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용,국대호,윤병락,남경민,김준식 <THE DOTS>

 

김강용, Reality+Image 2207-2127, 82x82cm, Mixed media, 2022


2023년 11월 7일(화) - 11월 30일(목)


 갤러리나우는 회화의 구상성을 바탕으로 장르를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지점을 만들어온 5인의 작가, 김강용, 국대호, 윤병락, 남경민, 김준식과 함께 <The Dots 1>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이 대상을 인식하는 방법으로서 그들의 표현 방식에 집중하고, 동시에 작가 각자가 현재의 조형세계를 이루는 데 있어서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는 전시이다. 40대 중반의 작가부터 70대의 작가까지 종이나 횡의 선(線)이 아닌 주요한 지점의 점(鮎)의 관점으로 구성한 세대 별 전시이며, 각 작가의 작업에 부여되는 여러 측면의 작품의 의미-감정과 이성, 사회, 미학, 미술사적인 성과에 대하여 오마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5인의 참여작가는 내적인 감각을 시험하고 회화를 감각적인 지식의 결정체로 볼 수 있도록 자극하는 데 그 입장을 같이한다. 전시에서는 실존을 매개로 변화된 외형과 독특한 시점의 작업 그리고, 구상 작업의 연장선 상에서 기억 속의 색을 추출하여 표현한 추상 작업까지 아우르며 보여준다. 국내 회화의 흐름 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수많은 회화의 요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시각적인 어휘를 깊이 탐구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성을 지닌다. 나아가 전시는 사적인 관심으로 시작하는 그들의 ‘회화’가 어떤 방식으로 관람객의 이성을 흔들고 시대적 감성을 반영시키며 미래 ‘회화’의 흐름에 어떻게 도화선이 되는지 예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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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용, Reality+Image 2303-2154, 91x73cm, Mixed media, 2023


 “그림 안에 모든 게 녹아 있다.”

-김강용


김강용(b.1950-)은 1978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1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 주태석, 지석철 등 홍익대 동기들과 함께 당시 산업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극사실 회화 경향의 소그룹 ‘사실과 현실’을 조직해 작품을 발표했다. 이들은 1990년대 한국 미니멀리즘이 추구했던 방향과 다른 결의 극사실 회화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정신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사실주의 회화에 개념미술의 요소를 더함으로써 회화 존재 자체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했다. 대상을 사실적이고 정밀하게 묘사하던 그는 1970년대 작업의 재료로 모래를 사용, 현실 세계를 넘어 부재의 그림자로 추상화의 면모까지 확장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회화의 추상성은 <현실+상>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그가 치밀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그려내지만 사유로 얻게 된 마음의 빈 공간을 표현했음을 시사한다. 1983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3년 싱가포르에서의 개인전까지 3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작가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강용, Reality+Image 2210-2152, 52x112cm, Mixed media, 2022


 김강용은 그림을 그릴 때 체로 거른 작은 모래를 접착제와 섞어 캔버스에 판판하게 바르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그의 벽돌 그림의 첫 순서다. 무려 40여 년 이상의 세월을 벽돌을 그리는 일에 정진해 온 그에게 있어서 ‘벽돌’은 이제 세상을 보는 렌즈이며, 인간과 사물, 사건을 대하는 척도가 되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40년 이상의 세월을 벽돌과 함께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수적석천)”는 옛말처럼, ‘초지일관’의 자세가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그림 안에 모든 게 녹아 있다”고.

….(중략)….

 그는 극사실 작가로 출발을 하였으나, 오랜 세월에 걸친 수련을 닦은 뒤 이제는 극사실주의를 넘어선 어떤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 ‘어떤’ 경지란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가. 그것은 현실에서 출발하였으되, 현실을 ‘초월’한 세계이다. 그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다소 길지만 다음의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김강용의 작업이 아직도 벽돌에 관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요인은 모래라고 하는 질료적 측면과 장방형의 입방체가 지닌 유사성에 기인한다. 이는 우리의 경험에 입각한 연상 작용의 결과이다. 그러나 시점의 모순과 벽돌의 크기에 있어서 논리적 모순을 보이고 있는 그의 근작들을 분석해 보면 작품에 나타난 벽돌의 이미지들이 현실적 정황이나 실제의 벽돌이 지닌 본질을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1점 소실의 원근법적 체계를 무시한 다시점법의 도입, 크기가 제각각인 벽돌들, 벽돌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깔끔한 외양, 두꺼운 캔버스의 옆면과 거기에 묘사된 벽돌의 측면 등은 그의 작품이 대상으로서의 벽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모사의 차원에서), 이상화된 벽돌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김강용이 벽돌의 이미지를 화면 구성의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그것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현실을 초월해 있다. 그가 보여주는 벽돌 이미지의 다양한 변주는 화면에 조형적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는 지적 노력의 소산이다. 그는 리듬, 균형, 조화, 균제, 강조, 파격과 같은 다양한 조형원리를 통해 화면을 구성하며, 그렇게 산출된 작품들은 감상자에게 미적 쾌감을 준다. 

- 윤진섭 (미술평론가)


김강용, Reality+Image 1902-1648, 117x91cm, Mixed media, 2019


김강용 (b.1950)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개인전
2023 더컬럼스 갤러리 (싱가포르)
2021~22 스튜디오끼 (파주)
2020 성곡미술관 (서울)
2019 Han collection (런던, 영국)
2019 Gallery LVS (서울)
2017 예술의 전당 (서울)
2016 Fn갤러리 개관 초대 전 (서울)
2014 갤러리 MAHA 21 (서울)
2013 파이트너 리히텐펠스 (비엔나, 오스트리아)
2013 갤러리마이클슐츠 (베이징, 중국)
2012 갤러리마이클슐츠 (베를린, 독일)
2010 갤러리박영 (서울)
2009 T아트센타 (베이징, 중국)
2009 중국미술관 (베이징, 중국)
2008 가나아트센타 (서울)
2007 아트시즌스갤러리 (싱가포르)
2007 가제갤러리 (오사카, 일본)
2006 뉴호프갤러리 (뉴욕, 미국)
2006 모노갤러리 (베이징, 중국)
2005 코리아아트갤러리 (서울)
2003 조현화랑 (부산)
2002 박여숙화랑 (서울)
2000 박여숙화랑 (서울)
1999 가산화랑 (서울)
1998 이목화랑 (서울)
1995 추제화랑 (서울)
1992 이목화랑 (서울)
1988 미술회관 (서울)
1986 윤갤러리 (서울)
1984 대전문화원 (대전)
1983 그로리치화랑 (서울)


그룹전 (2022)
2022 SPACE-가상과 실재전 (공립인제내설악미술관, 인제)
2022 KIAF SEOUL (코엑스, 서울)
2022 재현과 재연 (롯데갤러리 본점, 서울)
2022 리얼과 이미지의 K-Artist 4인 (삼원갤러리, 서울)
2022 집으로 가는 길 – 귀로 (정읍시립미술관)
2022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제주도립미술관)
2022 꿈의 양평- 양평미술 세계의 중심으로 (양평도립미술관)
2022 1977~2022 선화랑 45주년 기념전 (선화랑, 서울) 외 다수

주요 소장처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홍익대학교 미술관, 서울
홍익대학교 박물관, 서울
성곡미술관, 서울
기담미술관, 제주도
박수근 미술관, 서울
서울 보건대학교, 서울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서울
박영사, 서울
삼광 컬렉션, 서울
양평미술관, 양평
인천지방검찰청, 인천
프레더릭 아이즈먼 아트 파운데이션, L.A., 미국 등


국대호, S2023802002, 80x200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나에게 풍경들은 어떤 구체적인 상황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특정한 색채로서 대체된다. 

이처럼 대체불가능한, 회화 속 색의 본질을 탐구하고 표현하고자 

나는 오늘도 캔버스에 색이라는 매개체를 핑계로 기억 속 여행을 떠난다.” 

국대호


국대호(b.1967-)는 추상-구상-추상 작업으로 일련의 변화를 거치며 빛과 색의 본질을 표현해왔다. 초기의 추상 작업에서는 색 자체에 집중하여 색면을 부드럽게 표현하였고, 2000년대 작품들의 주류를 이루는 구상 작업에서는 아웃포커스 기법을 이용하여 풍경을 묘사했다. <스트라이프(Stripe)> 연작은 이 전 구상 작업 과정을 포함하여 그의 인생 경험에서 체득된 색으로 구성된 ‘마음의 풍경화’이다. 이는 대상을 선택하고 분별하여 명료하게 이미지화하는 그의 탁월한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국대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 후 파리 국립 미술학교 회화과 석사, 파리 8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석사를 졸업하였다. 1995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노블레스 컬렉션(2022),환기미술관(2017),금호미술관(2006),프랑스 비트리시립갤러리(1998)등 24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파라다이스 시티(2022),서울미술관(2016),환기미술관(2014),양평군립미술관(2015),부산시립미술관(2013,2008),포항시립미술관(2011),일민미술관(2009)등 유수의 미술 기관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국대호, S2023302, 91x65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국대호, S2023307, 91x65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은 엄연히 말하자면 2004년에서 2006년까지 진행했던 스트라이프 작업의 시즌 2이다. 추상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색을 주제로 끊임없이 작업해 온 나는 색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표현들을 지속해왔다. 과연 나는 왜 그런 컬러들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왔는가 하는 문제 제기를 스스로에게 해본다.

