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ined portrait_01, 72.7x53cm, Oil on linen, 2023
2023년 12월 07일(목) - 12월 30일(토)
갤러리나우는 회화와 미디어아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중 문화의 아이콘을 재현과 유연한 변형의 방식을 통해 표현하는 작가 김병관의 개인전 <Floating Portrait>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명화>,<미디어>,<카툰>으로 구분되는 그의 작업 중 <미디어>시리즈 24여 점과 전시 전체의 개념을 아우르고 작가의 세계관 조여주는 장치로서 영상 작업 1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병관의 작업은 그가 성장하면서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했던 매스 미디어의 영향에서 시작되었다. 강하고 거부할 수 없는 미디어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자신을 들여다 보며 그는 대중문화의 힘을 인정하고, 작가의 특권인 무한한 표현 의지를 담보로 대중 문화의 소재를 지배하며 유희하기로 의도했다. 작가는 자크 라캉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문장에 동의하며,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 성격의 결인 ‘욕망’조차도 결코 자유롭게 가질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한다. 대신 견고한 대상을 유연하게 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색의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그만의 미감을 완성한다.
작업 과정은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시각적 자료를 기반으로 대상을 모노톤으로 재현한 후 물감을 뿌리거나 문지른 뒤 흘러내리는 선을 방치하여 작업의 종료의 골든 타임을 위해 면밀하게 관찰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의 화면은 순간 집중력과 이를 뒷받침할 필력을 필요로 하며 추상과는 관계없는 우연의 의도를 극대화시킨다. CG에서 물체를 빨리 움직이게 하여 줄무늬가 나타나게 하는 효과인 모션 블러(Motion Blur) 형상도 그의 화면에서 주목할 점인데 그의 이러한 조형 감각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가상 공간에서 빛과 오브제의 관계를 다루는 애니메이션 TD(Technical Director)로서의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회화에서 ‘물아일체(物我一體)’란 스케치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캔버스(화면)-붓(도구)-화가(화자)’가 하나가 되어 가장 직접적인 매체로서의 성격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로 종종 언급된다. 마치 실수를 한 것 같은 그의 터치감은 회화의 수행 과정 중에 페인터로서 가장 ‘김병관’답게 하는 붓질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그 붓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관람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그가 이러한 회화의 본질적인 성격을 활용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대상을 둘러싸고 있는 표피화된 현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화하는 대중들의 피드백은 유행이나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도태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유행하는 이미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것임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대중 문화의 아이콘에서 보여지는 견고한 ‘정체성’이 사실 ‘허무함’과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적어도 그에게 순수하게 대상을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순수한 그리기’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이지만, 표피에 부유하는 듯 훼손된 이미지는 아티스트이자 대중의 한 사람인 김병관의 또 다른 ‘정체성’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Astronaut_01, 80.3x60.6cm, Oil on linen, 2023
Being a Cat_01, 80.3x60.6cm, Oil on linen, 2023
Hero_01, 80.3x60.6cm, Oil on linen, 2023
Floating Portrait
내게 있어선 인물화를 그린다는 것은, 누군가의 내면을 그리는 것이 아닌, 조금은 다른 지점에서 시작한다. 바로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는 표피화되어 버린 현상을 그리는 것이다. 시간의 축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화하는 인간들의 피드백은 ‘유행’ 또는 ‘신드롬’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날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조금도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을 목격한다. 왜냐하면 이 웨이브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자신의 도태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유행과 신드롬에 민감하게 변화하는 자신을 감각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아래에서 우리가 고정되어 있다라고 믿고 있는 소위 ‘정체성’을 ‘그린다’ 라는 것이 헛된 소망일 뿐 있음을 추론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내부가 아닌 철저히 외부(표면)만을 표현하는 것이 차라리 솔직한 행위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려진 표피는 스크린 위에 잔상처럼, 그저 흐르는 표피일 뿐이다. 이러한 인지에서 누군가를 ‘그린다’ 라는 행위는 그저 산만함의 바다 위에 부유하는 표피를 그리는 행위이며, 그 궤적만이 그림에서 남을 뿐이다.
