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AL
고려명 개인전
2026년 02월 04일(수) - 2026년 02월 28일(토)
[서문]
DUAL
우리는 사물을 하나의 의미로 이해하려는 습관에 익숙하다. 그러나 고려명의 작품 앞에서 그 습관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의 이미지 속 포도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포도는 더 이상 과일이 아니며 그것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생성과 소멸을 동시에 품은 채 열려 있는 존재의 형상이다.
카메라 앞에 놓인 포도는 하나의 형상이지만, 그 형상 안에는 서로 다른 상태가 동시에 깃들어 있다. 눈앞에 분명히 존재하는 사물과, 그 사물 안에 잠재된 또 다른 차원의 실재.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살아 있음과 사라져 감, 감각과 사유는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표면 위에서 겹쳐진다.
이번 전시 〈DUAL〉에서 그 이중성은 형식적으로 더욱 선명 해진다. 블랙과 멀티컬러. 같은 포도, 같은 응시에서 출발하지만 화면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태로 갈라진다. 그러나 이것은 분리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두 개의 방식이다. 블랙에서는 시선이 멈추고, 멀티컬러에서는 시선이 흔들린다.
작가는 포도를 극도로 근접해 촬영하고, 대형 인화로 확대함으로써 대상의 물질성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나 그 집요한 사실성은 재현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선명해진 표면은 사물을 이해하게 하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주름진 껍질, 분가루의 입자, 얼어붙은 흔적들은 대상을 이해하게 하기보다, 바라보는 행위를 다시 의식하게 만든다.
고려명의 포도는 풍요를 상징하지도, 소멸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규정된 의미 이전의 상태로 놓여 있으며, 보는 이가 스스로의 시선과 마주하도록 만든다. 그 시간 속에서 관객은 사물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세계를 대하는 방식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DUAL〉은 둘로 나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가 가진 두 개의 얼굴을 끝까지 지켜보는 응시의 기록이다. 우리에게 어떠한 답을 제시하지 않고 다만 조용히, 끝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둘 뿐이다.
-갤러리나우 송지원 큐레이터
[평론]
보이는 것 안에 머무는 본질 ― 고려명의 사진, 실존을 향한 응시
고려명의 사진은 묻는다. 우리는 사물을 얼마나 깊이 바라보고 있는가. 그의 포도 앞에서 시선은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 이미지는 즉각적인 이해를 허락하지 않으며, 감상자를 설명의 언어로 인도하지도 않는다. 대신 사진은 조용히 멈춰 서기를 요구한다. 포도는 여기서 대상이 아니라, 존재가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처럼 놓여 있다.
고려명의 사진이 회화적으로 보인다는 평가는 이 작업의 표면을 설명할 뿐이다. 그의 작업은 회화를 닮으려는 사진이 아니라, 시각이 사유로 전환되는 지점을 집요하게 탐색한 결과다. 이 사진들은 ‘잘 찍힌 이미지’라기보다, 존재를 향한 욕망이 끝내 이미지로 응고된 흔적에 가깝다. 우리는 이 사진 앞에서 무엇을 보았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어떻게 존재와 대면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 태도 ― 응시를 넘어, 존재를 겨냥하는 시선
고려명의 사진에서 ‘응시’는 출발점일 뿐, 종착지는 아니다. 그의 시선은 대상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존재가 스스로 드러내는 순간을 향해 나아간다. 포도는 그에게 촬영의 대상이기 이전에, 존재가 응집된 하나의 사건이다. 카메라 앞에 놓인 포도는 설명되거나 해석되기 전에, 먼저 존재함으로써 버틴다. 작가는 그 버팀의 시간 앞에서 성급한 결론을 유보한다. 이 지점에서 고려명의 작업은 단순한 미적 탐닉이나 형식 실험과 분명히 구별된다. 그의 사진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존재 앞에 서는 인간의 태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라는 질문에 가깝다. 이는 대상을 소유하거나 장악하려는 시선이 아니라, 끝내 닿을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곁에 오래 머무르려는 태도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강렬하지만 공격적이지 않고, 정교하지만 과시적이지 않다. 오히려 침묵에 가깝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말했듯, 존재는 언제나 사물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사물 안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고려명의 사진은 바로 그 지점—보이는 것 너머가 아니라, 보이는 것 안에서 본질을 더듬는 태도—에 닿아 있다. 그의 카메라는 대상을 해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존재 앞에서 스스로 낮추는 장치다.
