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아(物我), 60x120cm, Oil on canvas, 2021
2022년 4월 12일(화) - 5월 3일(화)
자두작가로 불리워지는 김대섭의 자두는 맨처음 보는 순간 ”만지고 싶다” 라는 충동을 느낀다.
들여다 보고싶고 겉에 묻어 있는 분을 닦아버리고 싶은 충동, 닦았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 어린 이 순수함이 하이퍼 리얼리즘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찬란하고 생기 넘치는 새빨간 열매. 하지만 이 같은 선물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차가운 눈이 녹으면 숨 죽어 있던 식물은 길게 뿌리를 내리고, 조그만 싹은 햇빛을 받기 위해 줄기를 꿈틀거린다. 꽃과 열매를 보면 ‘참 어여쁘다’라며 감탄하기보다 ‘참 애썼구나’라고 생각한다. 그의 열매는 어떤 이야기로 그려졌을까. 김대섭은 자연의 선물 열매를 그리면서 순수한 사람들의 심리와 열매의 이면를 들여다 본다.
김대섭은 과거 예술가들의 주요 소재로 다루었던 풍경과 정물의 소재를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개인의 정체성과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개인적이며 자연과의 내부적인 관계의 ‘소리없는 대화’를 그리기로 구축하여 보여준다. 그림 처럼이나 맑고 순수한 호기심과 기억들로 만들어지는 작가의 기록, 김대섭이 주로 선택하는 자두와 복숭아는 우리가 어렸을 적 흔히 볼 수 있는 정물들이다. 작가의 그림 속 정물들은 작가의 어린시절 학교를 오가며 과수원 길에 열려 있는 과일들, 또 어디서나 탐스럽게 열려있는 호박, 지천에 깔려 있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들추어낸다.
자두를 표현할 때 잎의 쓸림과 서로의 부딪침, 인위적인 손자국에서 드러난 수많은 점과 조직등이 그대로 묘사된다. 그저 아름다움만이 아닌 태생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천연한 묘사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오랜 세월을 묵은 고재위에 천연덕스럽게 올라가 있다. 살아있는 나무 결, 나이테와 결합하여 그대로 자연에서 자연으로 흘러간다. 고재는 정형화된 캔버스와는 사뭇 다른 프레임에서 긴장감 없이 편안함을 느낀다. 작가가 나무를 대하는 손길과 힘, 그리고 살아있는 나무결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호흡하며 과일들을 얹혀 낸다. 소위 옛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갓따서 분이 그대로 살아 있고 싱싱한 과일은 고재와 만나 완벽한 살아있음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그의 작품에는 부드러운 선과 선명한 색채로 갈무리 된다. 그러나 우리는 섣불리 그의 작업이 그처럼 부드럽고 손쉬운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나무 판 위에 수많은 세계와 우주가 생성되었다가 소멸되는 지난한 과정으로 하나의 정물을 탄생되는 것이다. 안으로 숱한 소멸과 생성의 생명력을 품고 있는 저 평화롭고도 활기찬 형상의 세계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버려진 고재를 캔버스로서 승화시키는 고단한 작업공정위로 새겨지는 김대섭의 정물과 색채는 밝고 명랑하고 즐겁고 풍요롭다. 열매를 맺기까지의 격정의 순간들,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의 난폭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채 마지막 과실의 처연하고 의연한 그리고 아름답기까지 한 풍요로운 모습이다. 따라서 고재의 지난했을 생과 지금은 풍성하고 아름답지만 열매를 맺기까지 과실들의 인고의 시간들이 만나, 결과적으로는 생명의 긍정과 즐거움으로 드러난다.
김대섭의 작품은 우리가 버리고 떠나버린 고향의 풍경이기도 하고, 또한 숨가쁜 우리네 삶의 시간들이 두터운 지층의 무게로 덮어버린 마음 심층의 고요한 향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명랑한 색체와 부드러운 선들이 만들어 내는 고요한 즐거움을 그저 유치한 순박함이나 표피적인 장식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고재의 나이테와 같은 실루엣이 선과 형태의 여음을 이루면서 나이테 또한 리얼리즘으로 그린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간의 깊이와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서 김대섭의 고재의 공간은 확장된 깊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숨가쁜 속도주의와 파괴된 고향과 자연, 그리고 기후 교란이 생명을 위협하는 오늘날 김대섭의 작품를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하이데거는 시인의 사명은 귀향이며, 시를 짓는다는 것은 최초의 귀향이라고 하였다. 고향이란 생명의 근원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대섭은 우리를 생명의 환희가 흐르는 고향으로 데려가는 시인이다. 우리는 김대섭의 작품 속에 새겨지고 싶다. 그 속의 소리와 색채로 흔들리고 싶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생명의 긍정과 환희를 되찾고 싶다.