김병관
My villain_01, 53x72.7cm, Oil on linen, 2023
My villain_02, 53x72.7cm, Oil on linen, 2023
Floating Portrait
For me, painting portraits is not drawing somebody's inner but it starts, some what, from different point. It is more drawing a phenomenon that wraps that somebody around and became as surface. The human feedback that reacts sensitively and changes via axis of time appears as a phenomenon such as 'trend' or 'syndrome'. The world that I gaze on daily basis, this sort of phenomenon occurs repeatedly and inescapably, not even an inch. The reason is escaping from this wave simply will be recognized as dying out. Paradoxically, with all might and passion, to feel oneself to be sensible of the trends and syndromes. Under these phenomena, don't you all think, it will be such a easy guess that drawing out so called 'identity' will be a vain hope? Or wouldn't it be very honest behavior to just purely draw out somebody's skin(surface)? If this would be possible, painted skin is just a flowing epidermis, like an afterimage on a screen. In this recognition, the act of drawing someone is just the act of drawing a floating epidermis on a sea of distractions, and only the trace remains in the painting.
Kim Byungkwan
Andy's window, 90.9x65.1cm, Oil on linen, 2023
Ruined portrait_03, 80.3x65.1cm, Oil on linen, 2023
관능의 깊은 표면
“금강”의 시인 신동엽은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했지만, 불행히도 김병관은 껍데기만 그린다. 껍질을 제거한 알맹이조차도 다시 껍데기로 그려버린다. 그림의 물질적 표면은 매끈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끈적끈적하고 울퉁불퉁하다. 대중 문화 아이콘의 속살이 여물지않은 딱치처럼 겉으로 드러난 듯하다. 껍데기를 벗긴 알맹이 표면을 능숙한 붓질과 섬세한 터치로 겉이지만 속처럼 보이도록 그렸기 때문이다.
미키마우스를 그리든 오드리 햅번이나 라퀠 웰치를 그리든 구체적 부위는 실루엣은 유지하지만 얼굴이나 신체의 구체적 부위는 어김없이 뭉게지거나 왜곡된다. 게다가 그가 그린 아이콘들은 분위기랄까 기운 혹은 감각의 더듬이 같은 것을 난잡하게 흘리거나 내뿜고 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눈 앞에 있기는 하나 딱히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나 홀로그램처럼 보이기도 하다. 노이즈가 생긴 아날로그 티브이 속이나 버그가 난 컴퓨터 모니터 속에서 튀어나온 가상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여신처럼 보이는 것이다. 일그러지고 훼손되어도 여전히 아이콘은 아이콘으로서 불멸의 존재감을 내뿜기야 하지만, 왠지 텅 비어 있는 형태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목소리가 육체에서 이탈되고, 디지털로 복제된 이미지가 편재하는 시대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스스로를 위장하는 이미지야말로 이 시대정신(zeitgeist)의 현신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체로부터 이탈하여 디지털로 끝없이 복제되고, 그 복제가 끝없이 돌아다니는 시대에서 작가가 제 아무리 개입을 하여 그 무한 증식의 고리를 끊어 내어도 복제 이미지는 적당히 변형, 증식되어 흘러 다닌다. “끝이 없는 것을 아는 한없이 복잡한 표면의 놀이(Mark Taylor)”인 것이다. 도리어 그 개입의 결과는 역설적으로 불변과 불멸의 신화=자연으로 남게 된다. 감추어진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이미지의 의미만이 변형되어 영속하는 것이다. 기호 결합이 인과관계처럼 파악되어 우연에 의한 내포적인 의미가 외연적 의미로 드러나는 것이다
김병관도 워홀처럼 대중 숭배의 대상인 아이콘을 작품의 소재로 차용하지만, 그 형식을 손을 사용해서 조작해서 채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을 통해서 사람이나 사물을 보는 행위는 사물을 직접 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의미가 부여되어, 보는 행위 자체를 변화시킨다. 현실 자체가 화면을 통해 보는 이미지와 점점 더 닮아가고, 급기야 그림을 그리는 자신이 곧 이미지와 분리되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를 자기가 그린 이미지를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점차 느끼는 것이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화면을 통해 지각된 이미지가 자신의 신체를 통해 재구성되는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는 지각적 과정이 수반된 결과로 인한 것이다. 즉 화면으로 지각된 이미지가 신체를 통해서 변형되고 재현되는 그 행위 자체가 미적인 과정의 정신적 과정이나 그 생산이 되는 것이다. 가상이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이라는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를 넘어서서 그 리얼리티 자체가 오히려 새로운 가상이 되어서 새로운 익숙함을 창출시키는 것이다.