▶ 감각 ― 재현을 넘어선 실존의 표면
고려명의 사진이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극도로 선명한 디테일 때문이지만, 그 디테일은 결코 사실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확대된 포도알의 표면은 정확하지만, 그 정확함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존재가 지닌 표면의 깊이를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주름, 분가루, 얼어붙은 결정은 대상의 상태를 설명하기보다, 시간이 스며든 흔적으로 다가온다.
흑백과 다색, 그리고 금의 사용 역시 마찬가지다. 흑백은 색의 결핍이 아니라,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응축해 사유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색은 상징의 언어가 아니라, 존재가 순간적으로 발화하는 감각의 파동이다. 특히 금은 신성의 표식이 라기보다, 시선이 머무는 존재의 ‘결절점(結節點)’처럼 기능한다. 그것은 화면 전체를 장악하지 않으면서도, 주변을 더 어둡게 만들며 중심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형식적 선택들은 고려명의 사진을 장식적 이미지와 분명히 구별 짓는다. 그의 사진은 보기 좋은 화면 그 이상의 ‘존재가 스스로 노출하는 표면’을 형성한다. 관객은 이 표면 앞에서 감탄하기보다, 자신이 얼마나 쉽게 대상을 소비해 왔는지를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자각의 순간, 사진은 단순한 시각 경험을 넘어 존재를 사유하게 만드는 감각의 장으로 확장된다.
▶ 대면 ― 우주적 풍경 앞의 관측자
고려명의 사진이 지닌 밀도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그의 작업 과정에는 오늘날의 사진 환경에서는 거의 선택되지 않는 방식들이 고집스럽게 남아 있다. 가령 초창기 작품은 이스라엘에서 공수한 우주 관측용 특수 필름을 사용했을 정도로 ‘기술적 완결성’에 진심이었다. 디지털 기술이 고해상도를 손쉽게 보장하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대형 아날로그 카메라 촬영법과 융합한 디지털 기반’을 바탕으로 그만의 작가주의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천체의 미세한 움직임과 빛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 필름을 사용한 작품의 경우, 수 미터에 이르는 대형 인화에서도 해상도의 붕괴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 선택은 단순한 기술적 집착이 아니다. 그것은 대상의 표면을 끝까지 따라가겠다는, 존재를 흐릿하게 타협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포도알 위에 남은 분가루와 균열, 주름진 껍질의 결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또 하나의 풍경을 연출해 낸다. 몇 미터로 확대된 포도 한 송이는 더 이상 과일의 스케일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창조적 풍경이자, 때로는 우주의 표면처럼 다가온다. 달의 분화구를 연상시키는 얼어붙은 포도, 인체의 혈관을 떠올리게 하는 줄기의 흔적은 은유적 상징으로 되살아난다. 고려명 작가식 집요한 응시의 결과물들은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사유를 지탱하는 조건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준다.
▶ 포도 ― 상징 이후의 본질, 존재의 그릇
포도는 오랫동안 풍요와 생명, 다산과 축적의 상징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고려명의 포도는 그 상징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 속 포도는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 라기보다, 존재가 머무는 그릇에 가깝다. 알알이 응집된 형상은 충만함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균형을 내포한다. 이 양가성은 포도를 단순한 상징에서 끌어내어, 실존의 은유로 전환시킨다.
특히 시들거나 얼어붙은 포도는 소멸의 표지가 아니라, 존재가 다른 국면으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는 성경의 한 문장이 조용히 겹치는 대목이다. 죽음과 상실은 끝이 아니라, 변형을 통해 다른 충만으로 이행하는 조건이다. 고려명의 포도는 바로 그 변형의 순간을 붙잡고 있다.
이때 사진은 감정을 저장하거나 치유를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이 스스로 생성되고 머무를 수 있는 존재적 여백을 제공한다. 기쁨의 시선은 충만을 읽고, 고단한 시선은 침묵을 발견한다. 고려명의 포도는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가 자신의 실존을 잠시 내려놓고 바라볼 수 있는, 조용한 대면의 자리를 마련한다.