 스트라이프 초기 작업에서는 색과 색이 수직적 형태로 만나 이루어내는 강렬한 발산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각각의 색채가 만나 생성된 그 경계는 미묘하고도 다양한 색의 변조로, 이질적 세계가 생생한 역동성을 느끼게 하였다. 이번 스트라이프 작업이 그전의 작업에서 변화한 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첫째는 색채에 질감을 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오일 물감을 묽게 만들어 플랫한 표면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캔버스 위에 튜브를 직접 짜서 긋기도 하며 스퀴지나 여러 가지 다른 도구들을 이용하여 물감 덩어리들의 질감을 서로 다르게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물감의 밀도와 속도, 방향의 규칙성을 작품마다 변화무쌍하게 표현해 봄으로써 회화의 본질적인 면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둘째는 나의 작업들에 시공간의 응축과 함축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내 작업은 무수히 많은 컬러들의 조합으로 인해 이뤄지는데 그것은 거의 수평적 형태를 이룬다. 또 그 형태는 직선에 거의 가까우며 시즌 1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기억 속의 풍경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때론 영화나 여행 중 인상 깊게 보았던 풍경이나 어릴 적 서울에 상경해 처음 보았던 이색적인 도시의 색채까지도 문득 떠오르게 할 때가 있다.

 지금은 작고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 베르나르 로와조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음식은 기억이다 - 어릴 적 산이나 들에서 뛰어놀다가 따먹은 열매의 맛이나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의 맛은 그 후 수십 년이 지나서도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하였듯이 나에게 그러한 풍경들은 어떤 구체적인 상황으로서 인식되기보다는 특정한 색채로서 대체된다. 이처럼 대체불가능한, 회화 속 색의 본질을 탐구하고 표현하고자 나는 오늘도 캔버스에 색이라는 매개체를 핑계로 기억 속 여행을 떠난다.

국대호

국대호, S20232021, 73x53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국대호, S20232024, 73x53cm, Acrylic & oil on canvas, 2023


국대호 (B.1967-)


1998 파리 8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졸업 (MFA)

1995 파리 국립 미술학교 회화과 졸업 (MFA)

199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BFA)


주요 개인전

2023 “Mindscape New York” 갤러리 AUGUT, 뉴욕

2023 “기억의 수평” 두남재 아트센터, 서울

2023 “gleam” 갤러리 BK, 서울

2022 노블레스 컬렉션, 서울

2022 “색의 분출” 갤러리 초이, 서울

2021 강동아트센터, 아트랑, 서울

2018 “최소한의 언어” 갤러리 서화, 서울

2017 환기재단 작가전, 색‧채‧집, 환기미술관, 서울

2017 예술의 기쁨, 서울

2015 Anoymous Scenery, 레스빠스71, 서울

2015 “Place of memory, Cities” TAKSU Gallery, 싱가포르

2011 “ITALIA" 갤러리 그림손, 서울

2009 "Paris" 갤러리원, 서울

2008 코리아 아트센터, 부산

2007 "New York" 빛갤러리, 서울

2006 Retrospective(1996-2006), 금호미술관, 서울

2003 백해영갤러리, 서울

2002 조선화랑, 서울

2001 갤러리 신라, 대구

2000 갤러리 서화, 서울

1999 금산 갤러리, 서울

1998 비트리 시립갤러리, 프랑스

1996 Galerie Galarté, 파리

1995 갤러리 이콘, 서울 


2&3인전

2022 감각과 본질, 국대호 이상민 임광규 3인전, 갤러리 콜론비, 서울

2020 색3인전-색-3인전, 콜론비 아츠 갤러리, 서울

2019 색. 변주곡, 국대호 김형관 2인전,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갤러리, 서울

2019 국대호‧이기숙 2인전 갤러리 Wave, 부산

2017 2인전 (국대호, 박승모), 아트 스페이스 호서, 서울

2016 3인 회화전(김춘수, 국대호, 김형관), 김세중 기념관, 서울

2015 2인전 (국대호, 유봉상), 갤러리 송아당, 서울

2015 3인의 향연, 아트 스페이스 호서, 서울

2014 사진과 회화의 동행 (국대호, 주도양 2인전), D갤러리, 대명리조트 비발디파크

1997 2인전 (국대호, 이상민), 파리 한국 문화원, 파리


주요 단체전

2023 시대의 각인, 갤러리 X2, 서울

2023 숭고한 감정들, 두남재 아트센터, 서울

2022 공명의 순간들, 갤러리 두인, 서울

2022 더 리뷰, 파라다이스 시티, 인천

2020 감각, 본질, 존재전, 이케이 빌딩, 서울

2017 첫 번째 질문, 아트비트 갤러리, 서울

2017 ‘Color Fall’ 천안 예술의전당 미술관, 천안

2017 한국 현대미술 ‘오늘의 작가’, 비디갤러리, 서울

2016 “틈” UNDER THE SKIN, 갤러리 세줄, 서울

2016 연애의 온도, 서울미술관, 서울

2015 생각하는 빛, 양평군립미술관, 경기도

2015 랜드마크 : 도시의 찬란한 꿈, 63스카이아트 미술관, 서울

2015 유연한 시선, 모란미술관, 마석

2014 색(色)의 언어, 모란미술관, 마석

2014 아이드림(I Dream),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서울

2014 Between Sense And Sensibility,전, TAKSU갤러리, 싱가포르

2014 Timeless전, 갤러리 그림손, 서울

2014 Hommage a Whanki ll, 환기미술관, 서울

2013 “나는 그들의것이 아름답다” 갤러리D개관 4주년기념전, 광주

2013 Post Paris, 갤러리 We, 서울

2013 파사드 부산, 부산 시립미술관, 부산

2011 듀얼이미지 Dual Images, 포항 시립 미술관, 포항

2011 색 x 예술 x 체험 x3, 고양 어울림 미술관, 고양

2010 unique & useful, 인터알리아, 서울

2010 “색과 빛, 그 지점“전, 인터알리아 , 서울

2010 “경계의 교차“전, 인터알리아 , 서울

2009 색을 거닐다, 인터알리아 , 서울

2009 원더풀 픽쳐스, 일민미술관, 서울

2009 색 x 예술 x 체험, 고양 어울림 미술관, 고양

2008 Essentielle전, 더 스페이스(코리아 아트센터), 부산

2008 Wonder brand전, 가나아트 포럼 스페이스, 서울

2008 Lead in KOREA, WITH Space, 베이징

2008 아이콘 오브 아시아 - 아시안 컨텐포러리, 이엠아트 갤러리, 베이징

2008 돌아와요 부산항에전,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수상

1998 프랑스 청년작가협회 주관 올해의 작가 선정

1997 살롱 드 비트리 대상,(프랑스)

1996 파리 갤러리협회 주관, 파리 국립미술학교 후원 “올해의 신인작가”선정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미술은행, 대림미술관, 광주 시립미술관, Croix St-Simon병원(파리), 외교통상부, 서울대학교, JTBC사옥, 환기미술관, 비트리 시립미술관(프랑스), (주)페리에 쥬에(프랑스), 63스카이아트 미술관, 메리어트 여의도 파크센터, 수원아이파크미술관, 시공사, 양평군립미술관, 한독약품,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비발디 파크, 쉐라톤인천호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서울 동부지방법원, 다보 미디어, 루터 어소시에잇 코리아, 샤또 드 클리낭시(프랑스), 파라다이스 시티 등 다수



윤병락, 가을향기 RA 202333, 86x196cm, Oil on Korean paper, 2023


“나의 교감 시나리오는 변형 캔버스를 통한 공간 확장이다. 

감상자의 시선이 닿고 발걸음이 멈춘 곳. 그 곳은 이미 유토피아다.”

 -윤병락


윤병락(b.1968-)은 경북 영주 출생으로 영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경북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전공으로 학사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그는 전통을 중시하고 보수적인 경향으로 사실주의 문학과 미술이 발달한 경북 지역 예술에서 대표성을 지닌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그가 작업 초창기에 그린 민속 기물들과 유년기의 ‘사과’에 대한 에피소드에 잘 나타나고 있다. 작가는 합판 측면을 실제 오브제 모양으로 커팅한 변형 캔버스 위에 부감시점으로 표현한 사과로 캔버스 외부의 공간까지 끌어들여 가상과 실존의 경계를 넘나든다. 최근 환경에 관한 이야기로 작업의 내용이 확장되어 사회적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작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더하고 있다. 1995년 고금미술연구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2년 호리아트스페이스의 ‘윤병락:아카이브’전 등 21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제주도립미술관,2022),‘푸릇푸릇뮤지엄:Apple In My Eyes’(소마미술관,2020),‘맛있는 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2019),‘제5회 광주비엔날레기념 실존과 허상’(광주시립미술관,2004)등 다수의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윤병락,가을향기 RA 202332,97x68.7cm(30호),Oil on Korean paper,2023