만개꽃의 자두 한 알, 60x120x5cm, Bronze, 2022
물아(物我)
과일의 껍질에 배어나와 하얗게 분처럼 굳은 당분을 보면 자연에서 갓 나온듯한,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색을 배제하고 흑백으로 대상을 바라보면 상상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마치 우주의 행성과 수 많은 별들이 나를 유혹한다. 투박하고 낡은 오래된 목재를 바탕으로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별들이 이리저리 배치되어 하나의 은하계를 이루는 것이다.
물아(物我)작품 시리즈는 일반적인 캔버스가 아니라 나이테가 그대로 드러나는 오래된 목제(고재) 위에 정물을 그리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오래전 형성되어 딱딱해진 양식과 방금 생성된 말랑말랑한 양식이 실상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유기체로서의 예술의 삶을 생동하게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캔버스를 벗어난 확장공간을 만들어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자 한다. 평면과 입체, 조명을 이용한 빛과 그림자의 관계, 거기에서 오는 감상자의 허와 실의 관계에서 오는 착각(illusion)을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하이퍼리얼리즘과 소박한 리얼리즘 사이에 걸쳐있는 정물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주제는 허상과 실상의 경계에 집중한다. 대상과의 객관적 또는 사실적 유사성을 위해 고도로 정교한 묘사가 가능해야 한다. 회화에서 대상의 재현을 위한 묘사의 문제는 나의 대표적인 표현 방법이다. 정물화는 정물을 통해 정물관 관계 맺는 그 시대의 생활양식과 평균적인 퍼스털리티를 반추할 수 있는 양식이다.
나의 정물은 회화에서 오브제로 상호 유기적으로 삼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며 정물화가 더이상 정물화가 아닌 경계를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의 무의식적 반복이라는 부정적 키취 답습과 그러한 전통적 양식을 내부로부터 해체하며 긍정적 재현의 미학을 선취하고 그를 통한 전통의 새로운 해석과 전복이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오랜 세월과 삶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재가 작품의 온기를 더하여, 마치 작품 속 고재위 과일을 직접 만지고 싶어 하는 감상자를 볼 것이다.
작가 김대섭
김대섭 개인전 별과 과일, 전통과 탈전통의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통을 답습해온 이미지는 일종의 공통감각처럼 많은 사람들이 겸험하고 공감하며 동의해 온 것들의 총합이다. 창조를 미덕으로 삼는 미술사에서도 전통은 매우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한 사회와 공동체의 공통된 미감을 통해 개인과 집단이 조화를 이루면 결합하고 균형 을 찾아갈 수 있다. 전통이란 미적교육과 전승을 통해 좋은 의미에서의 미적 권위와 질서, 신 념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 반면에 미적 고립과 배타성을 낳거나 소위 창조적 개성을 억압하는 나쁜 의미에서의 인습으로 작동할 수 있다. 미학자 조요한 선생은 전통을 '정당한 해석'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창작자들에게 당대의 공감을 전제로한 양식적 체계라는 의미에서 전통이란 새로움을 창작하는 예술가들에게는 평생 씨름해야하는 난제이자 딜레마가 되기도 한다. 전통의 전승과 답습이란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고 재현하는 것과 언어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나 실상 제작과 정에 작가의 마음 속에 펼쳐지는 운동이란 면에서는 결코 멀지 않다. 과거의 미덕과 양식을 전승하는 것이 전통이라면 현대미술에서 전통이란 창조와 미적 실험의 과정을 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된다. 과거의 창조의 이념과 방법이 현재와 미래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현대미술의 전통에서 동의하는 창조와 전통의 올바른 관계는 창조하는 사람의 열정과 태도와 노력과 실험을 본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나무의 성장과 나이테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용이하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안으로부터 밖으로 나이테를 만든다. 그런데 딱딱해진 껍질과 같은 가장자리 나이테(오래전 양식)도 여전히 예술이라는 나무의 살아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상기해보라. 작가가 일반적인 캔버스가 아니라 나이테가 그대로 드러나는 오래된 목제(고재) 위에 정물을 그리는 방식을 생각하면 오래전 형성되어 딱딱해진 양식과 방금 생성된 말랑말랑한 양식이 실상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유기체로서의 예술의 삶을 생동하게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대미술이 첨단 실험으로 거듭 변신하면 진화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 서는 마치 춘향가와 심청가와 같은 전통적인 예술적 양식들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맛깔스럽게 해석하며 음미하는 생동하는 미적 활동이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김대섭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왕복하면서 다뤄온 한국적 소재와 미감을 재현하는 오랜 전통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실험과 모색을 노정한다. 해수면의 표면의 흐름과는 별개로 그 이면에 흐르는 작가의 새로움에 대한 고투가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의 작업은 전통과 탈전통의 기묘한 동거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이해된다.