고려명의 사진은 결론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을 만난 관객은 단순히 그림을 구경하는 산책자가 아니라, 거대한 우주적 풍경 앞에 선 ‘관측자’의 위치로 소환된다. 망막을 자극하는 강렬한 색채와 압도적인 해상도의 숲을 지나며, 우리는 비로소 사물의 이면과 대면하게 된다.
고려명의 포도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은 당신 앞의 존재를 끝까지 책임지며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는 가. 이 집요한 응시 끝에 남는 것은 사물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존재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이다.
사진이 기록의 도구를 넘어 사유의 장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존재를 소유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고려명의 ‘포도’ 시리즈는 풍요를 말하지도, 상실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대신 충만과 공허,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머무는 실존의 상태를 조용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사실을 끝까지 바라보려는 욕망, 실존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태도의 자리에서 고려명의 사진은 비로소 완성된다.
- 김윤섭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미술사 박사)
[작가노트]
포 도
우리가 예술작품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내면의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날씨, 기분, 공간의 변화 와도 같은 요소에 감상이 영향을 받고, 투사된 우리의 감정은
작품에 비축된다. 예술을 바라볼 때 기억과 성장의 겹이 쌓이며 거듭나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개개 실재와 이면으로 공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 고려명의 포도 연작은 그의 시선으로
담아낸 피사체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다.
작가는 포도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근접 촬영한 후 그것을 확대하여 대상의 물질성을
탐구한다.
그는 포도가 놓인 장소에 대한 어떠한 힌트도 없이 포도가 가지는 덩어리감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형태만을 부각시키면서 근원적 아름다움을 표상화하고 있다.
이것은 존재 그 자체로 서의 피사체가 가지는 의미를 바라보겠다는 실존성을 포착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하이퍼리얼리즘의 추구는 사실 대상이 정밀한 재현이 아니라 극사실주의적으로
확대된 이미지를 시각화 함으로써 바라볼 수 없던 것을 보게 해주고
대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흔히 포도는 생명과 번영을 상징한다.
그래서 작가의 다채로운 포도 시리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글어가는 풍요로운 마음을
마주하게 한다.
작가는 아주 기본적인 포도의 형상에 담긴 색을 연구하면서 본질에 더 하여 진
작가의 미학적 시선을 표출해 내고자 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색감 그리고 작가의 손길이 감지한 예술적 시선은
어느새 익숙한 듯 낯설지만 탐스러운 그 포도를 음미하게끔 이끈다.
-고려명
[약력]
고려명 Koh yeo myoung
출생 서울, 대한민국 1983
교육
2009 Speos Paris Photographic Institute, 파리, 프랑스
개인전
2025 SMart “PODO”, 서울,대한민국
2024 학고재 “PODO”, 서울,대한민국
2023 HIPTIP GALLERY ,도쿄, 일본
2020 한국경제일보 갤러리 고려명 초대전
2020 M contemporary “HYPERREALISM”, 서울, 대한민국
2020 금산갤러리 “고려명”전 , 서울, 대한민국
2019 갤러리 웰 “La rose du vignoble” , 서울, 대한민국
2019 행운.복 - 홍콩 한국 문화원, 홍콩
2018 ER - ONES , 선전, 중국
2017 초충도 - 아트스페이스 펄, 대구, 대한민국
2016 The Rose - Art in the office, HnA Partners, 서울, 대한민국
2014 Vegetables and Fruits, glalerie89, 파리, 프랑스
2012 Bacja, glalerie89, 파리, 프랑스
2011 Humain, glalerie89, 파리, 프랑스
그룹전
2025 ART SG ,싱가포르
2023 부산아트페어 부산, 대한민국
2022 미드나잇 파리 아트트리 ,서울 대한민국
2021 THE HYUNDAI SEOUL ART COLLEC-TION, 서울, 대한민국
2020 ART WAVE X dansk private viewing, 서울, 대한민국
2020 부산 in my mind 2020 , 서울, 대한민국
2019 FOMOSA Art FAIR , 대만
2019 AHAF Art FAIR , 서울, 대한민국
2019 Harbour Art FAIR , 홍콩
2016 Unexpected salon, Hnart, 서울, 대한민국
2013 Korea International Photo Festival, Insa Art center, 서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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