사과, 우주에너지 응축된 행복과 긍정의 메시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작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과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과들이 있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트로이 전쟁으로 점화된 그리스신화 속 황금사과, 중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가 대표적입니다. 세잔은 고전적 원근법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다시점으로 입체주의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지요. 나 또한 나만의 시각과 조형어법으로 완성된 사과작품으로 ‘윤병락의 사과’로 회자되는 꿈을 꿉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미 ‘사과그림=윤병락’이란 수식어는 대명사가 됐다. 윤작가가 말하는 그 꿈은 어느 정도 현실화 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사과작가’ 혹은 ‘사과그림’이란 키워드 검색의 1순위는 윤병락 작가가 차지하고 있다. 어느 업종이나 직업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짧은 시간에 횡재수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유무형의 감내와 인고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단지 ‘물방울’하나만으로 온 우주의 섭리를 화폭에 담아낸 김창열 화백처럼, 윤병락 역시 수많은 이야기가 응축된 그만의 ‘사과’를 창조해가고 있다. 윤병락은 사과를 ‘자연이라는 사전 속에서 찾아낸 단어’라고 표현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생명력의 이미지를 사과라는 매개체로 이야기 한다. “윤병락의 그림을 보고서야 우리는 매일같이 대하는 사과가 얼마나 근사한지 또 우리가 얼마나 멋진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 미술평론가 서성록의 말처럼, 그의 사과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듯하다. 윤병락 작가가 처음부터 과일만 그린 것은 아니다. 지금의 사과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2003년 말 이후며, 과일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22년도 접시 모양의 변형 캔버스와 함께이다. 그 이전엔 지금과는 다소 다른 전통적인 미학에 심취해 있었다. 물론 표현기법은 지금과 같은 극사실주의 화법이었다. 대학졸업 후 초기엔 낡고 퇴색된 옛 민속 기물에 주목했다. 시간의 훈장인 먼지가 곱게 내려앉은 기물들에서 남다른 삶의 정취를 보게 된 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러한 옛 민속 기물들을 통해 어머니세대와 긴밀한 교감을 나누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사과는 유년 시절 기쁨을 동반하는 고향의 향수가 어린 과실입니다. 감상자 개인마다 추억과 기억은 다르겠지만, 행복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햇빛,비,바람 등 자연의 수혜 속에 결실을 맺는 사과는 수확의 기쁨이자 풍요로움의 상징입니다. 온 우주의 에너지가 사과 한 알에 응축되어 있으며 우리는 사과를 통해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고, 또한 인간 존립에 필수적인 자연에 대해 감사함을 잊지 않게 됩니다. 햇살을 듬뿍 받는 작품 속 사과를 보며 긍정적인 행복의 에너지가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아마도 ‘사과작가’로 통하는 지금의 윤병락에게 과일 소재도 이전 작품들의 주요 소재였던 옛 기물들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전의 소재들이 일상생활의 온기가 고스란히 밴 어머니의 기억이었다면, 사과를 비롯한 여러 과일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추억이자 기억의 소산이다. 윤병락에게 ‘사과란 어떤 의미인가?’를 물으니, 망설임없이 ‘고향’이라고 답한다. 그 짧은 ‘고향’이란 단어만큼 많은 사연을 함축할 수 있는 것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윤병락은 사과를 왜 고향이라고 했을까? 마침 태어나고 고등학교까지 지낸 곳이 천지에 사과밭이 널린 경북 영천이란다. 그렇게 사과는 이미 삶의 숙명처럼 세월을 함께 했다. 아버지께서도 포도과수원을 운영하고 어머니께선 어린 자식의 교육을 위해 과일 행상도 마다치 않으셨다니, 윤병락에게 사과의 의미가 남다르겠다는 점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렇듯 종종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작가가 살아온 뒷얘기가 큰 도움이 된다. 사과나 복숭아, 수박처럼 윤병락 작가가 즐겨 그려온 과일그림에서 하나같이 진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그 안에 삶에 대한 진정성을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윤병락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화면구성의 시점과 독창성이다. 윤 작가의 그림은 대부분 ‘위에서 내려다본 부감시점이다. 그것도 상식적인 정물화구성법을 정면으로 거스른 화법을 구사한다. 보통 정물화라고 하면 물체가 앞쪽부터 뒤쪽으로 겹겹이 쌓아가며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것을 정법으로 삼는다. 또한 앞쪽에 크고 무거운 기물을 배치해 안정감을 도모한다. 하지만 윤병락의 조형어법은 정반대를 보여준다. 무겁고 큰 물건을 위쪽에 올렸고, 각각의 기물들은 독립적으로 흩어지게 배치했다. 미술학도 청년시절 새로움을 추구했던 객기로 출발했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서양화와 동양화기법이 융합된 그만의 변별력과 경쟁력을 담보하는 특징이 되었다.

 정형화된 화면을 탈피한 ‘변형캔버스’ 역시 윤병락 그림의 큰 특징이다. 이 변형캔버스를 짜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튀어나온 모양대로 나무패널(합판)을 잘라내고 홈을 파내며, 수작업으로 최소 이틀 정도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작업실 한쪽에 목공실을 따로 마련해뒀다. 원하는 형태를 합판에 스케치한 후 직소(Jigsaw)를 이용해 곡선을 따라 자르는데, 오랜 기간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자작나무 합판을 두 겹으로 덧댄다. 이 위에 찢어도 잘 안 찢어질 정도 두께의 우리나라 전통한지(삼합 닥종이)를 캔버스 천처럼 입혀 붙인다. 붓질이 밀리거나 유화물감이 지나치게 스며들지 않도록 미디엄으로 서너 번 밑칠을 하면 바탕화면이 완성된다. 그 위에 처음부터 다시 스케치하고 밑칠을 한 다음 기본 채색에 들어간다. 유채물감의 무게감과 질감, 한지에 스민 부드러운 투명함 등이 어우러져 ‘윤병락 사과만의 신선도’가 완성된다. 특유의 맑고 깨끗한 색채와 독창적인 표면처리는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손맛 덕분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사과그림의 자유로운 연출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의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대형 사과상자 그림 주변에 마치 상자에서 굴러 내린 것 같이 낱개의 사과 몇 알을 붙여놓다 보면 아주 색다른 생동감을 자아낸다. 낱개 사과를 어디에 어떻게 붙여 놓느냐에 따라 공간은 더욱 무한하게 확장되어,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 입체적인 설치 영역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것이 윤병락 사과그림이 지닌 공간연출의 비법이다. 그래서 윤병락의 사과 그림은 관람자가 선 주변의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탈바꿈 시켜준다. 가정집이든 사무공간이다 사과나 사과상자만 그려진 그림만으로도 무한대의 유기적인 여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과 한 가지 소재만으로도 생동감과 긴장감, 생경함을 동시에 전한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탐구와 연구는 윤병락에게 큰 화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과그림이 나오기까지의 작품들을 시기별로 간단히 살펴보자. 화가의 꿈을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에 키우기 시작했고, 결국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화가는 ‘남들과는 좀 달라야’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던 것으로 회상한다. 자연스럽게 남들이 하지 않은 걸 시도해보는 것으로 발전하고, 대학 재학시절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보기 위한 실험을 쉬지 않았다. 특히 군 제대 후 2학년에 복학하면서 학과의 암실 관리를 맡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 회화 작업 외에도 사진이나, 실크스크린 작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기가 되었다.

“대학 재학시절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수장은 ‘작가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심사위원이셨던 하모니즘의 창시자 김흥수 화백의 격려전화 한 통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내 작업의 가능성과 열정을 불러일으켰고, 작가로서의 인생을 꿈꾸게 했습니다. 졸업 후 고금미술연구회 선정 작가로서 첫 개인전을 통해 화단에 데뷔했고, 그 첫 시작이 없었다면 지금의 윤병락도 없었을 것입니다.”

 별다른 철학적 배경 없는 추상보다 구상적인 요소에 만족도가 높았다. 졸업을 앞둔 시기에 그의 100호 작품 <기억재생III>(1993,캔버스에 유채,130x162cm)이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았다. 심사위원이었던 김흥수 화백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색감과 구성이 우수했고,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앞으로 훌륭한 작가가 될 자질이 있다’고 격려해준 것이 큰 격려가 되었다. 졸업 후 작가로 등단한 이후에도 늘 고민은 ‘화가로서 성공해 살아남기’였다. 몇 십 명이 한 공간에서 전시하는 그룹전시에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내 그림이었으면’하는 바람이었다. 어떻게 하면 관람객이 집에 들어가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까지 ‘내 그림의 잔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바람은 졸업하자마자 가진 첫 개인전에서부터 기질을 발휘했다. 당시 그림의 주인공은 사과가 아니었고, 초현실주의적인 형식이었다. 다소 장식적이거나 상징적인 성격에 가까웠다.

 가령 1995년 고금미술연구회 수상 기념으로 대구 봉성갤러리에서 가졌던 선정 작가 개인전에 아주 의미있는 작품이 출품된다. 캔버스 규격으로 약 25호 크기의 <기억재생IV>(1994,나무에 유채,62x72cm) 작품이다. 마치 건장한 남성이 정면을 보며 서 있는 형상을 닮은 독특한 화면을 연출했다. 떡 벌어진 어깨에 다부지게 주먹 쥔 양팔인데, 곧게 뻗은 두 다리는 다소곳하게 모으고 있는 듯하다. 이는 제각각 인체 부위의 나무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인데, 현재 ‘윤병락 스타일 변형캔버스’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겠다. 이를 계기로 199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형화된 사각 형태의 화면’을 탈피하는 변형작업으르 본격화 한다. 캔버스의 사각 틀을 뭉갠다든가, 더 튀어나오게 덧붙여 자신만의 기호에 맞는 화면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1997-2000년경의 작품은 여러 퍼즐을 조합하듯, 다수의 크고 작은 화면을 한 덩어리로 만든 작품들을 선보인다. 하나의 캔버스로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게 별로 없었다. 가령 화면 중앙에 메인 주제의 주인공을 그려 넣고, 양옆의 작은 화면들엔 보조적인 이미지들을 조합해 메시지 전달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때 주목할 점은 크든 작든 각각의 퍼즐화면들 역시 완벽한 완성체라는 점이다. 그 조각화면 하나만으로도 독립된 작품이 될 수 있게 하여 견고함을 더했다.