김대섭작가의 작업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하이퍼리얼리즘과 소박한 리얼리즘 사이에 걸쳐있는 정물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주제는 허상과 실상의 경계에 집중한다. 대상과의 객관적 또는 사실적 유사성을 위해 고도로 정교한 묘사가 가능해야 한다. 회화에서 대상의 재현을 위한 묘사의 문제는 작가의 대표적인 표현 방법이다. 정물화는 정물을 통해 정물관 관계 맺는 그 시대의 생활양식과 평균적인 퍼스털리티를 반추할 수 있는 양식이다. 인물화와는 분명 한 차이가 있다. 작가의 과일 연작은 60-70년대 형성된 한국 국상의 대표적인 스타일로 전형성을 지닌 양식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마치 창작이라는 운동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운동을 담 아내는 그 사회의 수용력 또는 그릇의 형식이 재현의 방법을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술사가 곰브리치의 말처럼 재현의 형식은 목적과 분리할 수 없고, 어떤 시각언어도 그 사회의 필요에 의해서만 통용될 수 있다. 다만 시각의 자폐성과 인습의 고립성을 극복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미술사적으로는 근대 이전의 서구사회는 종교화와 인물화, 역사화 등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다. 그러나 르네상스를 거치며 근대 이후 등장한 것이 정물화와 풍경화로 이들은 유럽, 특히 북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했는데 왕족과 귀족, 고위 성직자들이 주 고객이었던 미술시장이 새롭게 등장한 부유한 상인계급과 시민계급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이들 신흥 계급의 생활과 밀접한 소재와 주제가 도입된 것이다. 위대한 신과 영웅적 인간 중심의 회화에서 평범한 상인과 시민, 생활공간에서 밀접하게 마주하는 사물 들이 그림의 대상이 독자적인 주제가 되었다. 정물화가 회화의 변화된 서구사회의 대표적인 근대적 양식이란 점을 떠올려보면, 서구미술사에서 정물화와는 전혀 다른 문화사적 배경과 역사를 지닌 한국 사회에서 정물화의 위치는 분 명 다르다.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개인과 개인의 개성이 발현되기 어려운 성리학과 농업사회였기에 가장 개인적인 생활상과 근대적 자아를 반영하는 정물화는 주류가 될 수 없었다. 한국의 현대사를 반영하는 정물화는 서구사회의 정물화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인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정물화란 당대 사회현실과 화해하며 평균적 일상을 유지하는 계층 모두에게 수용된 미학이다. 또한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있는 화초, 서가 등의 전통과도 연결되어 과거와 절연한 근대적 자아라기 보다는 근대 속에 타의로 던져진 세계 속에서 서구화 이전의 자아와 근대 이후의 자아와 취향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독특하게도 근대와 중 세, 근대와 현대가 이리저리 뒤섞여 혼합되어 왔다. 서구의 정물화와는 완전히 다른 미학적 전통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정물화란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외부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일상의 균형감을 상실하지 않고 적응하는 양식인 것이다.
김대섭 작가가 그리는 과일은 주로 사과, 자두와 같은 시골과 농촌에서 서민이 접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과일들이다. 보리고개를 넘기던 시절 과일은 극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접하기 어려웠다. 과일을 다루는 정물화는 아마도 과일이 고급음식으로 접하기 어려운 시기의 우리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호박 정물화는 20세기 중반 이후 도시화와 경제성장의 과정에 한국 사회의 대다수의 구성원들이었던 농촌 출신의 서민들이 산업 노동자로 적응하는 과정에 형성된 회고적 취향의 미감을 재현한다. 이제는 건강식의 재료로 익숙한 호박이 사실은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 끼니를 때워주는 구황식물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대마다 변화하는 인식과 취미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김대섭 작가는 과일의 껍질에 배어나와 하얗게 분처럼 굳은 당분을 보며 마치 우주의 행성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과일 하나하나는 우주의 수놓는 별들인 것이다. 투박하고 낡은 오래된 목재를 바탕으로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별들이 이리저리 배치되어 하나의 은하계를 이루는 것이다. 소박하고 고졸한 정물 시리즈와 별들이 펼치는 거대한 우주적 상상은 작가의 작품활동을 추진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인 셈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을 듣기 전까지 그의 정물 이 우주의 별과 연결된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너무도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작고 소박한 과일이 우주와 만나다니. 아마도 오랜시간 정물을 바라보고 숙고하는 과정에 작가의 사변적 상상을 자극한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알 수 없는 어떤 신비체험 같은 것이다. 마치 그노시즘의 영지신학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작가의 대상에 대한 정신적 의미의 투사(投 射)와 관객이 작가의 정물을 보며 투사하는 정신이 만나는 지점에서 재현의 형식과 내용이 결정된다. 한편 작가의 정물시리즈는 회고적 취향, 일종의 사적 문화와 역사를 반복하는 키치(Kitsch)로 읽혀지기도 한다. 키취의 미학은 주로 산업화 이후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며 우리의 내면 깊숙이 침투한 대중문화와 산업생산물, 상품과 소비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된 미학이다. 미술시장에서 전형적인 정물화 양식은 일종의 키취의 미학으로 수용되며 대상의 존재론적 역사와 그 대상의 재현과 소비의 방식이 결합 된 형식이다. 그러나 작가는 전통적 정물과 키취의 미학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 리얼리티(실재)의 문제를 다루는 지점이 점차 부각 되어 왔다. 현대미술의 도전과 실험의 영역에서 볼 수 있는 정물화의 양식을 답습하는 전형적인 시각 이미지와 그 이미지 밖에 슬며시 걸쳐있는 가상의 실재성이다. 