김병관이 가상을 가상으로 되돌리면서 만든 작품들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디에나 있는 이미지에 포섭된 김병관이 새긴 김병관 자신이 주체로서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다. 이 주체의 정체성은 김병관 내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김병관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흡수했던 대중문화 속에 흩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주체의 외부에서 내면에 흡수된 다양한 이미지들이 대상화되어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고, 그것이 다시 어떤 식으로는 반복적 방법을 통하여 다시 재대상화되어 페인팅을 매개로 하여 가공하는 과정 속에 예술가가 예술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그 과정의 결과로 나타난 작품을 보면서 김병관의 유령같은 주체의 출몰과 활약 그리고 그 흔적을 음미할 따름이다.
김웅기
<Click above of Image to enter 3D VR exhibition hall>
김병관
개인전
2023 <Floating Portrait>, 갤러리나우, 서울
2023 <Fantagy>, GALLERY KIMSON, 부산
2022 <Out of frames>, DGB갤러리, 대구
2021 <MIX SIGNAL>, DGB갤러리, 대구
2021 <On the Stage>, 살롱 아터테인, 서울
2021 <SPECTACLE>, Polestarart Gallery, 서울
2019 <Second Layer>, 갤러리다온, 서울
2019 <Black Painting>, 살롱 아터테인, 서울
2017 <Hysteria>, 살롱 아터테인 , 서울
2016 <Empty Girl> PROGR, 베른, 스위스
2015 <Behind the face>, aA 디자인 뮤지엄, 서울
2014 <Experimental Theatre>, 갤러리라메르, 서울
2012 <Drawing for version 0.0>, 갤러리가회동60, 서울
2012 <X-report>, 갤러리아우라, 서울
2011 <파이널리스트-New Discourse Fine artist selection>, Cyart Gallery, 서울
그룹전
2022 <Beyond the Visible>, 리나갤러리, 서울
2022 <Switch Art Market>, 백해영갤러리, 서울
2021 <Male of the Species>, Arcadia Contemporary, 뉴욕
2021 <Total support 2021>, 토탈미술관, 서울
2021 <Art collective; On&Off>, 롯데갤러리(본점), 서울
2021 <당신의 안녕>, 소마미술관, 서울
2020 <SUPER COLLECTION>, 슈페리어갤러리, 서울
2019 <BEHIND THE SCENES>, 롯데갤러리, 서울
2018 <DEAR MY WEDDING DRESS>, 서울미술관, 서울
2017 <Can't Take My Eyes Off you>, 백혜영갤러리, 서울
2016 <Counter Work_아티스트 김vs아티스트 조>, 살롱 아터테인, 서울
2016 <통찰>, 갤러리그림손, 서울
2016 <FRESH! 2016>, Jankossen Contemporary, 뉴욕, 미국
2016 <ATROCITY EXHIBITION>, Galleri A / A Minor, 오슬로, 노르웨이
2015 <THE PRESENT>, 신사장, 서울
2015 <UTOPIA>, Karimacelestin Gallery, 마르세이유, 프랑스
2013 <난지아트쇼 Ⅰ: 므네모시네의 사생활>, SeMA 난지 전시홀, 서울
2012 <크리스탈 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SIA 미디어 아트 어워즈 수상작 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2 <Meeting with 6 Finalists for SIA Media Art Awards>, CJ E&M 센터, 서울
수상
2012 파이널리스트, SIA 미디어 아트 어워즈
2011 파이널리스트, New Discourse Fine artist selection
레지던시
2017 NU-E RESIDENCY, 완주
2013 서울시립미술관(SeMA) 난지창작스튜디오, 서울
KIM BYUNG KWAN
Solo Exhibition
2023 <Floating Portrait>, galleryNoW, Seoul, Korea
2023 <Fantagy>, GALLERY KIMSON, Busan, Korea
2022 <Out of frames>, DGB GALLERY, Deagu, Korea
2021 <MIX SIGNAL>, DGB GALLERY, Deagu, Korea
2021 <On the Stage>, Artertain, Seoul, Korea
2021 <SPECTACLE>, Polestarart Gallery, Seoul, Korea
2019 <Second Layer>, Gallery Daon, Seoul, Korea
2019 <Black Painting>, Salon Artertain, Seoul, Korea
2017 <Hysteria>, Salon Artertain, Seoul, Korea