 처음 배경을 없앤 그림은 2003년 주판을 그린 작품 <보물창고 찾기-부>(2003,캔버스에 유채,50x145.5cm)이다. 주판은 사각이니까 캔버스 비율만 맞추면 되겠다 싶어 실험해봤다. 완성하고 나니 ‘배경이 없어도 그림이 되는 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 이후에 나온 작품이 바로 고가구 반닫이 작품 <가을향기>(2003,한지에 유채,75.5x157.5cm)였다. 위에서 내려다 본 반닫이 윗면에는 접시가 놓였고, 뽀얗게 먼지가 쌓인 반닫이와 접시를 가로질러 나뭇가지를 기다랗게 올려놨다. 이 시기를 전후해 소소한 기물을 올려놓은 접시시리즈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작품에 ‘가을향기’라는 제목이 꾸준히 붙여진다. 이 작품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해 청와대에서 얼린 기자간담회장 배경으로 걸리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접시시리즈에 이어 사과 궤짝만으로 화면을 구성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경이다. 사과는 단지 소재일 뿐이었다. 변형 캔버스를 통해서 ‘그림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무엇을 그리든지 소재는 중요하지 않았다. 초창기 사과 그림에선 간혹 반쪽으로 쪼개졌거나, 한 입 크게 베어 문 사과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농부의 땀을 훔쳤던 흰 수건도 걸쳐놨다. 이건 화면의 숨구명 역할이다. 이 시기에는 사과 자체의 묘사보다, 사과 상자가 지닌 공간감으로 ‘열린 조형성’을 연출하는데 더 집중했다. 사과는 전체적인 균형과 긴장감을 조율하는 요소였다. 2007년 작품 <가을향기>(한지에 유채,82.3x50.5cm)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사과라는 모티브는 윤병락이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보다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매개수단이 되었다.

 예를 들어 2010년 전후 사회적으로 환경적 이슈가 크게 부각되었던 시기에 윤병락의 사과그림에도 그러한 고민이 투영됐다. 윤병락에게 사과 역시 환경문제의 화두를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기온 상승에 따라 사과의 재배지가 점차 이동하다보면 결국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에 소개된 북극곰이나 돼지를 등장시키거나, 그 위에 사과를 올려놓았다. 이런 작품은 2006년부터 그렸으니, 동시대 사회적 이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여겨진다. 이후 현재까지 사과라는 소재로 자신만의 조형적 신념을 꾸준히 천착해오고 있다. 언젠가는 새로운 사과시리지를 ㄱ너축물과의 콜라보 또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거대하고 독창적인 공간 속 작품설치를 꿈꾸기도 한다. 전업 작가인 윤병락의 일과는 정말 단순하다. 하루 평균 10시간 넘게 작업실에서 보낸다. 잠자는 시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일과를 작업에 할애한다. 줄선 일정을 감당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솔드아웃 작가’라는 별명처럼,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유수의 아트 옥션과 갤러리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다. 이미 다수가 윤병락의 사과를 통해 행복에너지 수확의 기쁨을 만끽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윤병락이 전해줄 다음 시즌의의 또 다른 메시지를 기다리며.

김윤섭(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대표,미술학 박사)


남경민, 사유의 풍경을 거닐다, 110x162cm, Oil on linen, 2023


“내가 나열한 상징적 표현은 서막에 불과하다. 

그림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며 

보는 이의 마음에 맞게 다채롭게 폭 넓은 해석으로 열려 있기를 희망한다. 

지금, 이 순간의 의식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만나고 상상하는 것, 

더 큰 세계를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을 그림은 가능하게 해준다.” 

-남경민


남경민(b.1969-)은 작가 자신이 은유하는 상징물과 서양미술사 거장들로부터 그들의 작업실에 초대받은 풍경을 사실적이며 초현실적인 기법으로 그려왔다. 그는 2005년부터 선보인 <화가의 방>,<스타의 방>연작을 비롯,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혀 우리나라 동양화 대가들의 화방을 배경으로 한 풍경을 문화적 사유에 따라 자아 성찰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남경민은 아미미술관(2021),사비나미술관(2014),영은미술관(2006)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12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상해예술박물관(2023),제주도립미술관(2013),광주시립미술관(2011),경기도미술관(2010),일민미술관(2009),서울시립미술관(2007,2006)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의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아모레퍼시픽미술관,제주도립미술관,BMW그룹,하나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남경민, 두개의 풍경2, 91x65cm, Oil on linen, 2023


스타의 방 그리고 화가의 작업실

그리기, 화가로서의 삶

 

 지금 나는 평촌의 내 작업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평소 이 시간 캔버스 앞에 앉아 작업에 열중하고 있을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노련한 시간 관리와 고도의 집중력이 요하는 창작, 매순간, 선택의 연속과 빠른 판단에 대한 반복과 집중은 때로 피로감을 주지만 흡족한 작업의 성과를 누리는 날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 곁에 다가와도 모를 집중력과 몰입으로 자기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창작 생활은 내가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으로 삶을 살아가게 해준다. 하루 종일 혼자여도 외롭지 않음과 세상이 떠들썩해도 나만의 세계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삶에 익숙해져 가는 것, 이 생활은 캔버스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이기에 가능하다. 특히, 작업하는 그 순간의 행위만이 있는 몰입의 순간은 신과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고 기쁨을 느낀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 레빈의 풀베기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로 ‘몰입’ 에 대한 작가 톨스토이의 견해가 잘 드러나 있다.

 ...레빈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지금이 이른 시간인지 늦은 시간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제 그의 일에서 그에게 커다란 만족을 안겨주는 변화가 시작됐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까맣게 잊게 되고 갑자기 일이 쉬워지는 순간이 찾아 들곤 했다. 바로 그 순간에는 그가 벤 줄이 치트가 벤 줄처럼 고르고 훌륭해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억해 내고 더 잘 해내려고 애쓰는 순간, 그는 노동의 힘겨움을 고스란히 느꼈고 줄도 비뚤비뚤해지고 말았다......중략) 이 단락은 내 자신이 캔버스 앞에서 작업하면서 느낀 몰입의 기분과 느낌을 잘 설명해주고 있어 감탄해 마지않았다. 대문호 톨스토이 역시 몰입과 집중의 위대함을 농부의 노동인 풀 베기를 통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의 집필 작업을 통해 경험한 이 집중의 위대함을 직접 풀 베기에 적용 했으리라 추측해본다. 나 역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며 삶의 매순간 작업하는 매일 매일이 환희와 축제로 채워지길 영원히 지속되길 원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도 늘 그런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간 관리에 허술하고 안개 속을 헤매듯 잡념으로 가득 차 “하루 종일 무엇을 그린 거야” 자책하는 날도 있다.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집 근처의 산을 오르며 고전 장편소설을 읽기도 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늘 시간이 걸리는 행위를 해본다. 산에 가거나 녹음이 무성한 나무들이 많은 공원을 거니는 것이 그것이다. 자연은 내가 그를 얼마나 추앙하는지 알 것이다. 내가 자연 속에서 얼마나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는지, 내 자신이 한없이 작고 교만 했음을, 일상에서 원치 않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권태로움이 찾아올 때 내 열정과 창작의 기쁨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갔음을 자연 속에선 금방 깨닫게 된다. 산 속에 피어있는 풀과 꽃은 “오늘은 이렇게 피고 내일은 저렇게 피어야지” 하거나 나무들은 “가지를 이쪽으로 뻗어야 멋질거야”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피어나고 지고 자신의 임무를 해낸다. 그들은 포용과 아가페 적인 사랑으로 나를 일깨우며 삶과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작가의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나의 영혼이 메마르고 사랑이 다 빠져나간 때임을 어릴 때는 알아채지 못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사랑하게 될 때 자신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고 느끼게 된다. 여기에서의 사랑은 아가페 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그 때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신념에 가득 차 사랑과 평온함을 느끼게 되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지금보다 어릴 때는 나의 그림으로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거라는 확신에 차서 작업에 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것과 변화한 것이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마음가짐이다. 호우시절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생각은 모든 것은 끝이 있고 세상의 것들은 오래가기 힘들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은 끝이 있고 소멸하기에 아름답고 소중하다. 어제와 내일이 아닌 지금의 힘과 이 순간의 내적 평화를 소중히 하는 내가 된 것은 심신의 고달픔을 심하게 겪고 난 후 내 작업 행위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갖게 되면서이다. 나만의 시선으로 보고 싶은 세상과 풍경을 그리는 일은 코로나 시대 또한 차분하게 견디는 힘이 되어 주었다. 매일 같은 날의 연속인 듯한 하루하루는 내 앞의 달라져가는 그림으로 어제가 오늘과 같지 않음을,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은 나아질 것임을 무언으로 알려주었다. 지속성과 연속성이 주는 선물의 비밀을 몸으로 체득하고 경험한 것을 몸이 기억을 하는 것은 큰 축복이다.