이러한 주제와 미적 방법론은 현대 미술사에서 주로 사진과 영상, 오브제 등의 작업에서 사용되었는데 김대섭 작가는 독특하게도 한국의 전통적인 구상과 정물의 영역에서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어떤 정물은 키취적 반복이라면 어떤 정물은 관습적 실체 없이 유령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포도를 그린 정물화에는 금속으로 만든 잎사귀가 결합되고 프레임 안의 구상에 프레임 밖으로 뻗어 나가는 가지와 잎사귀가 그림과 사물, 이미지와 실재의 문제를 넌 지시 음미하게 한다. 2차원과 3차원의 이미지가 결합하고 충돌하고, 미술작품과 그 배경이 서로 삼투하며 기이한 환경을 만든다. 3차원이 되려는 2차원의 욕망이 한편으로는 좌절되고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 선용된다. 작가는 점차 적극적으로 구상과 정물의 전형성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던 다양한 실험과 모색을 이번 전시에서 구체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해석을 통해 김대섭 작가의 정물은 회화에서 오브제로 상호 유기적으로 삼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며 정물화가 더이상 정물화가 아닌 경계를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전통의 무의식적 반복이라는 부정적 키취 답습과 그러한 전통적 양식을 내부로부터 해체하며 긍정적 재현의 미학을 선취하고 그를 통한 전통의 새로운 해석과 전복이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김노암 (명지대 미술사학과 초빙교수)
물아(物我), 60X60cm, Oil on birch panel, 2022
물아(物我), 37.5x51.5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28x96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22.5x23x6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18.5x22.5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33x16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49.4x77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48.5x120.5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49x76x6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137x68cm, Oil on canvas, 2022
사의사실, 112.1x162.2cm, Oil on canva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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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섭 / Kim Daesub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예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22 관계: 소리없는 대화, 갤러리나우, 서울
2021 Illusion, 삼청프린트베이커리, 서울
2020 Illusion, 필갤러리, 서울
2018 Illusion,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 서울
2017 향수,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 서울
2016 관계의 미학, 스페이스나무, 서울
2015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 서울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 서울
2014 Invitation Exhibition, e-Junng Gallery, 오션갤러리, 부산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서울
2013 ARTG&G기획전, 대구은행본점갤러리, 대구
마니프19!13 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12 마니프18!12 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11 추억의 메모리, 정구찬갤러리, 경기
마니프17!11 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서울
경기청년작가선정초대전, 영은미술관, 경기
2010 세종갤러리초대전,ARTG&G초대전,갤러리통영초대전
마니프16!10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09 아트앤컴퍼니 초대전, 신한PB센터
마니프15!09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08 마니프14!08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골든아이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2007 김대섭작품전, 대백프라자갤러리, 대구
경향신문사 특별기획, 경향갤러리(전관), 서울
ART DAEGU, 대구컨벤션센터, 대구
마니프13!07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06 마니프12!06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경향갤러리 개인부스초대전, 경향갤러리, 서울
2005 고금미술연구회선정작가개인초대전, 대백갤러리, 대구
2006 마니프12!06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경향갤러리 개인부스초대전, 경향갤러리, 서울
주요단체전
2021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14 koeln Art Fair, koelnmesse, 독일
Singapore Art Fair, Singapore Convention Center, 싱가폴
Art Hamptons, New York, 미국
Singapore Affordable Art Fair, F1 Pit Building, 싱가폴
Hongkong Affordable Art Fair 2014, HongkongConvention Center, 홍콩
2012 SAC TUTORS, 예술의전당, 서울
2008 ARTDAEGU2008, Daegu EXCO, 대구
부산아트쇼, BEXCO, 부산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코엑스, 서울
BANK ARTFAIR, Island Shangri-la, 홍콩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mull전, 선갤러리-선아트센터, 서울
구상1번지, 포스코갤러리, 서울
김대섭,손성일2인전, J&J갤러리, 서울
김대섭,김영대2인전, ARTG&G, 서울
형상의맛과멋100호전, 포스코갤러리, 서울
대구구상회화대작전, 대백프라자갤러리기획, 대구
현대인물화가회 200호대작전, 세종문화예술회관, 서울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구상회화제, 시민회관, 대구
한미 교류전, 문화예술회관, 대구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평론가상
대한민국 수채화 대전 대상
단원미술대전 우수상
대구미술대전 우수상
작품소장
서울지방법원 / 대구법원 / TBC방송국 / 충주박물관 / 대구은행 /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 청남대(대통령 별장) / 레이캐슬cc
물아(物我), 60x120cm, Oil on canvas, 2021
2022년 4월 12일(화) - 5월 3일(화)
자두작가로 불리워지는 김대섭의 자두는 맨처음 보는 순간 ”만지고 싶다” 라는 충동을 느낀다.
