얼리즘이 ‘사실적 사실’에 접근한다면, 김세중의 그림은 역설적이게도 사실에 대한 허구 아래 사물의 객관적·구체적 존재로 확장되며, 더불어 ‘존재 가능성의 현실성’으로까지 넓혀진다. 극사실적인 묘사는 단지 그 ‘존재 가능성의 현실성’으로 이끌기 위한 장치요, ‘현실성의 영원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일 뿐이다.
정지된 시간 속 영원성
극사실과 초현실이 하나의 화면에서 병치되거나 병립하면서도 일반적이고 고정적인 미술사조와의 흐름에선 동떨어진 채 독자적 영토를 다져온 그의 작업은 ‘영원성’에 방점을 둔다. 눈에 보이는 시각적 놀라움 뒤편에 놓인 존재본질과의 ‘접촉(接觸)’이 핵심이다. 즉 익히 있는/ 있어 온/ 주어진 존재와의 ‘맞닿음’이다. 이는 2012년 이후 그가 꾸준히 <영원을 꿈꾸다(Dream the Eternity)>를 작품 제목으로 반복해온 것이나, 그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조약돌’이 존재본질을 담보하는 ‘시간의 영원성’을 가리키는 수단이자 존재와 대상이라는 고리 아래 실재를 감각적으로 연결하는 상관의 행태였다는 점 등에서 고루 확인된다. 그런데 아래 거론할 조각상과 함께 조약돌 역시 보기보다 의미가 깊다. 일단 조약돌은 각각의 고유성을 지닌 인간을 빼닮았다. 뭉쳐 있는 조약돌은 하나의 사회내지는 공동체와 갈음된다. 화면 가득 채워진 조약돌 무더기가 공동체라면, 각각의 조약돌은 숱한 ‘시간의 결’과 부딪히며 작고 둥글둥글해지는 인간 삶과 진배없다. 돌이나 사람이나 모나고 각진 것도 세월에 마모되어 부드럽고 완만해진다.
조약돌은 이리저리 파도에 떠밀리다 자신들끼리 마주 닿아 발생되는, 마찰의 소리를 낸다. 이 역시 삶의 소리와 다르지 않다. 무언가에 휩쓸렸다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길 거듭하는,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환희에 찬 일상이 거대한 파도 같은 무언가에 휩쓸리다가도 평온하고 맑은 하늘을 보며 독자적인 자리로 돌아가 삶을 잇는 인간생활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우린 그때마다 유무형의 소리를 낸다.(가끔은 외마디 비명도 지른다.) 작가에게 소리는 본연의 소리, 실존의 소리와 등치된다. 그리고 이는 그의 회화로 ‘표상’ 된다. 즉 조약돌은 한낱 자연물이 아니라 ‘너’와 ‘나’의 삶이고, 각자에 해당하는 개체이면서 작가 ‘자신’의 삶으로 전환되면서 주체의 표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조약돌은 염원(念願)과 바람을 간직한 자연물이자 회귀와 순환, 현실의 시간과 영원한 시간이 넘나드는 초현실의 교차적 장소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미적 나침반으로써의 기호로 자리한다. 2005년 당시 온통 ‘침묵’으로 일관하던 흐름에서 이탈하여 시간에 올라타 한껏 유영하는 작가의 오늘을 열어준 단초가 되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시간’은 작가에게 영원성을 확인케 하는 중요한 명사라고 할 수 있다. 원형(圓形)에 그린 조약돌 작품 <조약돌의 꿈(Dream of Pebble)>(2013)과 역시 원형의 작품 <영원을 꿈꾸다(Dream the Eternity)>(2015)처럼 굳이 동그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이유도 돌고 도는 ‘시간의 순환’과 ‘시간의 영원성’을 피력하기 위함이다. 시간이야말로 존재 본질을 가시화하는 장치로 바라보고 있음이다.
굳이 종교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으나 사실 원형은 만다라(Mandala)의 작가적 응용이기도 하다. 만다라의 ‘원(圓)순환적’ 성격을 담아내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약돌의 발견이 그러했듯,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일종의 비밀그림이 만다라라는 사실은 그가 만들어온 일련의 작품들, 존재본질에 대해 자문해온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 안에 온 세상이 들어있다’는 만다라의 깨우침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왜냐면 ‘manda’는 본질이고 ‘la’는 소유다.
접촉, 존재본질을 내재한 영원성의 영토
우주 삼라만상을 뜻할 뿐만 아니라 내면으로는 인간 마음속 의식의 흐름을 상징하며, 그럼으로써 존재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만다라의 현대적 번안, 다시 말해 시간을 관통한 영원성에 관한 작가의 시각은 유럽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각상(彫刻像)들을 옮긴 최근 작업들에서 동일하게 드러난다.
승리의 여신 니케(Nike)를 옮긴 <Dream the Eternity>(2013)에서부터 큐피드(Cupid)와의 에로스적인 사랑이 묻어나는 <Dream the Eternity>(2014~2015), 그리고 가장 근작에 속하는 페가수스(Pegasus)와 투구를 쓴 채 한 여인을 감싸고 있는 거대 조각상까지, 그에게 조각상은 물질에 버무린 시간성이라는 틀 내에서 10여년 이상 작품의 맥(脈)을 형성해온 소재이다. 과연 세상에 실재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뛰어난 감각으로 그려진 이 조각상들은 신화의 재현이라 판단하면 오류일 수 있다. 조약돌이 그러했듯 그 내부에 드리운 것들,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 문명과 자연, 정신성과 물질성, 그리고 신화와 현실, 우주의 공간성에 녹아 있는 생성·소멸·미지와 같은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요소들이 각각의 작품마다 만발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여기서 가장 가치적인 건 ‘접촉’이다. 그건 “사물과 나의 접촉, 사물과 사물의 접촉, 세계와 나의 접촉이라는 존재론적 사건을 회화적으로 구현한 것”(김세중)이면서 외적 모방이 아닌, 물질적인 세계를 초월한, 그 배후에 존재하는 영원한 대상에 대한 감각적·지각적·감성적 접촉이 키워드인 셈이다. 한국의 위대한 조각가로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김세중 작가(1928~1986)와의 접촉도 그 일부이다.