스타의 방

 코로나를 지나오며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에 진저리를 쳤다. 외로움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쓸쓸함이 자아에서 오는 것이라면 이 시간 동안 나는 두 가지 모두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그러나 체념하고 묵묵히 버텨낸 지금 코로나가 새로운 다른 지혜를 주었다. 고독을 더 많이 즐기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 그것이다. 코로나가 오기 전 해부터 세기의 여성 스타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나는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오드리 헵번의 개인사가 행복하지 못한 것에 주목했다. 마릴린 먼로, 다이애나 황태자비, 재클린의 사적인 삶을 들여다보았고, 세기의 아이콘이 된 그들은 거대한 스타가 되고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녀들 삶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스타의 화려함 이면, 숨겨진 베일 뒤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졌고 그녀들의 방을 그리게 되었다. 헵번과, 백치미와 섹스 심벌로 유명한 먼로는 굉장한 독서광이었다. 그녀가 죽고 난 후 그녀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그녀의 독서 수준에 놀라게 한다. 이 두 여성의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사적인 모습은 할리우드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계적인 배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소탈한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들의 일상 휴식공간을 그리며 세계적인 대스타도 평범한 사람도 어쩌면 일을 마치고 돌아간 사적인 생활에서는 누구나 같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작품에서 이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것은 평화와 자유, 사랑, 가벼움과 홀가분함을 추구했으며 독서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한 나도 왠지 모를 야릇한 인간적인 일체감을 느꼈다. 코로나 속에서 자유가 자유가 아님을, 함께가 당연함이 아님을, 함께여도 그 전과는 다른 희생과 지혜가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몇 번의 외출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나온 코로나 시기 때 그린 그녀들의 공간은 내게 또 다른 삶의 의미와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먼로와 다이애나가 이와 같은 사적인 평화와 내적인 몰입에 좀 더 충실했더라면, 단 한 사람의 결핍된 사랑이 채워지길 갈망하며 쓸쓸히 삶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녀들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헵번과 테레사 수녀의 방에서는 물적인 열망을 배제하고 싶었다. 그녀들의 삶이 그 사실을 일깨워 주기에...... 헵번의 삶은 세 번의 결핍된 결혼생활의 실패를 딛고 결핍된 곳으로 찾아가 아가페 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갔기에 우리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 헵번의 방은 스타 이면의 개인사를 캔버스 세 폭으로 나눠 유년, 청년, 노년으로 나누어 고요한 내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화가의 작업실 

 2005년 브레인 팩토리에서부터 선보여 왔던 화가의 작업실, 스톤앤워터에서의 나비 채집은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 2000년 초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들어선 나의 작업실의 생경함과 마치 나의 내면 깊숙한 곳을 렌즈로 확대해 보는 듯한 작업실 실내 풍경은 내가 좋아하고 동경한 서양대가들의 창작의 산실인 작업공간을 그리게 한 원천이자 동기가 되어주었다. 작업실 곳곳에 놓인 물감과 작업 기물들, 내 취향을 보여주는 음악 앨범과 책, 포스터, 나의 그림, 내가 아끼는 물건들은 작가인 남경민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모네, 벨라스케스, 르누아르, 모딜리아니의 작업실도 그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그들의 작업실 자료를 찾아보며 또는 상상으로 화가의 작업실은 그려졌다. 그림 안에서 이들과 대면하고 조우하는 일은 생생한 즐거움과 흥미로움을 준다.

 그림에 등장하는 나비의 흐름은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대가들과 이어주는 매개체인 동시에 작가의 자의식을 상징하는 의식의 흐름이다. 어느 날, 작업실 소파에 앉아 잠시 잠들었던 꿈에서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가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이었다. 그래서 그리게 된 그림이 베르메르의 작업실인 <베르메르에 의한 환영>이다. 돌이켜보면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에 온 마음과 에너지를 다해 열정을 쏟았고 깊이 매료되었다. 벨라스케스의 작업실은 <라스 메니나스-시녀들>에 대한 나의 애정을 오마주 한 작품이다. 동시대 사람이 아니었지만 피카소 역시 벨라스케스를 흠모했던 사실과 나의 마음이 일치했기에 두 거장을 벨라스케스의 작업실에서 만나게 해주었다. 나의 작업실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모네의 작품은 작가가 된 후 세월이 갈수록 더욱 애정과 마음이 간다. 그의 화풍은 보는 이가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재기 발랄함과 순수한 에너지로 가득 차 나를 매료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모네 작품을 배경으로 나비들이 공기 중으로 부유하듯 오르는 작품도 새롭게 시도하였다.

 벨라스케스, 르누아르와 모딜리아니도 그림을 통해서 나의 캔버스에서 만난다. 그들의 그림은 온전히 그들 하나하나의 영혼과 소통하게 해준다. 그들의 그림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온 마음을 다해 그림을 그려본 사람은 안다. 어떤 그림은 바로 그 사람을 말해 줌을, 그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도 그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에너지가 있음을, 그 세상 안으로 언제든 들어가 즐길 수 있음을. 지친 우리의 삶과 단조로움을 생기와 소소한 행복으로 이끄는 힘이 예술에는 분명히 있다.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 역시 그림을 통해 이처럼 밝은 사색의 에너지로 대가들과 만나고 소통하면 좋겠다.


상징과 은유의 알레고리

 <화가N의 밤 풍경을 거닐다>는 화가인 나의 내면을 밤 풍경으로 표현한 서사적인 작품이다. 내적인 충족감과 자연과의 일체감, 고요한 나만의 작업세계에서의 초연함, 그 안에서의 그림에 대한 내가 꿈꾸는 희망과 삶에 대한 본질과 가치, 사랑을 표현한 그림이다. 코로나는 전업 화가인 나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말을 많이 걸게 해주었다. 내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러 심볼에 대해서도 섬세한 성찰과 사색이 요구되기도 했다.

내 그림에서 나비는 영혼의 매개체이다. 나비는 히브리어로 예언자의 뜻을 지닌 영적인 곤충이다.


 “나비는 먹기 위해서나 늙기 위해서 생존하지 않는다. 오직 사랑하고 생존하기 위해 생존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비는 비할 데 없이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절단 선이나 색채, 비닐과 솜털 속에 다채롭고 정제된 언어로 존재의 비밀을 상징하는 자신의 몸체보다 몇 배나 큰 날개를 달고 있다. ”

 - 헤르만 헤세


 마치 내 그림에서의 나비의 의미와 영적인 느낌을 절묘하게 공감되도록 잘 표현해 준 헤르만 헤세의 말을 인용해보았다. 유럽 어딘 가에선 나비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고도 하는데 그 자그맣고 가녀린 몸체가 물적, 영적으로 인간사에 풍부한 영향을 준다는 것에 가히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나비를 그릴 때 나의 몸이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짐을 느끼는 이유는 그래서일까, 나비를 작품의 마무리 단계에서 그려서 일까, 하얀 나비를 한 마리씩 그리며 느끼는 자유로움은 분명 심적인 가벼운 느낌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마치 나의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한 작품의 마무리에서 캔버스 위로 날아오른 부유하는 나비를 그리며 화면의 생동감은 고조된다.

 깨지기 쉬운 투명 병은 상처받기 쉬운 예술가의 섬세한 자의식을, 잘려진 날개는 못다 이룬 꿈, 마음에 간직한 꿈이면서 바람의 희망이다. 막 꺼진 초와 타오르는 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면서 영원성을, 모래시계는 모든 것은 끝이 있다는 소멸과 동시에 영속성을 은유한다. 거울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도구를, 해골은 바니타스의 의미이면서 지금 여기에서 충실하고 행복하기를 보여준다. 그림 속의 의자는 인물의 페르소나이면서 그의 부재를 상징하는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여기에 나열한 상징적 표현은 서막에 불과하다. 그림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며 보는 이의 마음에 맞게 다채롭고 폭 넓은 해석으로 열려 있기를 희망한다. 지금, 이 순간의 의식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만나고 상상하는 것, 더 큰 세계를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을 그림은 가능하게 해준다. 내가 그린 그림이 감상자의 다양한 열린 결말과 해석으로 풍부 해짐을 기대하는 일은 작가로서 매우 즐겁고 설레이는 일이다.

남경민

남경민, 정원 식탁에서의 향연, 53x72.5cm, Oil on linen, 2022


남경민, 지베르니 정원에 대한 기억, 53x72.5cm, Oil on linen, 2022


거장의 방 - 은유와 감각의 향연장으로 초대


 남경민은 작가 자신을 은유하는 상징물과 서양 미술사 거장들로부터 그들의 작업실에 초대받은 풍경을 사실적이며 초현실적 기법으로 그려왔다. 최근 그는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혀 우리나라 고전 미술 속 대가들의 화방을 소재로 한 풍경 작품들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동서양의 고전과 현대를 아울러 거장들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아 그들의 작품은 물론 당대 문화와 미술사를 공부하며 그 시대의 작가들과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을 통해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런 꾸준한 지적 연구의 결과로, 거장들의 예술 세계뿐만 아니라 거장의 일상과 인간적인 내면 세계에까지 감정 이입되어 표현된 내공이 넘치는 작품들로 그의 확장된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대가들의 정서와 지각은 남경민의 시간 속으로 들어와 온전히 녹아들어 많은 상징과 은유들을 생산해낸다. 이들은 생생한 기억처럼 화면에서 운동과 힘을 갖고 한 공간에서 화합하여 섬세하면서도 구체적인 상황을 연출해 보는 이에게 실제처럼 전달된다.