들여다 보고싶고 겉에 묻어 있는 분을 닦아버리고 싶은 충동, 닦았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 어린 이 순수함이 하이퍼 리얼리즘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찬란하고 생기 넘치는 새빨간 열매. 하지만 이 같은 선물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차가운 눈이 녹으면 숨 죽어 있던 식물은 길게 뿌리를 내리고, 조그만 싹은 햇빛을 받기 위해 줄기를 꿈틀거린다. 꽃과 열매를 보면 ‘참 어여쁘다’라며 감탄하기보다 ‘참 애썼구나’라고 생각한다. 그의 열매는 어떤 이야기로 그려졌을까. 김대섭은 자연의 선물 열매를 그리면서 순수한 사람들의 심리와 열매의 이면를 들여다 본다.
김대섭은 과거 예술가들의 주요 소재로 다루었던 풍경과 정물의 소재를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개인의 정체성과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개인적이며 자연과의 내부적인 관계의 ‘소리없는 대화’를 그리기로 구축하여 보여준다. 그림 처럼이나 맑고 순수한 호기심과 기억들로 만들어지는 작가의 기록, 김대섭이 주로 선택하는 자두와 복숭아는 우리가 어렸을 적 흔히 볼 수 있는 정물들이다. 작가의 그림 속 정물들은 작가의 어린시절 학교를 오가며 과수원 길에 열려 있는 과일들, 또 어디서나 탐스럽게 열려있는 호박, 지천에 깔려 있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들추어낸다.
자두를 표현할 때 잎의 쓸림과 서로의 부딪침, 인위적인 손자국에서 드러난 수많은 점과 조직등이 그대로 묘사된다. 그저 아름다움만이 아닌 태생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천연한 묘사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오랜 세월을 묵은 고재위에 천연덕스럽게 올라가 있다. 살아있는 나무 결, 나이테와 결합하여 그대로 자연에서 자연으로 흘러간다. 고재는 정형화된 캔버스와는 사뭇 다른 프레임에서 긴장감 없이 편안함을 느낀다. 작가가 나무를 대하는 손길과 힘, 그리고 살아있는 나무결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호흡하며 과일들을 얹혀 낸다. 소위 옛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갓따서 분이 그대로 살아 있고 싱싱한 과일은 고재와 만나 완벽한 살아있음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그의 작품에는 부드러운 선과 선명한 색채로 갈무리 된다. 그러나 우리는 섣불리 그의 작업이 그처럼 부드럽고 손쉬운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나무 판 위에 수많은 세계와 우주가 생성되었다가 소멸되는 지난한 과정으로 하나의 정물을 탄생되는 것이다. 안으로 숱한 소멸과 생성의 생명력을 품고 있는 저 평화롭고도 활기찬 형상의 세계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버려진 고재를 캔버스로서 승화시키는 고단한 작업공정위로 새겨지는 김대섭의 정물과 색채는 밝고 명랑하고 즐겁고 풍요롭다. 열매를 맺기까지의 격정의 순간들,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의 난폭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채 마지막 과실의 처연하고 의연한 그리고 아름답기까지 한 풍요로운 모습이다. 따라서 고재의 지난했을 생과 지금은 풍성하고 아름답지만 열매를 맺기까지 과실들의 인고의 시간들이 만나, 결과적으로는 생명의 긍정과 즐거움으로 드러난다.
김대섭의 작품은 우리가 버리고 떠나버린 고향의 풍경이기도 하고, 또한 숨가쁜 우리네 삶의 시간들이 두터운 지층의 무게로 덮어버린 마음 심층의 고요한 향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명랑한 색체와 부드러운 선들이 만들어 내는 고요한 즐거움을 그저 유치한 순박함이나 표피적인 장식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고재의 나이테와 같은 실루엣이 선과 형태의 여음을 이루면서 나이테 또한 리얼리즘으로 그린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간의 깊이와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서 김대섭의 고재의 공간은 확장된 깊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숨가쁜 속도주의와 파괴된 고향과 자연, 그리고 기후 교란이 생명을 위협하는 오늘날 김대섭의 작품를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하이데거는 시인의 사명은 귀향이며, 시를 짓는다는 것은 최초의 귀향이라고 하였다. 고향이란 생명의 근원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대섭은 우리를 생명의 환희가 흐르는 고향으로 데려가는 시인이다. 우리는 김대섭의 작품 속에 새겨지고 싶다. 그 속의 소리와 색채로 흔들리고 싶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생명의 긍정과 환희를 되찾고 싶다.
만개꽃의 자두 한 알, 60x120x5cm, Bronze, 2022
물아(物我)
과일의 껍질에 배어나와 하얗게 분처럼 굳은 당분을 보면 자연에서 갓 나온듯한,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색을 배제하고 흑백으로 대상을 바라보면 상상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마치 우주의 행성과 수 많은 별들이 나를 유혹한다. 투박하고 낡은 오래된 목재를 바탕으로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별들이 이리저리 배치되어 하나의 은하계를 이루는 것이다.