물론 그의 주된 기법인 리얼리즘은 접촉의 단계로 가기 위한 일종의 경험으로부터의 문(門)이고(작가 역시 그의 박사논문에 “조약돌과 조각상은 나의 경험을 의미화 하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썼다.), 극도로 세밀하게 그려진 김세중의 회화는 그 문 앞으로 대중을 유도하기 위한 시각적 수단이다. 흥미롭게도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안엔 망막 뒤에 감춰진 본질과 만날 수 있다. “실재라는 명징함의 가능성”(김세중)이란 문을 지나면 인간 삶과 동일 동선에 놓인 자연과 영원성과 조우할 수 있으며, 그것들과 마주하는 순간이 바로 초월적 경험 안에서의 리얼이고, 그 리얼함의 뒤에 숨겨져 있는 이면이란 다시 환영(幻影)을 거세한, 비로소 영원으로 다가설 수 있는 존재 본질의 모습이다. 작가에게 존재란 어떠한 실재적 술어가 아니다. 칸트(Immanuel Kant)의 정의처럼 그것은 사물의 개념에 보탤 수 있는 어떤 것의 개념이라기 보단 단지 그 자체에서의 사물의 정립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들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대 제작된 조각상에 담긴 진짜 이야기(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는 작품의 중심이 아니다. 각각의 조각에 새겨진 역사성과도 무관하다. 한마디로 실질적이거나 개별적인 스토리와는 별 상관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 내부엔 시간의 굴레를 품은 영겁의 영원성(Eternity), 생성과 소멸을 벗어난 궁극의 영원성,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순환으로써의 영원함이 새겨져 있다. 그의 근작들도 그렇다. 정지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것들에는 직진의 시간을 넘어선 무시간적, 탈시간적, 필연적 영원성이 투영되어 있고, 이 또한 존재 본질과 대면하기 위한 시간의 집대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조각상은 물질적으로 구현된 예술적 오브제에 가까우며, 이는 지각과 표상 간 접촉을 이루는 정신적인 어떤 것이라는 게 옳다. 더불어 그의 고전적 조각상은 작가 내적인 것에 기인한 상징물로 기능할 수 있으면서도 물질계에 속한 객관적인 실체로 지각된다는 점에서 정신과 현실을 잇는 통로라고도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이마다 시간이라는 명사가 개입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모든 걸 종합할 때 결국 그의 회화는 신화의 소구인 조각상을 통해 탈-현세로 나아가고 궁극적으론 존재 본질을 어떻게 바라보고 번역할 것인가에 관한 작가의 고민과 시도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이때 리얼리즘은 단지 경험을 통한 항구적 현실을 사물에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의 조각상은 경험에 기대어 발화한 세계를 물질과 연결하는 일종의 접촉 대상이자 ‘웜홀(wormhole)’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대상은 화면 너머에 자리한 존재 본질을 옹립시키는 시간의 개념과 함께 인간 삶과 무관하지 않은 예술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부분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사(畫史)를 일궈온 김세중 작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홍경한(미술평론가)
Between eternity and moment(영원과 순간 사이), 49.3×129.8cm, Oil on canvas, 2020
In search for the essence of existence beyond the retina through contact
The reality of the possibility of existence
KIM Sejoong paints well. He does it so well; smooth marble is just marble itself, and time-worn bronze would be bronze to any viewer. The same is true for his paintings of "stones" (pebbles) hanging here and there on the walls around the workroom, and natural objects such as birds and flowers that are seldom depicted nowadays - as they are somewhat annotating - seem incredibly alive. As they are so vivid, it is no exaggeration to say that they are realistic reality.
However, a well-painted work is different from an eloquent one. If the former, KIM's works would have had limits in value. Fortunately, although his works are excellent in bringing the subject's reality on canvas, at the same time not superficially appearing, invisible aspects aside from representation dwell in his works, which supports the current spotlight.
First, let us look at the art-historical relevance of KIM's paintings. His paintings are so tempting to touch. He is easily classified as a hyperrealist because of his outstanding realistic paintings that deserve to be called 'photographic embodiment of a tactile vision.' It is hyperrealism that we commonly refer to.
Hyperrealism refers to a new trend in painting and sculpture that started in the United States in the late 1960s and early 1970s. It appeared when pop art - emerged in England and bloomed in the United States - gradually declined. It is done from a neutral standpoint, altogether rejecting subjectivity with exquisite realistic techniques, featuring more realistic expressions than photographs.
KIM's works are similar to other hyperrealists' works in capturing and emphasizing moments of familiar scenes around us. It is overly accurate and detailed, and even with the genre characteristic of expression using photographs (or tools), it gives a glimpse of the same denominator at first glance. So it is not unreasonable to understand his works as hyperrealism.
However, KIM's works are different from hyperrealism - insipidly reflecting everyday scenes - in that it contains the irony of an 'unrealistic scenery' while borrowing everyday materials in reality and drawing it vividly and perfectly. Considering the coexistence of visual wonders of extreme depictions, the ideological character that evokes other sides of things, and the empirical attitude toward the essence in his works, KIM's works are rather 'surreal.'
Especially the aspect of immutable archetype through theatrical elements can be interpreted as following the original Greek art style. However, his works are different from the usual hyperrealism in the psychological realm, including observing and reproducing realistic objects and 'vis-à-vis with the objects.' Moreover, his works set themselves apart from surrealism - strictly speaking - because it deals with the essence of the world we live in, not the world of dreams, fantasy, and imagination through existence.
His works embrace 'everyday experiences, making it possible to classify them as pop art. In terms of genealogy alone, it is not a wrong perspective. Like pop art artists, hyperrealists transferred to the canvas the everyday life, that is, the world of images that are ever-present in front of our eyes. Hyperrealism, which accommodates the everyday life and popular attributes under the thesis of art, has been greatly influenced by pop art from an art-historical perspective. So, the two are quite relevant.
However - strictly speaking- there is also a difference between pop art and hyperrealism. Pop art was enthusiastic about mass production and consumption system and the symbolism of the media. At the same time, hyperrealism aims to express truthfully and accurately with an attitude of grasping the reality of the outer world, trusting in the objective existence of things, and accepting of given reality as it is.
In addition, hyperrealism shows the suppressed, non-emotional world as is and handles the world without any comment - even trivial and insignificant things. It is differentiated from pop art. Furthermore, if pop art had momentary, youthful, and sexual blanks and was volatile, hyperrealists' paintings did not.
Therefore, KIM's works have no common denominator with pop art, except they take everyday life experiences. Because it is an 'unrealistic landscape that exists in reality,' it is not relevant to surrealism, a literary and artistic trend of the 20th century that aims for the world of the unconscious or the dream world. Even his works are distinguished from Korean hyperrealism, which emphasizes the overlap of the subject and the object or the overlap of nature and reality in terms of the overlap of tactile and visual senses.
Simply put, if general hyperrealism approaches' factual facts', Kim's paintings paradoxically expand to the objective and concrete existence of objects under the fiction of facts and also to the 'reality of the possibility of existence.' The hyper-realistic depiction is merely a device to lead to the 'reality of the possibility of existence' and a means to help us grasp the 'eternality of reality.'
Eternality in time at standstill
His works have laid a foundation of their own, focusing on "eternality," away from the flow of general and fixed art trends, even though hyperrealism and surrealism are juxtaposed or coexisted on single footage. The key is 'contact' with the essence of existence behind the visible visual surprise. In other words, it is 'contact' with ordinary beings, had been beings or given beings.