 특히 <초대받은 N - 김홍도 화방을 거닐다>와 <경훈각(景薰閣) - 풍경을 향유하다>는 온전한 감각과 지식을 쏟아부은 결과로 남성적 특징과 여성성이 돋보이는 수작들이다. <초대받은 N - 김홍도 화방을 거닐다>는 정면 구도를 통해 단원의 호방한 첫인상을 느끼게 한다. 한쪽으로 걷힌 붉은 커튼, 보라색 카펫이 있는 거실, 창문이 있는 방 그리고 이젤 위 그림이 있는 안쪽 방까지 전형적인 삼각 구도로, 방 전체가 한눈에 훤히 들여다보인다. 실내에 놓여 있거나 방을 장식하고 있는 사물들은 수직 형태를 띠며 강한 남성성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가운데 방에 위치한 둥근 테이블을 기준으로 사물들이 나선형으로 배치되어 자칫 권위적이거나 딱딱해지기 쉬운 구성에 여성스러운 기운과 생동감을 불어넣어 전체적으로 조화와 균형이 잘 이루어진다. 이 조형적 구조를 시각적으로 유도하는 사물들은 그 상징성으로 화면의 집중을 유도하며 그 의미에 대해 지식을 동원해 풀어내는 재미를 끌어낸다. 남경민의 회화는 보고, 읽고, 사고하는 대하문학 작품처럼 해석해가는 시간성을 요구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시선으로만 단원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와 과거를 오르내리며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남경민과 단원이 한 공간에서 동거하며 교감하는 상황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은 예술적 상상이다.

 먼저 김홍도를 상징하는 그림은 <군선도(群仙圖)>를 통해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군선도>를 각각 화면 오른편의 병풍과 왼쪽의 거울 그리고 가운데 거울 안에 비친 이젤 위의 화폭까지 3폭으로 나누어 표현하였고, 화면 왼쪽 둥근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경대 안에 단원의 자화상인 <포의풍류 (布衣風流)>를 그려 넣어 마치 그가 방에 있는 것 같은 감정 이입을 일으킨다. 바로 옆에는 외아들 김양기가 선친의 시문을 모아 서첩으로 꾸민 책「단원유묵첩(檀園遺墨帖)」을 놓아 그의 가족 관계까지 불러들인다. 일남 일녀를 슬하에 둔 단원은 48세에야 외아들을 보았는데, 이 늦둥이 아들을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을지 짐작이 된다. 아들 김양기 역시 효자로서,

 아버지의 작품을 모아 서첩을 만들고 화업을 이어갔다. 화면 중앙의 활짝 핀 작약 화분과 오른편 꽃병에 꽂힌 매화와 뒤쪽 창밖으로 보이는 풍요롭고 잘 가꾸어진 정원은 자연 안에서 즐거움과 평안을 찾던 성품의 호방함과 선비의 청렴함을 나타낸다. 가운데 세워 놓은 비파와 거문고는 생전 악기를 잘 다루었던 단원이 연주를 금방 끝내고 세워둔 것 같다. 단원이 32세에 그린 작품 <군선도>의 모든 장면은 그가 추구한 무릉도원 신선들의 세계를 율동감 있게 표현한 것으로, 삼각 구도 안에서 방 안 전체를 이상향으로 만든다.


 남경민은 거울 이미지 안에 또 이미지를 배치하여 작가 자신과 단원이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숭고와 진리를 향한 작가들의 예술적 지향점은 같다. 붓과 커피 포트 같은 일상 사물들이 곳곳에 그려져 늘 작업을 하고 있는 실천적 태도를 지향하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지고, 투명한 병 속의 날개로 미의 본질을 찾아가는 예술의 이상적 목표를 가슴에 담고 임하는 작가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앞쪽 화면 테이블 위에 놓인 두꺼운 붉은 책「강세황(姜世晃)」은 화가 김홍도가 스승 강세황을 열정적으로 존경해 왔음을 의미하고 남경민 역시 대가들의 예술과 삶을 통해 늘 자기 성찰을 한다는 의미로 투명 병 속에 거울을 그려 놓았다. 이 테이블 앞쪽의 열려 있는 서랍과 그 안의 향 도구와 차 주전자, 화병에 꽂힌 꽃들, 초의 흰 연기, 창과 마주 보며 휘날리는 흰색의 커튼 등 도처에 다양한 자연과 인공의 향기 및 흔적을 그려 넣어 악기의 음률과 더불어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의 중층적 감각을 일깨우며 구축된 이미지가 화면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수많은 은유의 사물과 총체적 감각으로 단원과의 교감을 펼쳐 놓은 작가의 만찬장에서 단원의 기개와 격정적인 성격 그리고 웅장하고 호방하며 자유로운 작품 세계와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경훈각(景薰閣) - 풍경을 향유하다>는 창덕궁 뒤쪽에 위치한 왕비의 처소 중 경훈각을 단아하면서도 고요한 사색의 실내 풍경으로 그려냈다. 작품은 김홍도의 방과는 달리 3개의 공간들이 주를 이루며 삼각형과 수평적 구조를 통한 공기의 원활한 흐름으로 안정적이며 편안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각형의 구조는 좌우 격자 무늬의 큰 창을 가진 문이 투시 기법으로 좁게 표현되고 중앙 벽면과 바닥 공간은 넓게 펼쳐 보인다. 그리고 정면 맨 위쪽 벽면에 있는 이상범의 <삼선관파도(三仙觀波圖)>와 중앙의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현대적 정원 풍경, 방 안의 장의자까지의 역삼각형 구도는 주변의 빈 공간과 함께 사물을 생동감 있게 만들며 과거로부터 빠져나와 실제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삼선관파도>는 신선 셋이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서로 오래 살았음을 자랑하는 ‘삼인문년(三人問年)’의 고사로, 왕과 왕비의 장수를 축원하는 이상범의 담백하고 힘 있는 화법과 청록과 붉은 주조의 색채가 화면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면 왼쪽의 초록색 파초와 붉은 작약이 있는 정원은 강한 명암 대비로 실제 왕과 왕비가 아름답고 건강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듯 생생한 현실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둥근 테이블 위의 붓, 투명 병, 소나무 그림은 화가로 작가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백합 모양의 흰색 스피커, 날개를 담은 병은 회화에 대한 순수성, 진정성을 갖고자 하는 작가의 은유이다. 장의자를 덮고 있는 보라색 천은 품위와 숭고를 드러내고 그 위에 놓인 향로는 당시 귀족들이 즐기던 향 문화에 호기심을 갖게 한다. 바닥은 분홍빛의 여운을 담아 당시 왕비의 꿈과 행복했던 시절에 다가가게 하며 방 전체를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만든다. 이 작품은 수평적 구조 안에서 빛과 소리와 이미지들이 조화를 이루며 사랑스러우면서 단아하고, 점잖고, 품위 있는 심리적인 서술을 담은 풍부한 스토리를 제공한다.


 남경민의 이번 작품들은 거장의 세계를 탐구하며 그들의 문화적 사유를 따라 자신과의 통일성과 다원성 지점을 교차시킨 다양한 감각들이 잘 녹아 들어간 사실주의 회화다. 형상과 공간의 조화를 탁월하게 다루는 표현 덕분에 작품의 첫인상만으로도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이어서 은유와 상징이 갖는 문학적 세계로 깊이 있게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지적인 사유를 따라 예술의 본질적 세계를 탐험하게 된다. 연극 무대 같은 배경과 사물에 덧입혀진 부재된 인물들이 은유하는 풍부한 이야기의 저장소 같은 그의 회화는, 예술의 내부를 찾아가며 진리를 발견하게 되는 많은 감각들을 장치해 놓았다. 남경민의 회화는 역사라는 방대한 자료 안에 묻혀 있는 진리를 일상 안에서 교감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잃어버린 시간’과 ‘꿈’을 찾아 주는 마법의 방으로의 초대다.

김미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남경민, 풍경을 사유하다, 72.7x91cm, Oil on linen, 2023


남경민 (B.1969)


1997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1999 덕성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2 스타의 방 그리고 화가의 작업실, 이화익갤러리, 서울

2021 아미의 작가, 아미미술관, 충남 당진

2016 두개의 풍경, 에스플러스 갤러리, 부산  

2014 풍경 속에 머물다,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0 풍경을 거닐다, 갤러리 현대 강남, 서울

2006 남경민전, 영은미술관, 광주, 경기도

2006 두 개의 풍경, 이화익갤러리, 서울

2005 갤러리현대 윈도우갤러리, 서울

2005 화가의 작업실, 브레인팩토리, 서울

2005 나비공간채집, 스톤앤워터, 안양

2000 창, 빛 그리고 기억의 편린들, 조흥갤러리, 서울

1999 창-드러남,드러나지 않음, 갤러리담, 서울


그룹전

2023 아트 도원(가제), 대전신세계갤러리, 대전

2023 Art Project, 23 VOLER 2023 SUMMER, 아트스페이스 케이씨, 스타트업 캠버스, 판교 

2023 제 13회 국제전통예술초청, 상하이아트컬렉션, 상해예술박물관, 상하이, 중국

2023 영감의 원천, 주 상하이한국문화원, 중국

2023 예술 입은 한복, 사비나미술관, 서울

2023 묘령전, 네이빌리지, 무역센터 전시홀,

2023 묘령전, 레이빌리지, 판교아트뮤즘, 판교

2023 나의 목소리,나의 도시, 내가 만든 도시, 네이빌리지, 국회의원회관, 서울    

2022 영감의 원천-윤동주가 사랑한 한글, 주 헝가리한국문화원, 부다페스트, 헝가리

2022 아우름, 밀알미술관, 강남세움복지관, 서울

2022 갤러리 연합전 MAP- Mapo Art Project, 화인페이퍼갤러리, 홍익대학교 홍문관, 서울

2022 <HERITAGE> 2022 5th CAAF 생생아트페스티벌, STARFIELD LIVE PLAZA B!, B2초이스아트컴퍼니, 서울

2021 영감의 원천, 영월통합관광센터, 강원도 영월   

2020 영은미술관 20주년 특별기획전 <영은 지기-기억을 잇다3 가치 있게>, 영은미술관, 경기 광주

2020 영감의 원천, 주 폴란드한국문화원, 와지엔키왕궁박물관, 바르샤바, 폴란드

2020 뜻밖의 발견-세렌디피티, 사비나미술관, 서울

2020 뜻밖의 발견-세렌디피티, 여수예울마루, 여수

2020 슈퍼 컬렉션, 슈페리어갤러리, 서울

2019 영감의 원천, 주 캐나다한국문화원, 오타와, 캐나다

2019 영감의 원천, 오타와갤러리, 오타와, 캐나다

2019 깨어있는 꿈, 모란미슬관, 남양주

2019 시대교감-천년을 담다, 중랑아트센터, 서울

2019 현실과 상상 사이, 리나갤러리

2019 The Forest, 갤러리조은 , 서울

2018 재개관특별전, 예술가의 명상법,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8 영감의 원천, 구하우스미술관, 양평