물아(物我)작품 시리즈는 일반적인 캔버스가 아니라 나이테가 그대로 드러나는 오래된 목제(고재) 위에 정물을 그리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오래전 형성되어 딱딱해진 양식과 방금 생성된 말랑말랑한 양식이 실상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유기체로서의 예술의 삶을 생동하게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캔버스를 벗어난 확장공간을 만들어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자 한다. 평면과 입체, 조명을 이용한 빛과 그림자의 관계, 거기에서 오는 감상자의 허와 실의 관계에서 오는 착각(illusion)을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하이퍼리얼리즘과 소박한 리얼리즘 사이에 걸쳐있는 정물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주제는 허상과 실상의 경계에 집중한다. 대상과의 객관적 또는 사실적 유사성을 위해 고도로 정교한 묘사가 가능해야 한다. 회화에서 대상의 재현을 위한 묘사의 문제는 나의 대표적인 표현 방법이다. 정물화는 정물을 통해 정물관 관계 맺는 그 시대의 생활양식과 평균적인 퍼스털리티를 반추할 수 있는 양식이다.
나의 정물은 회화에서 오브제로 상호 유기적으로 삼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며 정물화가 더이상 정물화가 아닌 경계를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의 무의식적 반복이라는 부정적 키취 답습과 그러한 전통적 양식을 내부로부터 해체하며 긍정적 재현의 미학을 선취하고 그를 통한 전통의 새로운 해석과 전복이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오랜 세월과 삶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재가 작품의 온기를 더하여, 마치 작품 속 고재위 과일을 직접 만지고 싶어 하는 감상자를 볼 것이다.
작가 김대섭
김대섭 개인전 별과 과일, 전통과 탈전통의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통을 답습해온 이미지는 일종의 공통감각처럼 많은 사람들이 겸험하고 공감하며 동의해 온 것들의 총합이다. 창조를 미덕으로 삼는 미술사에서도 전통은 매우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한 사회와 공동체의 공통된 미감을 통해 개인과 집단이 조화를 이루면 결합하고 균형 을 찾아갈 수 있다. 전통이란 미적교육과 전승을 통해 좋은 의미에서의 미적 권위와 질서, 신 념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 반면에 미적 고립과 배타성을 낳거나 소위 창조적 개성을 억압하는 나쁜 의미에서의 인습으로 작동할 수 있다. 미학자 조요한 선생은 전통을 '정당한 해석'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창작자들에게 당대의 공감을 전제로한 양식적 체계라는 의미에서 전통이란 새로움을 창작하는 예술가들에게는 평생 씨름해야하는 난제이자 딜레마가 되기도 한다. 전통의 전승과 답습이란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고 재현하는 것과 언어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나 실상 제작과 정에 작가의 마음 속에 펼쳐지는 운동이란 면에서는 결코 멀지 않다. 과거의 미덕과 양식을 전승하는 것이 전통이라면 현대미술에서 전통이란 창조와 미적 실험의 과정을 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된다. 과거의 창조의 이념과 방법이 현재와 미래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현대미술의 전통에서 동의하는 창조와 전통의 올바른 관계는 창조하는 사람의 열정과 태도와 노력과 실험을 본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나무의 성장과 나이테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용이하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안으로부터 밖으로 나이테를 만든다. 그런데 딱딱해진 껍질과 같은 가장자리 나이테(오래전 양식)도 여전히 예술이라는 나무의 살아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상기해보라. 작가가 일반적인 캔버스가 아니라 나이테가 그대로 드러나는 오래된 목제(고재) 위에 정물을 그리는 방식을 생각하면 오래전 형성되어 딱딱해진 양식과 방금 생성된 말랑말랑한 양식이 실상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유기체로서의 예술의 삶을 생동하게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대미술이 첨단 실험으로 거듭 변신하면 진화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 서는 마치 춘향가와 심청가와 같은 전통적인 예술적 양식들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맛깔스럽게 해석하며 음미하는 생동하는 미적 활동이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김대섭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왕복하면서 다뤄온 한국적 소재와 미감을 재현하는 오랜 전통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실험과 모색을 노정한다. 해수면의 표면의 흐름과는 별개로 그 이면에 흐르는 작가의 새로움에 대한 고투가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의 작업은 전통과 탈전통의 기묘한 동거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이해된다.