It is apparent where he has consistently repeated: "Dream the Eternity" as the title of his works since 2012 and the "pebbles" that often appear in his works - guaranteeing the essence of existence. They are means to indicate the "eternality of time," and it was a correlated action that sensuously connects the reality under the link of existence and subject.
Pebbles resemble humans with their individual uniqueness. A cluster of pebbles is like a society or a community. If a cluster of pebbles filling the canvas is a community, each pebble resembles a human's life, which clashes with numerous "grains of time" and becomes smaller and rounder. For both pebbles and people, rough edges wear out over time, making them softer and gentle. However, along with the statues to be discussed later, pebbles are also more meaningful than they look.
The pebbles are pushed around by waves and make clashing sounds as they hit each other. We make tangible and intangible sounds as often as we get hit by the waves. (Sometimes we scream!) this, too, is no different from the sound of our lives - sometimes painful and sometimes joyful like our lives returning to the time of peace - looking at the peaceful and clear sky - after being swept away by something like a giant wave.
For KIM, the sound is equivalent to the true and actual sound. Moreover, this becomes a "representation" in his paintings. In other words, pebbles are not just natural objects, but the lives of "your" and "mine," and they are individuals corresponding to each other and become representations of the subject as they are converted into the life of KIM "himself."
The pebbles in his work are natural objects that cherish desire and wishes. While being a crossing place of returning and flowing hyperreality that transcends real-time and eternal time, at the same time, it is positioned as a symbol of the artist's aesthetic compass. It is undeniable that the beginning opened up the present day of KIM – riding on the time, swimming to the fullest - breaking away from the consistent flow of 'silence' in 2005.
The word 'time' is a vital noun that confirms eternality for the artist. Like the pebble work Dream of Pebble (2013) on a round canvas and Dream of Pebble (2015), also on a round canvas, painting on round canvases was to express the circulating characteristic of time and the eternality of the time. Time is viewed as a device that visualizes the essence of existence.
There is no need for a religious interpretation, but the round form is also the artists' application of Mandala. It can be interpreted as capturing the 'circular' character of Mandala. As with the discovery of the pebbles, the fact that a kind of secret painting that changes one's fate is Mandala is in line with the series of works he has been making and the process of asking himself about the essence of existence. This is especially true when you think of Mandala's epiphany that "the universe is in you." Because 'manda' is the essence and 'la' is possession.
Contact, the territory of eternity with an inherent essence of existence
The artist's perspective on eternity through time, a modern version of the Mandala - which means all things in the universe and symbolizes the flow of consciousness in the human mind - thereby approaching the essence of existence. His perspective is equally revealed in his recent works, where he had transferred statues commonly seen in and around Europe onto canvas.
From <Dream the Eternity> (2013), which painted Nike, the goddess of victory, <Dream the Eternity> (2014-2015) with a hint of erotic love with Cupid to his recent works Pegasus and a giant statue wearing a helmet, wrapping around a woman - within the framework of temporality mixed with the material- have been the subject that has formed a kind of legacy for his works for more than ten years.
These statues painted with excellent senses are done so well that they make the audience doubt whether they really exist. It can be a mistake if judged to be reproductions of myths. As the pebbles did, new elements – cast internally - created by KIM, such as time and space, civilization and nature, spirituality and materiality, and myths and reality, and creation, extinction, and the unknowns blended in the spatiality of the universe are in full bloom in each work.
What is the most valued here is 'contact.' A pictorial embodiment of ontological events (KIM Sejoong) - contact of things and himself, contact of things and things, contact of the world and himself – and not just superficial imitation but sensory, perceptual, and emotional contact transcending the physical world with the eternal subject existing in the background is the keyword. His contact with KIM Sechoong (1928-1986), a great Korean sculptor who decorates a page in art history, is also part of it.
Of course, his primary technique, realism, is a gate from experience to the stage of contact (KIM also wrote in his dissertation that "the pebbles and statues are the first gateways to my experience,") and Kim Sejoong's extremely meticulous painting is a visual means to induce the audience in front of it.
Passing through the gate of "the potential of lucidness of the reality" (Kim Sejoong), you can encounter nature and eternity set on the same path as human life. Interestingly, you can meet the essence hidden behind the retina if you open the gate and enter. The moment you encounter them is the reality within the transcendental experience, and the hidden behind that reality is the essence of being – eliminating illusions again, approaching eternity.
Existence is not a predicate for KIM. As the definition of Immanuel Kant, it is nothing more than the definement of things in itself than the idea of something that can be added to the concept of things. Therefore, the actual story (such as Greek and Roman mythology) contained in these medieval or Renaissance sculptures is not the center of the work. It has nothing to do with the historicity of each sculpture. In short, it has nothing to do with actual or individual stories.
Instead, the eternality of eternity which embraces the yoke of time, the ultimate eternality beyond creation and extinction, and eternity as a cycle to reach the essence, are engraved. So are KIM's recent works. It is no exaggeration to say that they appear to be stationary and reflect the timeless, post-time, and inevitable eternity beyond the time of going in one direction. This is also the aggregation of time to face the essence of existence.
At the same time, the statues are more of a materialized artistic objet. It is proper to say that something spiritual makes contact between perception and representation. In addition, those classical sculptures can function as a symbol of the inscape of KIM himself. However, it can also be judged as a passage that bridges spirit and reality in that it is perceived as an objective entity belonging to the physical world. Of course, it is well known that the noun 'time' intervenes in each gap.
When all of these are put together, his paintings eventually move forward beyond this world through statues, the props of myths; ultimately, the outcome of his concerns and attempts on how to view and translate the essence of existence. At this time, realism is merely providing permanent reality through experience to things, and the statues are nothing more than a 'wormhole' and a kind of a subject of contact that bridges the world - that kindled out of the experience - with the matter.
Nevertheless, the subject should be handled importantly. It probes the possibility of art that is not irrelevant to human life, along with the concept of time that bolsters the essence of existence beyond the canvas. This is also one factor that raises the value of KIM Sejoong's works, which has been cultivating the history of paintings in his own way.