2018 영감의 원천,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도쿄, 일본

2018 영감의 원천, 시로타갤러리, 도쿄, 일본

2018 안양,오늘의 온도, 안양아트센터,갤러리미담, 안양

2018 강원, 더 스토리(평창올림픽기념전시), 강릉아트센터, 강릉

2017-2018 Not your ordinary art storage, 도산대로 전아우디매장, 서울

2017 한 공간 네 느낌, 일호갤러리, 서울

2016 Kintex Spoon art show 16 , 킨텍스, 일산

2016 G-SEOUL 2016  INTERNATIONAL ART FAIR 특별전

2016 내일을 위한 한국 현대미술의 다색화 3040 & 문화나눔, 동대문 DDP프라자, 서울

2015 미술, 책에 들다, 교보아트스페이스, 서울

2015 손과 마음이 일직선을 이룰 때, 갤러리 미르, 대구

2014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갤러리로얄, 서울

2014 한국현대회화 33인전, 강동아트센터, 서울

2013 house & home:나를 찾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13 코리아 투모로우, 예술의전당, 서울  

2013 Cool running, 롯데갤러리, 서울

2013 Sweet Spring, 이화익갤러리, 서울

2013 소설적 풍경, 광주신세계갤러리, 광주

2013 Reanalysis of the Master-Hommage to Vincent van Gogh, H.art Gallery, 서울

2012 회화의 예술, 학고재, 서울

2012 ART ASIA, 코엑스, 서울

2012 SCAF–Seoul Contemporary Art star Festival, 예술의 전당, 서울 

2012 토포스-은유의 장소, 모란미술관, 남양주

2012 맥락의 재조명, 아트 인 앰버시 프로그램,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 서울

2012 브레인-뇌 안의 나,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2 미술관 나들이-현대미술 속으로, 안양문화예술재단 안양예술공원 알바로시자홀, 안양

2012 뫼비우스의 띠-신화적 사유를 삼키다, 인터알리아, 서울

2011 고양의 봄을 그리는 소년-이원수,윤석중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 그림전, 국립어린이청소년 도서관, 서울

2011 기억의 미래를 좇는 사람들, 가나아트센터, 서울

2011 나비의 꿈,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2011 시화일률, 가나아트센터, 서울

2010 경기도의 힘, 경기도미술관, 안산

2010 리마인드-그 곳을 기억하다, 영은 미술관, 광주, 경기도

2010 수상한 집으로의 초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2010 파이낸셜뉴스 미술제-대표작가 110인 초대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2010 꿈을 바라보며 그리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 의정부

2009 원더풀 픽쳐스, 일민 미술관, 서울

2009 앤티포디스, 이영미술관, 용인

2008 갤러리 175 외전 – DirectorS’ Cut,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

2008 영은 2008 레지던시 – 이행의 시간, 영은 미술관, 광주, 경기도

2008 풍경과 상상전, 아람누리미술관, 고양

2008 업-앤-커머스 신진기예, 토탈미술관, 서울

2008 베네핏, 브레인팩토리 5주년 기념행사, 브레인팩토리, 서울

2008 반전 Part 2, 갤러리 인, 서울

2007 그림 보는 법,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7 상상충전, 경기도미술관, 안산

2007 명화의 재구성,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7 콤플렉스, 성곡미술관, 서울

2007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화익갤러리, 서울

2007 꿈 속을 걷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7 스틸라이프 & 플라워, 갤러리 H, 서울

2006 소프트 랜딩, 카이스갤러리, 서울

2006 송은미술대상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6 트렌드–스포팅 2006, 갤러리 현대, 서울

2006 오픈 스튜디오 – SUB, 고양창작스튜디오, 고양

2006 기억의 방,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6 포사이트, 오프라갤러리, 서울

2005 겨울나비, 씽크씽크 미술관, 서울

2005 다르게 보기-곤충도감 2, 홈플러스갤러리, 서울

2005 다르게 보기-곤충도감 1, 홈플러스갤러리, 광양

2005 가자 베니스 비엔날레, 갤러리 175, 서울

2004 새로운 시각전-일탈, 대안공간 풀, 서울

2004 사랑, 그 힘, 키미아트, 서울

2003 작은판화와 장서표전, 정글북아트 갤러리, 일산

2002 동서양의 만남전, 예가족 갤러리, 서울

2001 송은미술대상전,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 서울

2000 4.19 스페이스,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1998 움직이는 소리, 삼정아트스페이스, 서울

1997 움직이는 소리, 관훈미술관, 서울

1996 전국대학미술전, 한남대학교, 대전


수상

2011 구글 아트 프로젝트 페인팅 작가 선정

2006 제 6회 송은미술대상전, 우수상

1996 전국대학미술전 동상


레지던시

2010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제 2기 단기입주작가, 서귀포, 제주

2006 영은 미술 창작스튜디오 제 6기 장기입주작가, 광주, 경기

2005 국립 고양창작스튜디오 제 2기 장기입주작가, 고양, 경기



소장

서울동부지방법원신청사, 서울 송파

수원고등검찰청 신청사, 수원 광교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용인

사비나미술관, 서울

인당미술관, 대구

BMW그룹, 서울

로얄&컴퍼니㈜, 서울

갤러리터치아트, 파주

송은문화재단, 서울

리안갤러리, 대구

영은미술관, 광주, 경기도

이화익갤러리, 서울

하나은행,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순천제일대학교, 순천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에스플러스갤러리, 부산

반얀트리클럽 앤 스파 서울

벽산건설, 서울

삼화여행사, 서울

벤타코리아, 서울 외 다수


김준식, Red Meihua - The artists, 85x150cm Oil on Korean Paper, 2023


“나는 서로 섞일 수 없는 듯 보이는 것들을 섞는 것을 즐긴다. 

언뜻 보아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것들, 

이를테면 전통과 현대, 팝과 고전, 리얼리즘과 초현실, 동양화와 서양화, 

심지어 평면과 입체까지도.” 

-김준식


김준식(b.1980-)은 2007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현재 대만 SHIH CHIEN Univ. 산업디자인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으로, 중국과 대만, 홍콩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매화>,<캠벨수프>,<조소>시리즈를 통해 보여주는 기법은 사진이 아닌 실제 사물을 두고 묘사하는 기록화를 그리는 방식에 가깝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입체를 평면으로 옮기며 대상을 복합적인 개념으로 바라보고 접근한다. 한 화면 안에 미술의 지역(동양화와 서양화), 미술사조(팝아트와 리얼리즘), 미술의 범주(평면과 입체) 등 다양한 기준의 이질적인 요소들을 자유롭게 배치함으로써 그만의 시각적 유희와 새로운 사실주의에 대한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2011년 인사아트에서의 개인전을 포함하여 한국과 싱가폴, 중국에서 7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중국,대만,홍콩,일본 등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와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준식, Mega edition - Hermes - Chaplin, 120x120cm, Oil on Canvas, 2023


나는 서로 섞일 수 없는듯 보이는 것들을 섞는 것을 즐긴다. 언뜻 보아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것들, 이를테면 전통과 현대, 팝과 고전, 만화와 실제, 리얼리즘과 초현실, 동양화와 서양화, 심지어 평면과 입체까지도.

이 중에서 서양과 동양의 관계에 중점을 두어 작업하는 작품이 매화 시리즈이다. 이 작품들에는,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사람이 인위적으로 잘라놓은 매화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그림을 통해 다시 새 생명을 불어넣고 여러 아이콘을 초대하여 새로운 방식의 동양화를 만드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캠벨수프 시리즈에서는 팝아트와 리얼리즘의 관계에 집중한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그래서 텅 빈, 팝아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상표와 광고와 만화가 가득한 21세기를 기록하는 의미도 가진다.

또 다른 시각 조소 시리즈는 평면과 입체를 융합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사실주의의 수직적 발전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은, 사진을 평면 그림으로 옮기는 포토 리얼리즘과는 차별화된, 대상을 개념적 입체로 재현하기를 시도하는, 나만의 새로운 사실주의 개념 위에서 이루어진다.