김대섭작가의 작업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하이퍼리얼리즘과 소박한 리얼리즘 사이에 걸쳐있는 정물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주제는 허상과 실상의 경계에 집중한다. 대상과의 객관적 또는 사실적 유사성을 위해 고도로 정교한 묘사가 가능해야 한다. 회화에서 대상의 재현을 위한 묘사의 문제는 작가의 대표적인 표현 방법이다. 정물화는 정물을 통해 정물관 관계 맺는 그 시대의 생활양식과 평균적인 퍼스털리티를 반추할 수 있는 양식이다. 인물화와는 분명 한 차이가 있다. 작가의 과일 연작은 60-70년대 형성된 한국 국상의 대표적인 스타일로 전형성을 지닌 양식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마치 창작이라는 운동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운동을 담 아내는 그 사회의 수용력 또는 그릇의 형식이 재현의 방법을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술사가 곰브리치의 말처럼 재현의 형식은 목적과 분리할 수 없고, 어떤 시각언어도 그 사회의 필요에 의해서만 통용될 수 있다. 다만 시각의 자폐성과 인습의 고립성을 극복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미술사적으로는 근대 이전의 서구사회는 종교화와 인물화, 역사화 등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다. 그러나 르네상스를 거치며 근대 이후 등장한 것이 정물화와 풍경화로 이들은 유럽, 특히 북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했는데 왕족과 귀족, 고위 성직자들이 주 고객이었던 미술시장이 새롭게 등장한 부유한 상인계급과 시민계급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이들 신흥 계급의 생활과 밀접한 소재와 주제가 도입된 것이다. 위대한 신과 영웅적 인간 중심의 회화에서 평범한 상인과 시민, 생활공간에서 밀접하게 마주하는 사물 들이 그림의 대상이 독자적인 주제가 되었다. 정물화가 회화의 변화된 서구사회의 대표적인 근대적 양식이란 점을 떠올려보면, 서구미술사에서 정물화와는 전혀 다른 문화사적 배경과 역사를 지닌 한국 사회에서 정물화의 위치는 분 명 다르다.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개인과 개인의 개성이 발현되기 어려운 성리학과 농업사회였기에 가장 개인적인 생활상과 근대적 자아를 반영하는 정물화는 주류가 될 수 없었다. 한국의 현대사를 반영하는 정물화는 서구사회의 정물화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인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정물화란 당대 사회현실과 화해하며 평균적 일상을 유지하는 계층 모두에게 수용된 미학이다. 또한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있는 화초, 서가 등의 전통과도 연결되어 과거와 절연한 근대적 자아라기 보다는 근대 속에 타의로 던져진 세계 속에서 서구화 이전의 자아와 근대 이후의 자아와 취향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독특하게도 근대와 중 세, 근대와 현대가 이리저리 뒤섞여 혼합되어 왔다. 서구의 정물화와는 완전히 다른 미학적 전통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정물화란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외부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일상의 균형감을 상실하지 않고 적응하는 양식인 것이다.
김대섭 작가가 그리는 과일은 주로 사과, 자두와 같은 시골과 농촌에서 서민이 접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과일들이다. 보리고개를 넘기던 시절 과일은 극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접하기 어려웠다. 과일을 다루는 정물화는 아마도 과일이 고급음식으로 접하기 어려운 시기의 우리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호박 정물화는 20세기 중반 이후 도시화와 경제성장의 과정에 한국 사회의 대다수의 구성원들이었던 농촌 출신의 서민들이 산업 노동자로 적응하는 과정에 형성된 회고적 취향의 미감을 재현한다. 이제는 건강식의 재료로 익숙한 호박이 사실은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 끼니를 때워주는 구황식물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대마다 변화하는 인식과 취미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김대섭 작가는 과일의 껍질에 배어나와 하얗게 분처럼 굳은 당분을 보며 마치 우주의 행성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과일 하나하나는 우주의 수놓는 별들인 것이다. 투박하고 낡은 오래된 목재를 바탕으로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별들이 이리저리 배치되어 하나의 은하계를 이루는 것이다. 소박하고 고졸한 정물 시리즈와 별들이 펼치는 거대한 우주적 상상은 작가의 작품활동을 추진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인 셈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을 듣기 전까지 그의 정물 이 우주의 별과 연결된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너무도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작고 소박한 과일이 우주와 만나다니. 아마도 오랜시간 정물을 바라보고 숙고하는 과정에 작가의 사변적 상상을 자극한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알 수 없는 어떤 신비체험 같은 것이다. 마치 그노시즘의 영지신학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작가의 대상에 대한 정신적 의미의 투사(投 射)와 관객이 작가의 정물을 보며 투사하는 정신이 만나는 지점에서 재현의 형식과 내용이 결정된다. 한편 작가의 정물시리즈는 회고적 취향, 일종의 사적 문화와 역사를 반복하는 키치(Kitsch)로 읽혀지기도 한다. 키취의 미학은 주로 산업화 이후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며 우리의 내면 깊숙이 침투한 대중문화와 산업생산물, 상품과 소비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된 미학이다. 미술시장에서 전형적인 정물화 양식은 일종의 키취의 미학으로 수용되며 대상의 존재론적 역사와 그 대상의 재현과 소비의 방식이 결합 된 형식이다. 그러나 작가는 전통적 정물과 키취의 미학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 리얼리티(실재)의 문제를 다루는 지점이 점차 부각 되어 왔다. 현대미술의 도전과 실험의 영역에서 볼 수 있는 정물화의 양식을 답습하는 전형적인 시각 이미지와 그 이미지 밖에 슬며시 걸쳐있는 가상의 실재성이다. 