By HONG Kyounghan (Art critic)
Between eternity and moment(영원과 순간 사이), 116.7×38.6cm, Oil on canvas, 2018
김세중(金世中) Kim Sejoong
2022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졸업 (미술학박사)
2006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미술학석사)
200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2 영원과 순간 사이, THE 갤러리, 경기도
영원과 순간 사이, 김세중미술관, 서울
2020 영원과 순간 사이, 김세중미술관, 서울
낯선 듯 낯설지 않은꿈, 정문규미술관, 경기
2019 Entre l'éternité et l'instant, Atelier Claude Monet, FRANCE
2016 자연, 꿈, 영원, 박수근미술관, 강원도
2013 영원을 꿈꾸다, 박영덕 화랑, 서울
2008 영원을 껴안다, 박영덕 화랑, 서울
2005 어둠속의 속삭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스페이스 아침, 서울
어둠속의 속삭임, 갤러리 PICI, 서울
그룹전시 및 아트페어 310여회
수상
2022 호반문화재단 청년작가 미술공모전 ‘2022 H-EAA’ ‘대상’
2020 제23회 세계평화미술대전 ‘종합대상_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4 단원미술제 ‘안산선정작가’
2011 제2회 가톨릭 미술 공모전 ‘우수상’
2006 단원미술대전 ‘특선’
제2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레지던시
2015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제10기 입주작가, 박수근미술관, 강원도 양구
2013~2014 경기창작센터 기관협력 레지던시 입주작가, 경기창작센터, 경기도
작품소장
국방부, 한화그룹, (주)메디컬 그룹 베스티안, 천주교 서울대교구, 광주시립미술관, 단원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뉴욕 RYC Center,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호반문화재단 등
Between eternity and moment(영원과 순간 사이), 138.1×96cm, Oil on canvas, 2021
"Eternality in time at standstill"
KIM SE JOONG
모든 만물의 근원이자 인간 생활과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은 예술 활동에 있어서 무한한 소재를 제공해 왔다. 예술가들은 자연을 대상으로 체험한 감동, 미의식 등을 예술로 창출해 내어 자신의 정서와 생각 등을 표현하였다.
자연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동양에서는 인간과 만물을 포함하여 그것을 생성 변화시키는 존재로서 근원적인 대상으로 보는데 반해, 서양에서는 인간에 의해 규정되며 형식이 부여되는 대상으로서 이해되었다. 이러한 차이점은 회화에서도 나타나는데, 동양회화의 주제가 되어왔던 자연과의 조화를 표현하기 위해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여 자신의 정신세계를 거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창조해 내는 과정을 고찰해 봄으로서 현대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감정들을 가시화 하는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보고자 하였다.
단순히 자연의 외적인 모방만이 아닌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세계를 초월한 그 배후에 존재하는 절대적이며 정신적인 가치를 지닌 영원한 대상으로써의 자연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단순한 재현만이 아닌 예술가의 주관과 감성에 의해 지각된 자연을 자신의 예술의지와 표현의지로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자연환경을 정복하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그 대자연의 혜택아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자연의 미를 인식하고 체험한 직관적 경험과 상상적 유추에 의한 경험으로 인간의 마음에 접근하여 대상의 내면세계를 표출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작품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해 가는 생명체로서 자연에서 영원한 생명성을 상징하는 돌(자연)을 통하여 동양의 자연관과 인간의 삶을 연계하여 생각함으로써 자연에 내재하는 인간의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삶의 긍정적의 의미를 모색해 보고자 함이 작품의 주된 의의이다.
자연에서 무한한 미적 영감을 얻음과 동시에 본인이 꿰뚫어 본 인간의 본질 및 현실세계를 상징과 은유의 체계로서 작품을 접근하였다. 즉 자연을 모티브로 출발하는 본인의 작업은 단순화된 자연의 이미지와 추가된 상징물들을 통해 ‘자연속의 인간’, ‘인간사회 속에서의 자연’이라는 상호 공존 관계의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담고자 하였다.
단순한 시선의 고정으로서 자연을 소유하고 가두려는 것이 아닌 감정의 주관성을 고백하거나 본인의 의도와 행위가 어떻게 자연과의 실제적인 관계에 놓이고, 더 나아가 그 속에서 상생(相生)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의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이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길은 없다. 그 만큼 내면의 길로 파고 들어가는 과정이 힘겹고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끝없는 노력과 함께 오늘도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자연과 동행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헛되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생명을 존중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세계관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시각적이며 감각적 경험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세중
김세중, Dream the Eternity(영원을 꿈꾸다), 111.6x68.5cm, Oil on canvas, 2015
The mother nature where everything was born and every person lives has been a never-drying source of art. Many artists were inspired by it and transformed and described their emotion into various forms of art. But the view differed from East to West. In the Orient, it has been considered the source and home of every human and every thing while in the Occident, it was the subject for human intervention that required definitions and rules. The difference may be witnessed in the art. In the East, the theme has always revolved around 'harmony with the nature and the human'. Our philosophy came from the nature and was expressed in terms of the nature. In an effort to visualize the emotions we have towards the nature from the modern perspective, I pondered the traditional process of artistic creation.
I tried to avoid simple copying of the outer forms and shapes when describing the nature. I had to explore deeper beyond the physical and sensual aspects into the concept of eternity and absoluteness. But again, I also wanted to avoid simple reinterpretation. The outcome had to convey the role of art in general as well as my thoughts and feelings. My work reflects my interest in expressing the depth of subjects by approaching them with the experience of perceiving the nature and its beauty not as a subject to conquer but as a blessing nest for all human-kinds and other lives.
Stones were a perfect symbol because they survive the birth-to-perish rule of the mother nature and remain forever. It was through this symbol that I found a connection between the Eastern philosophy on the nature and human lives before I explored the spiritual richness bestowed upon by the nature and the positive meaning of our lives : the key drive of my art.
The nature is the basis of human lives. It is a never drying well of inspiration for artists. The Eastern view and the Western are very different : in the West, it is a subject to conquer while it is something to find harmony with. Thus in the West they are used to separation from it while in the East they thought of it as the ultimate foundation of human beings. The true goal and value of people are thus uniting with it in an obedient way. We were never to be separated from it, according to the Eastern view. In this respect, stones represented eternity and absoluteness which are both part of and beyond the nature. Mere copying could never be allowed. I had to ponder and carefully select ways to describe them so that they carry all the messages, images and symbolic meanings as well as emotions.
As I was continuously provided with the aesthetical inspiration by the nature, I started to see through the essence of the human-living reality and collected metaphors. In other words, the nature was the starting point and the motif and the human interaction with it or with the society - thus their forever-going co-existence - the destination. By simplifying the natural images, I could look into the future.
I tried to place meanings on the making process itself where views met, united, separated and changed in a spiritual flow. The flow left traces, and the traces were subjectively reinterpreted under the theme of forms-contents-unification and subjects-objects-reconciliation. It was also a process of asking myself how I applied the messages to the contemporary in greater concreteness.
The Western dichotomic way of thinking puts everything under conflict. Everything other than us was almost always something to overcome. They gave our never-ending desire and greed a name - rationality. Thus it became rational to conquer the nature. The languages and moralities we have developed are dominant and spurious. They have no values or meanings. The habit of conquering the nature is now threatening our survival. The human-centric civilization faces changes. A new paradigm is called for. I am sure the nature has the answer.