2016 <Empty Girl>, PROGR, Bern, Switzerland
2015 <Behind the face>, aA design museum,Seoul, Korea
2014 <Experimental Theatre>, Gallery LA MER, Seoul, Korea
2012 <Drawing for version 0.0>, Gallery GAHOEDONG60, Seoul, Korea
2012 <X-report>, Gallery Aura, Seoul, Korea
2011 <Finalist exhibition-New Discourse Fine artist selection>, Cyart Gallery, Seoul, Korea
Group Exhibitions · Screening
2022 <Beyond the Visible>, LINA Gallery, Seoul, Korea
2022 <Switch Art Market>, Paikhaeyoung Gallery, Seoul, Korea
2021 <Male of the Species>, Arcadia Contemporary, NY, USA
2021 <Total support 2021>, Total museum, Seoul, Korea
2021 <Art collective; On&Off>, Lotte Gallery, Seoul, Korea
2021 <Dead Point and Second Wind>, Seoul Olympic Museum of Art, Seoul, Korea
2020 <SUPER COLLECTION>, Superior Gallery, Seoul, Korea
2019 <BEHIND THE SCENES>, Lotte Gallery, Seoul, Korea
2018 <DEAR MY WEDDING DRESS>, SEOUL MUSEUM, Seoul, Korea
2017 <Can't Take My Eyes Off you>, PAIKHAEYOUNG Gallery, Seoul, Korea
2016 <Counter Work_Artist Kim vs Artist Cho>, Salon Artertain, Seoul, Korea
2016 <INSIGHT>, Gallery Grimson, Seoul, Korea
2016 <FRESH! 2016>, Jankossen Contemporary, NY, USA
2016 <THE ATROCITY EXHIBITION>, Galleri A / A Minor, Oslo, Norway
2015 <THE PRESENT>, SINSAJANG, Seoul, Korea
2015 <UTOPIA>, Karimacelestin Gallery, Marseille, France
2013 <NANJI ART SHOW:Mnemosyne’s Privacy>, SeMA NANJI EXHIBITION HALL, Seoul
2012 <Welcome to Cristal Room>, SIA Media Art Awards Winner Exhibition, Seoul Museum of Art, Seoul
2012 <Meeting with 6 Finalists for SIA Media Art Awards>, CJ E&M Center
Residency
2017 NU-E RESIDENCY, Wanju, Korea
2013 SeMA NANJI RESIDENCY Award, Seoul, Korea
Awards
2012 Finalist, SIA Media Art Awards
2011 Finalist, New Discourse Fine artist selection
Ruined portrait_01, 72.7x53cm, Oil on linen, 2023
2023년 12월 07일(목) - 12월 30일(토)
갤러리나우는 회화와 미디어아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중 문화의 아이콘을 재현과 유연한 변형의 방식을 통해 표현하는 작가 김병관의 개인전 <Floating Portrait>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명화>,<미디어>,<카툰>으로 구분되는 그의 작업 중 <미디어>시리즈 24여 점과 전시 전체의 개념을 아우르고 작가의 세계관 조여주는 장치로서 영상 작업 1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병관의 작업은 그가 성장하면서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했던 매스 미디어의 영향에서 시작되었다. 강하고 거부할 수 없는 미디어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자신을 들여다 보며 그는 대중문화의 힘을 인정하고, 작가의 특권인 무한한 표현 의지를 담보로 대중 문화의 소재를 지배하며 유희하기로 의도했다. 작가는 자크 라캉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문장에 동의하며,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 성격의 결인 ‘욕망’조차도 결코 자유롭게 가질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한다. 대신 견고한 대상을 유연하게 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색의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그만의 미감을 완성한다.