이러한 주제와 미적 방법론은 현대 미술사에서 주로 사진과 영상, 오브제 등의 작업에서 사용되었는데 김대섭 작가는 독특하게도 한국의 전통적인 구상과 정물의 영역에서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어떤 정물은 키취적 반복이라면 어떤 정물은 관습적 실체 없이 유령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포도를 그린 정물화에는 금속으로 만든 잎사귀가 결합되고 프레임 안의 구상에 프레임 밖으로 뻗어 나가는 가지와 잎사귀가 그림과 사물, 이미지와 실재의 문제를 넌 지시 음미하게 한다. 2차원과 3차원의 이미지가 결합하고 충돌하고, 미술작품과 그 배경이 서로 삼투하며 기이한 환경을 만든다. 3차원이 되려는 2차원의 욕망이 한편으로는 좌절되고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 선용된다. 작가는 점차 적극적으로 구상과 정물의 전형성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던 다양한 실험과 모색을 이번 전시에서 구체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해석을 통해 김대섭 작가의 정물은 회화에서 오브제로 상호 유기적으로 삼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며 정물화가 더이상 정물화가 아닌 경계를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전통의 무의식적 반복이라는 부정적 키취 답습과 그러한 전통적 양식을 내부로부터 해체하며 긍정적 재현의 미학을 선취하고 그를 통한 전통의 새로운 해석과 전복이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김노암 (명지대 미술사학과 초빙교수)
물아(物我), 60X60cm, Oil on birch panel, 2022
물아(物我), 37.5x51.5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28x96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22.5x23x6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18.5x22.5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33x16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49.4x77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48.5x120.5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49x76x6cm, Oil on wood, 2022
물아(物我), 137x68cm, Oil on canvas, 2022
사의사실, 112.1x162.2cm, Oil on canva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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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섭 / Kim Daesub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예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22 관계: 소리없는 대화, 갤러리나우, 서울
2021 Illusion, 삼청프린트베이커리, 서울
2020 Illusion, 필갤러리, 서울
2018 Illusion,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 서울
2017 향수, 프린트베이커리 삼청점, 서울
2016 관계의 미학, 스페이스나무, 서울
2015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 서울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 서울
2014 Invitation Exhibition, e-Junng Gallery, 오션갤러리, 부산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서울
2013 ARTG&G기획전, 대구은행본점갤러리, 대구
마니프19!13 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12 마니프18!12 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11 추억의 메모리, 정구찬갤러리, 경기
마니프17!11 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서울
경기청년작가선정초대전, 영은미술관, 경기
2010 세종갤러리초대전,ARTG&G초대전,갤러리통영초대전
마니프16!10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09 아트앤컴퍼니 초대전, 신한PB센터
마니프15!09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08 마니프14!08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골든아이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2007 김대섭작품전, 대백프라자갤러리, 대구
경향신문사 특별기획, 경향갤러리(전관), 서울
ART DAEGU, 대구컨벤션센터, 대구
마니프13!07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2006 마니프12!06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경향갤러리 개인부스초대전, 경향갤러리, 서울
2005 고금미술연구회선정작가개인초대전, 대백갤러리, 대구
2006 마니프12!06서울국제아트페어, 예술의전당, 서울
경향갤러리 개인부스초대전, 경향갤러리, 서울
주요단체전
2021 화랑미술제, 코엑스, 서울
2014 koeln Art Fair, koelnmesse, 독일
Singapore Art Fair, Singapore Convention Center, 싱가폴
Art Hamptons, New York, 미국
Singapore Affordable Art Fair, F1 Pit Building, 싱가폴
Hongkong Affordable Art Fair 2014, HongkongConvention Center, 홍콩
2012 SAC TUTORS, 예술의전당, 서울
2008 ARTDAEGU2008, Daegu EXCO, 대구
부산아트쇼, BEXCO, 부산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코엑스, 서울
BANK ARTFAIR, Island Shangri-la, 홍콩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mull전, 선갤러리-선아트센터, 서울
구상1번지, 포스코갤러리, 서울
김대섭,손성일2인전, J&J갤러리, 서울
김대섭,김영대2인전, ARTG&G, 서울
형상의맛과멋100호전, 포스코갤러리, 서울
대구구상회화대작전, 대백프라자갤러리기획, 대구
현대인물화가회 200호대작전, 세종문화예술회관, 서울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구상회화제, 시민회관, 대구
한미 교류전, 문화예술회관, 대구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평론가상
대한민국 수채화 대전 대상
단원미술대전 우수상
대구미술대전 우수상
작품소장
서울지방법원 / 대구법원 / TBC방송국 / 충주박물관 / 대구은행 /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 청남대(대통령 별장) / 레이캐슬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