In describing the nature, tracing the outer lines is meaningless. The value in the depth of the essence - the absolute and spiritual virtue - has to be discovered and depicted. It requires artist's will to make the natural images abstract, ie reinterpret them.
I believe it is only artists' role to relate their emotion and purposes behind the artwork with the nature and find a way to co-exist, instead of trying to possess the nature in a fixed, boring perspective.
There is nothing more difficult than leading one's own way. Exploring or even penetrating deeper into the depth is laborious, painful and difficult. But it was not the case for me, because the nature was by my side, accompanying me shoulder to shoulder. The path to find my true self was full of walk with a good friend.
I wish the messages I tried to deliver do not go unsung. I hope I make a small contribution, by providing viewers a visual and sensual experience, to the future in which more people come to work together for better days in which lives are respected.
Kim Sejoong
김세중, Dream the Eternity(영원을 꿈꾸다), 50.1×72.7cm, Oil on canvas, 2014
시간과 물질의 중첩_
접촉을 통한 망막 너머 존재본질에 대한 탐구
존재 가능성의 현실성
작가 김세중은 잘 그린다. 정말 잘 그린다. 매끈한 대리석은 그자체로 대리석이고, 세월의 때가 묻은 청동은 누가 봐도 청동이다. 작업실 여기저기 걸려 있는 ‘돌멩이’(조약돌)도 그렇고, 다소 각주 같아 지금은 좀처럼 묘사하지 않는 새나 꽃 등의 자연물도 온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인지된다. 매우 생생하여 실제적 실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잘 그리는 것과 의미 있는 작품은 다르다. 아마 전자에 국한된 경우였다면 김세중의 작업들은 가치적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의 작품은 대상의 실재성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표상 외적인,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부유(浮遊)하고 있기에 현재의 주목도 또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우선 김세중 회화의 미술사적 연관성을 들여다보자. 만지고 싶을 정도이니 ‘촉각화 된 시각의 회화적 구현’이라 해도 무방한 그의 빼어난 사실주의적 그림 탓에 그는 곧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작가로 분류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극사실주의(極寫實主義)다.
하이퍼리얼리즘이란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출발한 회화 및 조각의 새로운 경향을 가리킨다. 영국에서 발아해 미국에서 꽃을 피운 팝아트(pop art)가 점차 쇠퇴해질 무렵에 등장했다. 빼어난 사실적 기법 아래 주관을 완전히 배격한 중립적 입장에서 기술되며, 사진보다도 더 사실적인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작가 김세중의 작업 역시 우리 가까이 있는 광경들을 일순간 정지시켜 강조해 표현한다는 점에서 여타 하이퍼리얼리스트(hyperrealist)와 닮은꼴이 있다. 지나치게 정확하고 세밀하며, 사진(혹은 도구)을 이용한 표현이라는 장르적 특성에서도 언뜻 동일한 분모를 엿본다. 그러니 그의 작업을 극사실주의로 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김세중의 작업은 현실 속 일상의 소재를 차용한 채 생생하고 완벽하게 그려내면서도 ‘비현실적 풍경’이라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일상의 장면을 건조하게 반영하는 극사실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극단적인 묘사로 인한 시각적 경이로움이 존재함에도 ‘사물의 이면’을 충동케 하는 이데아(idea)적 성격과 본질에 관한 경험적 태도가 동시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김세중의 작품은 차라리 ‘초현실적(surreal)’이라는 게 적절하다. 특히 연극적 요소를 통한 불변의 원형이라는 측면은 그리스식 미술양식의 원류를 따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에도 현실적인 대상을 관찰하고 외형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포함해 그 ‘사물자체와 직면’하는 심리적 영역에선 통상적인 극사실주의와 변별력을 지닌다. 더구나 존재를 통한 꿈과 환상, 상상의 세계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다루기에 엄밀히 말하면 초현실주의(surrealism)와도 간극이 있다.
‘일상에서의 경험’을 전제로 한다는 점은 팝아트(pop art)적인 분류를 가능하게 한다. 계보만 놓고 보자면 그른 시각은 아니다. 하이퍼리얼리스트들은 팝아트 작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매일 매일의 생활, 즉 우리 눈앞에 항상 존재하는 이미지의 세계를 화폭에 옮겼다. 사실 주변의 일상을, 대중적 속성을 미술이라는 명제 아래 수용한 하이퍼리얼리즘은 미술사적으로 팝아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둘의 관계도도 낮지 않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팝아트와 하이퍼리얼리즘 간에도 차이가 있다. 대량소비 및 대량생산 체제와 미디어의 상징성에 열광했던 팝아트와 달리 하이퍼리얼리즘은 외계의 실재를 파악하는 인식태도에서부터 사물의 객관적인 존재에 대한 신뢰, 있는 그대로의 주어진 현실까지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진실 되고 거짓 없이, 그리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리감을 둔다. 이밖에도 하이퍼리얼리즘은 억제된, 비감동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현상세계를 보여준다는 점, 하찮고 별 것 아닌 것조차 아무런 코멘트 없이 그 세계를 현상 그대로만 취급한다는 점에서 팝아트와 명확히 구분된다. 나아가 팝아트는 순간적, 청년적, 섹슈얼적인 여백이 존재하면서도 그만큼 휘발성이 강했다면, 하이퍼리얼리스트들의 그림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김세중의 작업은 ‘일상 속 경험’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팝아트와의 공통분모는 없다. ‘현실에 존재하는 비현실적 풍경’이기에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를 지향하는 20세기의 문학·예술사조인 초현실주의와도 근친하지 않다. 심지어 그의 작품들은 촉각과 시각의 중첩이라는 측면에서 대상과 주체의 중첩이나 자연성과 현실성의 중첩을 내세운 한국의 하이퍼리얼리즘과도 구분된다. 간단하게 말해 일반적인 하이퍼리얼리즘이 ‘사실적 사실’에 접근한다면, 김세중의 그림은 역설적이게도 사실에 대한 허구 아래 사물의 객관적·구체적 존재로 확장되며, 더불어 ‘존재 가능성의 현실성’으로까지 넓혀진다. 극사실적인 묘사는 단지 그 ‘존재 가능성의 현실성’으로 이끌기 위한 장치요, ‘현실성의 영원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일 뿐이다.