작업 과정은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시각적 자료를 기반으로 대상을 모노톤으로 재현한 후 물감을 뿌리거나 문지른 뒤 흘러내리는 선을 방치하여 작업의 종료의 골든 타임을 위해 면밀하게 관찰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의 화면은 순간 집중력과 이를 뒷받침할 필력을 필요로 하며 추상과는 관계없는 우연의 의도를 극대화시킨다. CG에서 물체를 빨리 움직이게 하여 줄무늬가 나타나게 하는 효과인 모션 블러(Motion Blur) 형상도 그의 화면에서 주목할 점인데 그의 이러한 조형 감각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가상 공간에서 빛과 오브제의 관계를 다루는 애니메이션 TD(Technical Director)로서의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회화에서 ‘물아일체(物我一體)’란 스케치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캔버스(화면)-붓(도구)-화가(화자)’가 하나가 되어 가장 직접적인 매체로서의 성격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로 종종 언급된다. 마치 실수를 한 것 같은 그의 터치감은 회화의 수행 과정 중에 페인터로서 가장 ‘김병관’답게 하는 붓질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그 붓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관람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그가 이러한 회화의 본질적인 성격을 활용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대상을 둘러싸고 있는 표피화된 현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화하는 대중들의 피드백은 유행이나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도태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유행하는 이미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것임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대중 문화의 아이콘에서 보여지는 견고한 ‘정체성’이 사실 ‘허무함’과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적어도 그에게 순수하게 대상을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순수한 그리기’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이지만, 표피에 부유하는 듯 훼손된 이미지는 아티스트이자 대중의 한 사람인 김병관의 또 다른 ‘정체성’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Astronaut_01, 80.3x60.6cm, Oil on linen, 2023
Being a Cat_01, 80.3x60.6cm, Oil on linen, 2023
Hero_01, 80.3x60.6cm, Oil on linen, 2023
Floating Portrait
내게 있어선 인물화를 그린다는 것은, 누군가의 내면을 그리는 것이 아닌, 조금은 다른 지점에서 시작한다. 바로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는 표피화되어 버린 현상을 그리는 것이다. 시간의 축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화하는 인간들의 피드백은 ‘유행’ 또는 ‘신드롬’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날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조금도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을 목격한다. 왜냐하면 이 웨이브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자신의 도태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유행과 신드롬에 민감하게 변화하는 자신을 감각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아래에서 우리가 고정되어 있다라고 믿고 있는 소위 ‘정체성’을 ‘그린다’ 라는 것이 헛된 소망일 뿐 있음을 추론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내부가 아닌 철저히 외부(표면)만을 표현하는 것이 차라리 솔직한 행위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려진 표피는 스크린 위에 잔상처럼, 그저 흐르는 표피일 뿐이다. 이러한 인지에서 누군가를 ‘그린다’ 라는 행위는 그저 산만함의 바다 위에 부유하는 표피를 그리는 행위이며, 그 궤적만이 그림에서 남을 뿐이다.