서양미술 역사의 대부분은, 사진처럼이 아닌, 입체처럼 보이기 위한 회화의 역사였으며, 동양화는 몇 백 년 전의 동양화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현대적 요소들과의 결합을 회피하고 있다. 점점 더 서양과 닮아가는 동양의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동양화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사실주의에 대한 모색은 나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김준식


김준식, Mickey's cosmic wish, 55x55cm, Oil on Canvas, 2023


김준식의 신사실주의: 사실에 관한 패러독스


 김준식의 작품을 논할 때, 우리는 먼저 자가모순의 회의적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자가모순의 상태란 무엇인가? 예를 들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거울 속의 나와 현실의 내가 같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한다고 하자. 우리는 동시에 두가지 대답을 얻을 수 있다. 하나, 그렇다, 나와 거울 속의 나는 분명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존재이다. 둘, 아니다, 나와 거울 속의 나는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우리는 같은 한 사람일 수 없다. 이 것이 자가 모순의 상태이다. 김준식의 작품이 바로 이런 상태이며, 본문에서는 김준식의 신사실주의를 통해 사실에 관한 패러독스를 논하고자 한다.

 김준식의 신사실주의는 그의 캔버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캔버스에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기본 회화기술인데, 사실주의에서는 공간의 역할을 최대화 시킨다. 우리가 과일 그림을 보면서 정말 진짜 같다고 느끼는 것은, 화가가 만들어 낸 공간에서 정말 ‘진짜’ 같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화가가 그림 속에서 물리적 세계의 사실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두 세계의 차원의 차이점을 해결해야 한다. 플라톤은 사실과 관련하여 이상세계, 현실세계, 모방세계로 나누어 논했는데, 저서[국 가론]에 이를 침대로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데아 침대는 진실되고 영원한 개념으로서 존재하며, 현실의 침대는 이데아의 침대에 대한 물리적 모방이며, 그림 속 침대는 물리적 침대에 대한 모방이다. 플라톤은 예술은 모방에 대한 모방이기 때문에 진실과 가장 동떨어져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만약 사실주의가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하지만 그 진실 사이에 넘어설 수 없는 갭이 존재한다면, 사실주의는 대체 어떻게 차원의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인가? 바로 이게 김준식의 신사실주의에 대한 생각이다.

 김준식 작가의 초기 작품을 보면, 실제 물건과 그린 물건을 함께 한 폭의 작품 안에 배치함으로써 차원의 벽을 깨고자 했다. 그러나 후기 작품에서는 마치 붙여 넣은 듯한 그림을 통해 시각효과로써 그림 속 물건을 현실세계로 이끌어 내고자 시도한다. 보는 이들은 사실주의 회화에서 사실을 볼 수 없다고 믿는 단계에서 자신이 본 것이 ‘사실’ 이라고 믿는 단계로의 발전을 거친다. 이 또한 일종의 자가모순이다. 김준식 작가의 작품은 현실세계와 모방세계에 대한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 서로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를 하나로 결합시켰다. 모방세계에서의 존재를 현실세계로 끌어들여 우리와 같은 차원과 공간에 존재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합은 시각적 기만을 통한 것이며,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모방세계의 작품에 속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작품을 볼 때,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봐도 여전히 그린 것이 아닌 붙여 넣은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데, 이런 의심은 비단 작가의 기술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보는 이가 작품을 보는 첫 순간부터 자신과 같은 차원에 속한 존재라고 믿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에 관한 자가모순은 그의 작품 속 매화에서도 나타난다. 작품 속 매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끊어진 가지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관련 에피소드를 알아야 한다. 작가는 동양 고전 회화 속 매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매화 산에 가보니 실제 매화나무는 가지가 이리저리 얽혀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모양이었고, 그림과 같은 매화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나무가 자라는 동안 꾸준한 가지치기를 통해 천천히 그림 속 모양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는 잘려나간 가지들을 주워다가 ‘이상 속 매화’의 모양으로 이어 붙였다. 작품 속 끊어진 가지들은 현실과 모방 사이 존재하는 모순에 대한 표현이다. 예술과 현실의 관계는 과거 현대사회의 ‘생활의 예술화’에서 ‘예술의 생활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일상생활의 심미화’로 발전해왔으며 사실상 그 경계가 이미 모호해졌다. 사람들은 고도로 심미화되고 상품화된 생활 속에서 예술이 현실에 대한 모방인지 현실이 예술에 대한 모방인지 더 이상 분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현실을 해석하는 사실주의에게 있어 큰 도전이 되었다. 김준식 작가는 신사실주의의 대표주자로서, 진실과 모방을 자가모순과 상호작용의 세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우리에게 생각해볼만한 수많은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고 있다.

리이원 Li Yiwen


김준식, Awakening - Chaplin, 55x55cm Oil on Canvas, 2023


김준식(B.1980-)


교육

2007 홍익대 회화과 졸업

2019~ 대만 SHIH CHIEN Univ. 산업디자인학과 대학원 재학


개인전

2018 Between the visible and the invisible (Epsilon art gallery, 상하이, 심천, 중국)

2018 Art Stage 개인전 프로젝트 (공통예술중심, 아트스테이지, 싱가폴)

2015 “Crossing”POP Art on Broken Branches (명태공간, 베이징)

2014 매화이농 (FA 아트스페이스, 심천, 중국)

2014 Extra-ordinary (청년예술 100 특별전, 베이징, 중국)

2012 Between the East and the West (서울옥션, 베이징 798)

2011 Between Painting and Sculpture (인사아트센터, 서울)


단체전

2023 어반브레이크 아트페어 (SA+, 서울)

2023 베이징컨템퍼러리 아트페어 (공통예술중심, 베이징)

2022 Atelier No.11, (프린트 베이커리, 부산)

2021 ART 021 (공통예술중심, 상하이)

2021 광저우 아트페어 (공통예술중심, 광저우)

2020 광저우 아트페어 (공통예술중심, 광저우)

2019 ART 021 (MFM gallery, 상하이)

2019 MATTER (SA+, 홍콩)

2019 WINTER COLLECTION(SA+, 홍콩)

2019 ART MOMENT JAKARTA (공통예술중심, 자카르타)

2019 ART BEIJING (공통예술중심, 베이징)

2019 습광-청년예술가들 (산수미술관, 베이징)

2018 ART TAIBEI (공통예술중심, 타이완)

2018 ART BUSAN (가나아트 갤러리. 부산)

2018 ART BEIJING (청년예술100, 베이징)

2018 HANGZHOU ART FAIR (항저우, 중국)

2017 Ballade-Animamix Contemporary Art (마카오 미술관, 마카오)

2017 ART TAIBEI (공통예술중심, 타이완)

2017 ART BEIJING (공통예술중심, 베이징)

2017 TEFAF (가나아트 갤러리. 뉴욕)

2016 Yuppie 한중예술가전 (공통예술중심, 베이징)

2016 상하이 아트페어 (공통예술중심, 상하이)

2016 ART TAIBEI (공통예술중심, 타이완)

2016 VISUAL RIDDLE 2016 Collections of Young Artist Nominated Exhibition (력미술관, 후난 창샤, 중국)

2016 Very addictive:Re extension of Aesthetic in Daily Life (은천현대미술관, 은천시, 중국)

2016 International invited exhibition of Emei contemporary art “Echoing interior and external” (어메이산, 사천, 중국)

2015 HANGZHOU ART FAIR (항저우, 중국)

2015 ART BEIJING (청년예술100, 베이징)

2014 ART MO (ARTNOVA, 마카오)

2014 ART TAIBEI (가나아트갤러리, 타이완)

2014 청년예술 100 홍콩역 (K11ArtMall, 홍콩)

2014 2014 ART BEIJING (표갤러리, 북경)

2014 Disney 90th Anniversary “When Disney meets Contemporary Art” (HOW 미술관, 광저우, 중국)

2014 POP_HERO 전 (리나갤러리, 서울)

2014 'Horse Force' Exhibition (표화랑 798, 북경)

2014 LA ART SHOW (로스엔젤레스)

2014 ART STAGE SINGAPORE (싱가폴)

2013 청년예술 100 (상하이, 중국)

2013 청년예술 100 (심천, 중국)

2013 ART TAIBEI (가나아트갤러리, 타이완)

2013 The Sounds of Korea (베이징 한국 대사관저, 베이징, 중국)

2013 NEW POP! (상하이, 중국)

2013 청년예술 100 (베이징, 중국)

2013 베이징 아트 엑스포 (베이징, 중국)

2013 청도 아트페어 (청도, 중국)

2013 'Refresh' Exhibition (표화랑 798, 베이징, 중국)

2013 한국 팝아트 유망작가 기획초대전 (울산)

2013 Tokyo Art Fair (도쿄, 일본)

2013 NEW POP! (Yart Gallery, 오사카, 일본)

2013 NEW POP! (Gallery Sanjyo Gion, 도쿄, 일본)

2012 EPISODE 1: Shall We Dance? (리나갤러리, 서울)

2012 중국 국제 미술관 박람회 (북경)

2012 K-아트스타 미의제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2 Manhwa, Beyond the Frame (청강대 만화역사 박물관, 경기)

2012 ART HK 12 (가나아트갤러리, 홍콩)

2012 2012 ART BEIJING (서울옥션, 북경)

2012 청년예술가전 (Enjoy of Art Museum, 북경 798)

2010 2010 파이낸셜뉴스 미술제-현대미술 100인 초대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2010 Young Artist’s New Leaf (관훈갤러리, 서울)

2009 서울옥션 10회, 11회 컷팅엣지

2008 ‘사과 따러 가자’ (박여숙화랑, 서울)

2008 Heart Show 2008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8 OPEN 옥션 개관전 2부 ‘기운생동’ (OPEN 갤러리, 서울)

2007 Star is Art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7 ‘달콤한시작’ (갤러리 코코, 서울)

2007 Fruits Exhibition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7 Recto & Versco of Korean Hyper Realism (LM갤러리, 서울)

2007 presents “Hello Chelsea!” 2007 (PS35 갤러리,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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