정지된 시간 속 영원성
극사실과 초현실이 하나의 화면에서 병치되거나 병립하면서도 일반적이고 고정적인 미술사조와의 흐름에선 동떨어진 채 독자적 영토를 다져온 그의 작업은 ‘영원성’에 방점을 둔다. 눈에 보이는 시각적 놀라움 뒤편에 놓인 존재본질과의 ‘접촉(接觸)’이 핵심이다. 즉 익히 있는/ 있어 온/ 주어진 존재와의 ‘맞닿음’이다. 이는 2012년 이후 그가 꾸준히 <영원을 꿈꾸다(Dream the Eternity)>를 작품 제목으로 반복해온 것이나, 그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조약돌’이 존재본질을 담보하는 ‘시간의 영원성’을 가리키는 수단이자 존재와 대상이라는 고리 아래 실재를 감각적으로 연결하는 상관의 행태였다는 점 등에서 고루 확인된다. 그런데 아래 거론할 조각상과 함께 조약돌 역시 보기보다 의미가 깊다. 일단 조약돌은 각각의 고유성을 지닌 인간을 빼닮았다. 뭉쳐 있는 조약돌은 하나의 사회내지는 공동체와 갈음된다. 화면 가득 채워진 조약돌 무더기가 공동체라면, 각각의 조약돌은 숱한 ‘시간의 결’과 부딪히며 작고 둥글둥글해지는 인간 삶과 진배없다. 돌이나 사람이나 모나고 각진 것도 세월에 마모되어 부드럽고 완만해진다.
조약돌은 이리저리 파도에 떠밀리다 자신들끼리 마주 닿아 발생되는, 마찰의 소리를 낸다. 이 역시 삶의 소리와 다르지 않다. 무언가에 휩쓸렸다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길 거듭하는,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환희에 찬 일상이 거대한 파도 같은 무언가에 휩쓸리다가도 평온하고 맑은 하늘을 보며 독자적인 자리로 돌아가 삶을 잇는 인간생활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우린 그때마다 유무형의 소리를 낸다.(가끔은 외마디 비명도 지른다.) 작가에게 소리는 본연의 소리, 실존의 소리와 등치된다. 그리고 이는 그의 회화로 ‘표상’ 된다. 즉 조약돌은 한낱 자연물이 아니라 ‘너’와 ‘나’의 삶이고, 각자에 해당하는 개체이면서 작가 ‘자신’의 삶으로 전환되면서 주체의 표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조약돌은 염원(念願)과 바람을 간직한 자연물이자 회귀와 순환, 현실의 시간과 영원한 시간이 넘나드는 초현실의 교차적 장소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미적 나침반으로써의 기호로 자리한다. 2005년 당시 온통 ‘침묵’으로 일관하던 흐름에서 이탈하여 시간에 올라타 한껏 유영하는 작가의 오늘을 열어준 단초가 되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시간’은 작가에게 영원성을 확인케 하는 중요한 명사라고 할 수 있다. 원형(圓形)에 그린 조약돌 작품 <조약돌의 꿈(Dream of Pebble)>(2013)과 역시 원형의 작품 <영원을 꿈꾸다(Dream the Eternity)>(2015)처럼 굳이 동그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이유도 돌고 도는 ‘시간의 순환’과 ‘시간의 영원성’을 피력하기 위함이다. 시간이야말로 존재 본질을 가시화하는 장치로 바라보고 있음이다.
굳이 종교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으나 사실 원형은 만다라(Mandala)의 작가적 응용이기도 하다. 만다라의 ‘원(圓)순환적’ 성격을 담아내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약돌의 발견이 그러했듯,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일종의 비밀그림이 만다라라는 사실은 그가 만들어온 일련의 작품들, 존재본질에 대해 자문해온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 안에 온 세상이 들어있다’는 만다라의 깨우침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왜냐면 ‘manda’는 본질이고 ‘la’는 소유다.
접촉, 존재본질을 내재한 영원성의 영토
우주 삼라만상을 뜻할 뿐만 아니라 내면으로는 인간 마음속 의식의 흐름을 상징하며, 그럼으로써 존재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만다라의 현대적 번안, 다시 말해 시간을 관통한 영원성에 관한 작가의 시각은 유럽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각상(彫刻像)들을 옮긴 최근 작업들에서 동일하게 드러난다.
승리의 여신 니케(Nike)를 옮긴 <Dream the Eternity>(2013)에서부터 큐피드(Cupid)와의 에로스적인 사랑이 묻어나는 <Dream the Eternity>(2014~2015), 그리고 가장 근작에 속하는 페가수스(Pegasus)와 투구를 쓴 채 한 여인을 감싸고 있는 거대 조각상까지, 그에게 조각상은 물질에 버무린 시간성이라는 틀 내에서 10여년 이상 작품의 맥(脈)을 형성해온 소재이다. 과연 세상에 실재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뛰어난 감각으로 그려진 이 조각상들은 신화의 재현이라 판단하면 오류일 수 있다. 조약돌이 그러했듯 그 내부에 드리운 것들,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 문명과 자연, 정신성과 물질성, 그리고 신화와 현실, 우주의 공간성에 녹아 있는 생성·소멸·미지와 같은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요소들이 각각의 작품마다 만발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여기서 가장 가치적인 건 ‘접촉’이다. 그건 “사물과 나의 접촉, 사물과 사물의 접촉, 세계와 나의 접촉이라는 존재론적 사건을 회화적으로 구현한 것”(김세중)이면서 외적 모방이 아닌, 물질적인 세계를 초월한, 그 배후에 존재하는 영원한 대상에 대한 감각적·지각적·감성적 접촉이 키워드인 셈이다. 한국의 위대한 조각가로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김세중 작가(1928~1986)와의 접촉도 그 일부이다.