김병관
My villain_01, 53x72.7cm, Oil on linen, 2023
My villain_02, 53x72.7cm, Oil on linen, 2023
Floating Portrait
For me, painting portraits is not drawing somebody's inner but it starts, some what, from different point. It is more drawing a phenomenon that wraps that somebody around and became as surface. The human feedback that reacts sensitively and changes via axis of time appears as a phenomenon such as 'trend' or 'syndrome'. The world that I gaze on daily basis, this sort of phenomenon occurs repeatedly and inescapably, not even an inch. The reason is escaping from this wave simply will be recognized as dying out. Paradoxically, with all might and passion, to feel oneself to be sensible of the trends and syndromes. Under these phenomena, don't you all think, it will be such a easy guess that drawing out so called 'identity' will be a vain hope? Or wouldn't it be very honest behavior to just purely draw out somebody's skin(surface)? If this would be possible, painted skin is just a flowing epidermis, like an afterimage on a screen. In this recognition, the act of drawing someone is just the act of drawing a floating epidermis on a sea of distractions, and only the trace remains in the painting.
Kim Byungkwan
Andy's window, 90.9x65.1cm, Oil on linen, 2023
Ruined portrait_03, 80.3x65.1cm, Oil on linen, 2023
관능의 깊은 표면
“금강”의 시인 신동엽은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했지만, 불행히도 김병관은 껍데기만 그린다. 껍질을 제거한 알맹이조차도 다시 껍데기로 그려버린다. 그림의 물질적 표면은 매끈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끈적끈적하고 울퉁불퉁하다. 대중 문화 아이콘의 속살이 여물지않은 딱치처럼 겉으로 드러난 듯하다. 껍데기를 벗긴 알맹이 표면을 능숙한 붓질과 섬세한 터치로 겉이지만 속처럼 보이도록 그렸기 때문이다.
미키마우스를 그리든 오드리 햅번이나 라퀠 웰치를 그리든 구체적 부위는 실루엣은 유지하지만 얼굴이나 신체의 구체적 부위는 어김없이 뭉게지거나 왜곡된다. 게다가 그가 그린 아이콘들은 분위기랄까 기운 혹은 감각의 더듬이 같은 것을 난잡하게 흘리거나 내뿜고 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눈 앞에 있기는 하나 딱히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나 홀로그램처럼 보이기도 하다. 노이즈가 생긴 아날로그 티브이 속이나 버그가 난 컴퓨터 모니터 속에서 튀어나온 가상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여신처럼 보이는 것이다. 일그러지고 훼손되어도 여전히 아이콘은 아이콘으로서 불멸의 존재감을 내뿜기야 하지만, 왠지 텅 비어 있는 형태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목소리가 육체에서 이탈되고, 디지털로 복제된 이미지가 편재하는 시대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스스로를 위장하는 이미지야말로 이 시대정신(zeitgeist)의 현신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체로부터 이탈하여 디지털로 끝없이 복제되고, 그 복제가 끝없이 돌아다니는 시대에서 작가가 제 아무리 개입을 하여 그 무한 증식의 고리를 끊어 내어도 복제 이미지는 적당히 변형, 증식되어 흘러 다닌다. “끝이 없는 것을 아는 한없이 복잡한 표면의 놀이(Mark Taylor)”인 것이다. 도리어 그 개입의 결과는 역설적으로 불변과 불멸의 신화=자연으로 남게 된다. 감추어진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이미지의 의미만이 변형되어 영속하는 것이다. 기호 결합이 인과관계처럼 파악되어 우연에 의한 내포적인 의미가 외연적 의미로 드러나는 것이다
김병관도 워홀처럼 대중 숭배의 대상인 아이콘을 작품의 소재로 차용하지만, 그 형식을 손을 사용해서 조작해서 채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을 통해서 사람이나 사물을 보는 행위는 사물을 직접 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의미가 부여되어, 보는 행위 자체를 변화시킨다. 현실 자체가 화면을 통해 보는 이미지와 점점 더 닮아가고, 급기야 그림을 그리는 자신이 곧 이미지와 분리되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를 자기가 그린 이미지를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점차 느끼는 것이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화면을 통해 지각된 이미지가 자신의 신체를 통해 재구성되는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는 지각적 과정이 수반된 결과로 인한 것이다. 즉 화면으로 지각된 이미지가 신체를 통해서 변형되고 재현되는 그 행위 자체가 미적인 과정의 정신적 과정이나 그 생산이 되는 것이다. 가상이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이라는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를 넘어서서 그 리얼리티 자체가 오히려 새로운 가상이 되어서 새로운 익숙함을 창출시키는 것이다.