물론 그의 주된 기법인 리얼리즘은 접촉의 단계로 가기 위한 일종의 경험으로부터의 문(門)이고(작가 역시 그의 박사논문에 “조약돌과 조각상은 나의 경험을 의미화 하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썼다.), 극도로 세밀하게 그려진 김세중의 회화는 그 문 앞으로 대중을 유도하기 위한 시각적 수단이다. 흥미롭게도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안엔 망막 뒤에 감춰진 본질과 만날 수 있다. “실재라는 명징함의 가능성”(김세중)이란 문을 지나면 인간 삶과 동일 동선에 놓인 자연과 영원성과 조우할 수 있으며, 그것들과 마주하는 순간이 바로 초월적 경험 안에서의 리얼이고, 그 리얼함의 뒤에 숨겨져 있는 이면이란 다시 환영(幻影)을 거세한, 비로소 영원으로 다가설 수 있는 존재 본질의 모습이다. 작가에게 존재란 어떠한 실재적 술어가 아니다. 칸트(Immanuel Kant)의 정의처럼 그것은 사물의 개념에 보탤 수 있는 어떤 것의 개념이라기 보단 단지 그 자체에서의 사물의 정립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들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대 제작된 조각상에 담긴 진짜 이야기(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는 작품의 중심이 아니다. 각각의 조각에 새겨진 역사성과도 무관하다. 한마디로 실질적이거나 개별적인 스토리와는 별 상관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 내부엔 시간의 굴레를 품은 영겁의 영원성(Eternity), 생성과 소멸을 벗어난 궁극의 영원성,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순환으로써의 영원함이 새겨져 있다. 그의 근작들도 그렇다. 정지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것들에는 직진의 시간을 넘어선 무시간적, 탈시간적, 필연적 영원성이 투영되어 있고, 이 또한 존재 본질과 대면하기 위한 시간의 집대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조각상은 물질적으로 구현된 예술적 오브제에 가까우며, 이는 지각과 표상 간 접촉을 이루는 정신적인 어떤 것이라는 게 옳다. 더불어 그의 고전적 조각상은 작가 내적인 것에 기인한 상징물로 기능할 수 있으면서도 물질계에 속한 객관적인 실체로 지각된다는 점에서 정신과 현실을 잇는 통로라고도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이마다 시간이라는 명사가 개입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모든 걸 종합할 때 결국 그의 회화는 신화의 소구인 조각상을 통해 탈-현세로 나아가고 궁극적으론 존재 본질을 어떻게 바라보고 번역할 것인가에 관한 작가의 고민과 시도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이때 리얼리즘은 단지 경험을 통한 항구적 현실을 사물에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의 조각상은 경험에 기대어 발화한 세계를 물질과 연결하는 일종의 접촉 대상이자 ‘웜홀(wormhole)’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대상은 화면 너머에 자리한 존재 본질을 옹립시키는 시간의 개념과 함께 인간 삶과 무관하지 않은 예술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부분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사(畫史)를 일궈온 김세중 작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홍경한(미술평론가)
Between eternity and moment(영원과 순간 사이), 49.3×129.8cm, Oil on canvas, 2020
In search for the essence of existence beyond the retina through contact
The reality of the possibility of existence
KIM Sejoong paints well. He does it so well; smooth marble is just marble itself, and time-worn bronze would be bronze to any viewer. The same is true for his paintings of "stones" (pebbles) hanging here and there on the walls around the workroom, and natural objects such as birds and flowers that are seldom depicted nowadays - as they are somewhat annotating - seem incredibly alive. As they are so vivid, it is no exaggeration to say that they are realistic reality.
However, a well-painted work is different from an eloquent one. If the former, KIM's works would have had limits in value. Fortunately, although his works are excellent in bringing the subject's reality on canvas, at the same time not superficially appearing, invisible aspects aside from representation dwell in his works, which supports the current spotlight.
First, let us look at the art-historical relevance of KIM's paintings. His paintings are so tempting to touch. He is easily classified as a hyperrealist because of his outstanding realistic paintings that deserve to be called 'photographic embodiment of a tactile vision.' It is hyperrealism that we commonly refer to.
Hyperrealism refers to a new trend in painting and sculpture that started in the United States in the late 1960s and early 1970s. It appeared when pop art - emerged in England and bloomed in the United States - gradually declined. It is done from a neutral standpoint, altogether rejecting subjectivity with exquisite realistic techniques, featuring more realistic expressions than photographs.
KIM's works are similar to other hyperrealists' works in capturing and emphasizing moments of familiar scenes around us. It is overly accurate and detailed, and even with the genre characteristic of expression using photographs (or tools), it gives a glimpse of the same denominator at first glance. So it is not unreasonable to understand his works as hyperrealism.
However, KIM's works are different from hyperrealism - insipidly reflecting everyday scenes - in that it contains the irony of an 'unrealistic scenery' while borrowing everyday materials in reality and drawing it vividly and perfectly. Considering the coexistence of visual wonders of extreme depictions, the ideological character that evokes other sides of things, and the empirical attitude toward the essence in his works, KIM's works are rather 'surreal.'
Especially the aspect of immutable archetype through theatrical elements can be interpreted as following the original Greek art style. However, his works are different from the usual hyperrealism in the psychological realm, including observing and reproducing realistic objects and 'vis-à-vis with the objects.' Moreover, his works set themselves apart from surrealism - strictly speaking - because it deals with the essence of the world we live in, not the world of dreams, fantasy, and imagination through existence.
His works embrace 'everyday experiences, making it possible to classify them as pop art. In terms of genealogy alone, it is not a wrong perspective. Like pop art artists, hyperrealists transferred to the canvas the everyday life, that is, the world of images that are ever-present in front of our eyes. Hyperrealism, which accommodates the everyday life and popular attributes under the thesis of art, has been greatly influenced by pop art from an art-historical perspective. So, the two are quite relevant.
However - strictly speaking- there is also a difference between pop art and hyperrealism. Pop art was enthusiastic about mass production and consumption system and the symbolism of the media. At the same time, hyperrealism aims to express truthfully and accurately with an attitude of grasping the reality of the outer world, trusting in the objective existence of things, and accepting of given reality as it is.
In addition, hyperrealism shows the suppressed, non-emotional world as is and handles the world without any comment - even trivial and insignificant things. It is differentiated from pop art. Furthermore, if pop art had momentary, youthful, and sexual blanks and was volatile, hyperrealists' paintings did not.
Therefore, KIM's works have no common denominator with pop art, except they take everyday life experiences. Because it is an 'unrealistic landscape that exists in reality,' it is not relevant to surrealism, a literary and artistic trend of the 20th century that aims for the world of the unconscious or the dream world. Even his works are distinguished from Korean hyperrealism, which emphasizes the overlap of the subject and the object or the overlap of nature and reality in terms of the overlap of tactile and visual senses.
Simply put, if general hyperrealism approaches' factual facts', Kim's paintings paradoxically expand to the objective and concrete existence of objects under the fiction of facts and also to the 'reality of the possibility of existence.' The hyper-realistic depiction is merely a device to lead to the 'reality of the possibility of existence' and a means to help us grasp the 'eternality of reality.'
Eternality in time at standstill
His works have laid a foundation of their own, focusing on "eternality," away from the flow of general and fixed art trends, even though hyperrealism and surrealism are juxtaposed or coexisted on single footage. The key is 'contact' with the essence of existence behind the visible visual surprise. In other words, it is 'contact' with ordinary beings, had been beings or given beings.
It is apparent where he has consistently repeated: "Dream the Eternity" as the title of his works since 2012 and the "pebbles" that often appear in his works - guaranteeing the essence of existence. They are means to indicate the "eternality of time," and it was a correlated action that sensuously connects the reality under the link of existence and subject.
Pebbles resemble humans with their individual uniqueness. A cluster of pebbles is like a society or a community. If a cluster of pebbles filling the canvas is a community, each pebble resembles a human's life, which clashes with numerous "grains of time" and becomes smaller and rounder. For both pebbles and people, rough edges wear out over time, making them softer and gentle. However, along with the statues to be discussed later, pebbles are also more meaningful than they look.
The pebbles are pushed around by waves and make clashing sounds as they hit each other. We make tangible and intangible sounds as often as we get hit by the waves. (Sometimes we scream!) this, too, is no different from the sound of our lives - sometimes painful and sometimes joyful like our lives returning to the time of peace - looking at the peaceful and clear sky - after being swept away by something like a giant wave.
For KIM, the sound is equivalent to the true and actual sound. Moreover, this becomes a "representation" in his paintings. In other words, pebbles are not just natural objects, but the lives of "your" and "mine," and they are individuals corresponding to each other and become representations of the subject as they are converted into the life of KIM "himself."
The pebbles in his work are natural objects that cherish desire and wishes. While being a crossing place of returning and flowing hyperreality that transcends real-time and eternal time, at the same time, it is positioned as a symbol of the artist's aesthetic compass. It is undeniable that the beginning opened up the present day of KIM – riding on the time, swimming to the fullest - breaking away from the consistent flow of 'silence' in 2005.
The word 'time' is a vital noun that confirms eternality for the artist. Like the pebble work Dream of Pebble (2013) on a round canvas and Dream of Pebble (2015), also on a round canvas, painting on round canvases was to express the circulating characteristic of time and the eternality of the time. Time is viewed as a device that visualizes the essence of existence.
There is no need for a religious interpretation, but the round form is also the artists' application of Mandala. It can be interpreted as capturing the 'circular' character of Mandala. As with the discovery of the pebbles, the fact that a kind of secret painting that changes one's fate is Mandala is in line with the series of works he has been making and the process of asking himself about the essence of existence. This is especially true when you think of Mandala's epiphany that "the universe is in you." Because 'manda' is the essence and 'la' is possession.
Contact, the territory of eternity with an inherent essence of existence
The artist's perspective on eternity through time, a modern version of the Mandala - which means all things in the universe and symbolizes the flow of consciousness in the human mind - thereby approaching the essence of existence. His perspective is equally revealed in his recent works, where he had transferred statues commonly seen in and around Europe onto canvas.
From <Dream the Eternity> (2013), which painted Nike, the goddess of victory, <Dream the Eternity> (2014-2015) with a hint of erotic love with Cupid to his recent works Pegasus and a giant statue wearing a helmet, wrapping around a woman - within the framework of temporality mixed with the material- have been the subject that has formed a kind of legacy for his works for more than ten years.
These statues painted with excellent senses are done so well that they make the audience doubt whether they really exist. It can be a mistake if judged to be reproductions of myths. As the pebbles did, new elements – cast internally - created by KIM, such as time and space, civilization and nature, spirituality and materiality, and myths and reality, and creation, extinction, and the unknowns blended in the spatiality of the universe are in full bloom in each work.
What is the most valued here is 'contact.' A pictorial embodiment of ontological events (KIM Sejoong) - contact of things and himself, contact of things and things, contact of the world and himself – and not just superficial imitation but sensory, perceptual, and emotional contact transcending the physical world with the eternal subject existing in the background is the keyword. His contact with KIM Sechoong (1928-1986), a great Korean sculptor who decorates a page in art history, is also part of it.
Of course, his primary technique, realism, is a gate from experience to the stage of contact (KIM also wrote in his dissertation that "the pebbles and statues are the first gateways to my experience,") and Kim Sejoong's extremely meticulous painting is a visual means to induce the audience in front of it.
Passing through the gate of "the potential of lucidness of the reality" (Kim Sejoong), you can encounter nature and eternity set on the same path as human life. Interestingly, you can meet the essence hidden behind the retina if you open the gate and enter. The moment you encounter them is the reality within the transcendental experience, and the hidden behind that reality is the essence of being – eliminating illusions again, approaching eternity.
Existence is not a predicate for KIM. As the definition of Immanuel Kant, it is nothing more than the definement of things in itself than the idea of something that can be added to the concept of things. Therefore, the actual story (such as Greek and Roman mythology) contained in these medieval or Renaissance sculptures is not the center of the work. It has nothing to do with the historicity of each sculpture. In short, it has nothing to do with actual or individual stories.
Instead, the eternality of eternity which embraces the yoke of time, the ultimate eternality beyond creation and extinction, and eternity as a cycle to reach the essence, are engraved. So are KIM's recent works. It is no exaggeration to say that they appear to be stationary and reflect the timeless, post-time, and inevitable eternity beyond the time of going in one direction. This is also the aggregation of time to face the essence of existence.
At the same time, the statues are more of a materialized artistic objet. It is proper to say that something spiritual makes contact between perception and representation. In addition, those classical sculptures can function as a symbol of the inscape of KIM himself. However, it can also be judged as a passage that bridges spirit and reality in that it is perceived as an objective entity belonging to the physical world. Of course, it is well known that the noun 'time' intervenes in each gap.
When all of these are put together, his paintings eventually move forward beyond this world through statues, the props of myths; ultimately, the outcome of his concerns and attempts on how to view and translate the essence of existence. At this time, realism is merely providing permanent reality through experience to things, and the statues are nothing more than a 'wormhole' and a kind of a subject of contact that bridges the world - that kindled out of the experience - with the matter.
Nevertheless, the subject should be handled importantly. It probes the possibility of art that is not irrelevant to human life, along with the concept of time that bolsters the essence of existence beyond the canvas. This is also one factor that raises the value of KIM Sejoong's works, which has been cultivating the history of paintings in his own way.
By HONG Kyounghan (Art critic)
Between eternity and moment(영원과 순간 사이), 116.7×38.6cm, Oil on canvas, 2018
김세중(金世中) Kim Sejoong
2022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졸업 (미술학박사)
2006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미술학석사)
200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2 영원과 순간 사이, THE 갤러리, 경기도
영원과 순간 사이, 김세중미술관, 서울
2020 영원과 순간 사이, 김세중미술관, 서울
낯선 듯 낯설지 않은꿈, 정문규미술관, 경기
2019 Entre l'éternité et l'instant, Atelier Claude Monet, FRANCE
2016 자연, 꿈, 영원, 박수근미술관, 강원도
2013 영원을 꿈꾸다, 박영덕 화랑, 서울
2008 영원을 껴안다, 박영덕 화랑, 서울
2005 어둠속의 속삭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스페이스 아침, 서울
어둠속의 속삭임, 갤러리 PICI, 서울
그룹전시 및 아트페어 310여회
수상
2022 호반문화재단 청년작가 미술공모전 ‘2022 H-EAA’ ‘대상’
2020 제23회 세계평화미술대전 ‘종합대상_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4 단원미술제 ‘안산선정작가’
2011 제2회 가톨릭 미술 공모전 ‘우수상’
2006 단원미술대전 ‘특선’
제2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레지던시
2015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제10기 입주작가, 박수근미술관, 강원도 양구
2013~2014 경기창작센터 기관협력 레지던시 입주작가, 경기창작센터, 경기도
작품소장
국방부, 한화그룹, (주)메디컬 그룹 베스티안, 천주교 서울대교구, 광주시립미술관, 단원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뉴욕 RYC Center,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호반문화재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