김병관이 가상을 가상으로 되돌리면서 만든 작품들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디에나 있는 이미지에 포섭된 김병관이 새긴 김병관 자신이 주체로서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다. 이 주체의 정체성은 김병관 내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김병관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흡수했던 대중문화 속에 흩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주체의 외부에서 내면에 흡수된 다양한 이미지들이 대상화되어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고, 그것이 다시 어떤 식으로는 반복적 방법을 통하여 다시 재대상화되어 페인팅을 매개로 하여 가공하는 과정 속에 예술가가 예술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그 과정의 결과로 나타난 작품을 보면서 김병관의 유령같은 주체의 출몰과 활약 그리고 그 흔적을 음미할 따름이다.
김웅기
<Click above of Image to enter 3D VR exhibition hall>
김병관
개인전
2023 <Floating Portrait>, 갤러리나우, 서울
2023 <Fantagy>, GALLERY KIMSON, 부산
2022 <Out of frames>, DGB갤러리, 대구
2021 <MIX SIGNAL>, DGB갤러리, 대구
2021 <On the Stage>, 살롱 아터테인, 서울
2021 <SPECTACLE>, Polestarart Gallery, 서울
2019 <Second Layer>, 갤러리다온, 서울
2019 <Black Painting>, 살롱 아터테인, 서울
2017 <Hysteria>, 살롱 아터테인 , 서울
2016 <Empty Girl> PROGR, 베른, 스위스
2015 <Behind the face>, aA 디자인 뮤지엄, 서울
2014 <Experimental Theatre>, 갤러리라메르, 서울
2012 <Drawing for version 0.0>, 갤러리가회동60, 서울
2012 <X-report>, 갤러리아우라, 서울
2011 <파이널리스트-New Discourse Fine artist selection>, Cyart Gallery, 서울
그룹전
2022 <Beyond the Visible>, 리나갤러리, 서울
2022 <Switch Art Market>, 백해영갤러리, 서울
2021 <Male of the Species>, Arcadia Contemporary, 뉴욕
2021 <Total support 2021>, 토탈미술관, 서울
2021 <Art collective; On&Off>, 롯데갤러리(본점), 서울
2021 <당신의 안녕>, 소마미술관, 서울
2020 <SUPER COLLECTION>, 슈페리어갤러리, 서울
2019 <BEHIND THE SCENES>, 롯데갤러리, 서울
2018 <DEAR MY WEDDING DRESS>, 서울미술관, 서울
2017 <Can't Take My Eyes Off you>, 백혜영갤러리, 서울
2016 <Counter Work_아티스트 김vs아티스트 조>, 살롱 아터테인, 서울
2016 <통찰>, 갤러리그림손, 서울
2016 <FRESH! 2016>, Jankossen Contemporary, 뉴욕, 미국
2016 <ATROCITY EXHIBITION>, Galleri A / A Minor, 오슬로, 노르웨이
2015 <THE PRESENT>, 신사장, 서울
2015 <UTOPIA>, Karimacelestin Gallery, 마르세이유, 프랑스
2013 <난지아트쇼 Ⅰ: 므네모시네의 사생활>, SeMA 난지 전시홀, 서울
2012 <크리스탈 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SIA 미디어 아트 어워즈 수상작 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2 <Meeting with 6 Finalists for SIA Media Art Awards>, CJ E&M 센터, 서울
수상
2012 파이널리스트, SIA 미디어 아트 어워즈
2011 파이널리스트, New Discourse Fine artist selection
레지던시
2017 NU-E RESIDENCY, 완주
2013 서울시립미술관(SeMA) 난지창작스튜디오, 서울
KIM BYUNG KWAN
Solo Exhibition
2023 <Floating Portrait>, galleryNoW, Seoul, Korea
2023 <Fantagy>, GALLERY KIMSON, Busan, Korea
2022 <Out of frames>, DGB GALLERY, Deagu, Korea
2021 <MIX SIGNAL>, DGB GALLERY, Deagu, Korea
2021 <On the Stage>, Artertain, Seoul, Korea
2021 <SPECTACLE>, Polestarart Gallery, Seoul, Korea
2019 <Second Layer>, Gallery Daon, Seoul, Korea
2019 <Black Painting>, Salon Artertain, Seoul, Korea
2017 <Hysteria>, Salon Artertain, Seoul, Korea
2016 <Empty Girl>, PROGR, Bern, Switzerland
2015 <Behind the face>, aA design museum,Seoul, Korea
2014 <Experimental Theatre>, Gallery LA MER, Seoul, Korea
2012 <Drawing for version 0.0>, Gallery GAHOEDONG60, Seoul, Korea
2012 <X-report>, Gallery Aura, Seoul, Korea
2011 <Finalist exhibition-New Discourse Fine artist selection>, Cyart Gallery, Seoul, Korea
Group Exhibitions · Screening
2022 <Beyond the Visible>, LINA Gallery, Seoul, Korea
2022 <Switch Art Market>, Paikhaeyoung Gallery, Seoul, Korea
2021 <Male of the Species>, Arcadia Contemporary, NY, USA
2021 <Total support 2021>, Total museum, Seoul, Korea
2021 <Art collective; On&Off>, Lotte Gallery, Seoul, Korea
2021 <Dead Point and Second Wind>, Seoul Olympic Museum of Art, Seoul, Korea
2020 <SUPER COLLECTION>, Superior Gallery, Seoul, Korea
2019 <BEHIND THE SCENES>, Lotte Gallery, Seoul, Korea
2018 <DEAR MY WEDDING DRESS>, SEOUL MUSEUM, Seoul, Korea
2017 <Can't Take My Eyes Off you>, PAIKHAEYOUNG Gallery, Seoul, Korea
2016 <Counter Work_Artist Kim vs Artist Cho>, Salon Artertain, Seoul, Korea
2016 <INSIGHT>, Gallery Grimson, Seoul, Korea
2016 <FRESH! 2016>, Jankossen Contemporary, NY, USA
2016 <THE ATROCITY EXHIBITION>, Galleri A / A Minor, Oslo, Norway
2015 <THE PRESENT>, SINSAJANG, Seoul, Korea
2015 <UTOPIA>, Karimacelestin Gallery, Marseille, France
2013 <NANJI ART SHOW:Mnemosyne’s Privacy>, SeMA NANJI EXHIBITION HALL, Seoul
2012 <Welcome to Cristal Room>, SIA Media Art Awards Winner Exhibition, Seoul Museum of Art, Seoul
2012 <Meeting with 6 Finalists for SIA Media Art Awards>, CJ E&M Center
Residency
2017 NU-E RESIDENCY, Wanju, Korea
2013 SeMA NANJI RESIDENCY Award, Seoul, Korea
Awards
2012 Finalist, SIA Media Art Awards
2011 Finalist, New Discourse Fine artist se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